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서영 Nov 13. 2022

그간 복이네 집 이모저모

아직까지 따스한 남쪽의 복이네 집은 매일매일이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간다. 다행인건 그간 있었던 일들이 나쁜 일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나쁜 일이 하나도 없을 수는 없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이 무사하기만 하면 무조건 다 좋은 일이다. 진상 보호자를 만나도 우리 애들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면 그것도 좋은 일이고, 힘든 진료가 계속되고 입원 환자들 때문에 밤잠을 설쳐도 나의 아이들이 내 곁에 있기만 하면 나는 좋은 일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그간 소식을 못 전하고 있던 때부터 지금까지 너무 감사하게도 좋은 일들만 가득했다.


[요즘 아이들이 내 방에서 경작을 하려고 한다. 온통 풀씨를 다 뭍혀와서 방에다 죄다 떨어트린다. 이런 풀씨 배달부들 중에 단연 으뜸은 당연 트리이다.]

내가 매스컴을 타고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너무 바쁜 나날들을 보내게 되었다. 바빠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었지만 나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 아이들만 잘 있으면 왠만한 일은 감사하며 받아들인다. 그리고 정말로 감사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 분은 **에서 길고양이들 TNR(포획해서 중성화 수술이후 방사하는 프로그램)을 혼자서 진행하고 계셨다. 그러면서 많은 유기견과 유기묘를 돌보고 계셨는데 ** 보호소에 한 달에 한번씩 방문하여 아이들 건강을 관리해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 보호소에 가겠다, 대신 이곳 ## 보호소에도 한달에 한번 함께 가달라고 정중히 부탁을 드렸다. 그분은 흔쾌히 승낙을 하셨다. 

    

[장난꾸러기 열무도 풀씨를 잔뜩 뭍히고 침대로 올라가겠다고 조르고 있다. 세상에나...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지만 그래도 침대는 안된단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는 봉사를 받지않는다는 이곳 ## 보호소에서 3-4년 도둑 봉사를 했었다. 그러다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더 이상 봉사를 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고 봉사를 못 가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곳 아이들이 항상 목구멍 속에 가시처럼 신경이 쓰였다. 그러던 와중에 그분의 제안과 승낙은 나에게 더없이 기쁜 일일 수밖에 없었다. 아주 감사하게도 이곳 보호소 당담 공무원에게 봉사를 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게되어 2년만에 드디어 다시 봉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요근래 일 중에 가장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다.   

  

요즘 침대 지키미 소복이가 경계가 느슨해졌다. 그 틈을 타서 열무와 화음이,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리듬이가 침대에 올라오게 되었다. 나는 애들이 나랑 같이 자는 것이 너무 좋다.


열무가 나랑 출퇴근을 같이 하는 것을 보고 꾀복이가 꽤나 샘이 났던 모양이었다. 자꾸 울타리를 빠져나와서 병원에 찾아왔다. 손님들이 오시면 꾀복이가 병원 앞에서 짖어대는 통에 하는 수 없이 꾀복이를 병원으로 들여보냈는데, 그 뒤로는 열무랑 같이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참 재미있는게 집으로 가면 꾀복이가 열무한테 큰소리를 치는데, 병원에 오면 열무한테 찍소리도 못낸다는 것이다. 아마도 누가 더 먼저 있었느냐가 우위를 매기는 기준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열무랑 꾀복이가 사이좋게 같이 누워서 자고 밥먹고 하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보호자들이 어쩌면 이렇게 애들이 하나같이 순하고 착하냐고 입을 모으신다. 병원 밖에서는 손님들에게 짖어대는 꾀복이도 병원 안에서는 순한 양이 된다. 어쩌면 문제 행동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살펴보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닐까? 꾀복이랑 열무는 아주 안정적으로 병원에서 잘 지내고 있다.  

   

[내 진료실에 있는 아이들 소파에 항상 열무랑 꾀복이가 사이좋게 붙어서 잠을 잔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몇 달전에 어떤 수의사 원장님의 소개로 인천수의사회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초청을 받게 되었다. 나는 수의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강의는 몇차례 해봤지만 수의사를 상대로는 처음 하는 자리기에 걱정도 되고, 설래기도 했다. 사실 너무 바쁜 일과 안에서 강의 준비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컨퍼런스 당일에 긴장된 상태로 강의를 진행했고 조금 아쉬운 마음이 남게 끝냈지만 많은 분들이 경청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자리였다. 강의가 끝나고 동물복지에 관심이 있으신 수의사 선생님들을 만나 뵙고 이런 분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계시는 구나..하는 생각에 흐믓했던 시간이었다. 

    

[바둑이가 졸린 듯이 눈을 비비며 책상 밑 자기 자리에서 나른해 하고 있다. 나는 아이들이 편안해 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하다.]


이런 저런 일들이 있어서 참 마음에 여유가 없던 나날들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그런 날들을 잘 보낸 것 같아 안도하게 된다. 병원이 끝나면 내가 간호사 선생님께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오늘도 무사히 끝났네요.”

진상 손님 없이, 의료사고 없이 무사히 끝났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 잠자리에 들면서도 내가 나에게 수고했다고 나를 다독이며 무탈하게 하루를 마친 것에 감사한다. 나의 아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코를 골며 잠에 빠져있고, 나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잠이 드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https://www.dailyvet.co.kr/news/association/175052


매거진의 이전글 100인의 리딩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