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essay
나는 45년을 신촌에서만 살았다.
이사는 단세 번만 학교도 직장도 신촌로터리를 중심으로 30분 거리에서 해결했다.
지금은 서강대역이지만 오래전엔 삼표연탄이 있었던 곳이다. 이 공장을 통해 70년대, 80년 초까지 조랑말과 리어카를 이용하여 연탄이 배달되었다. 덕분에 신촌엔 조랑말이 싼 똥들을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현재는 복개천이지만 나의 기억 속엔 현재의 서강대교부터 이대입구까지 천이 흐르고 있었다.
그 천을 따라 초등학교에 가곤 했었다.
중학교 때는 신촌 지하철 2호선이 생겼다.
그전엔 전철을 타려면 영등포를 거쳐 인천을 가곤 했었는데 집 근처에 전철역이 생겨 너무나 신기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내가 살고 있는 집을 중심으로 새로운 역사들이 들어섰다.
서강대 역과 공항철도...
현재도 내가 살았던 신촌은 갈 때마다 무섭게 변신 중이다.
일본에 가족이 있어 최소 1년에 한 번 이상은 갔다 오곤 한다. 일본에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을 15년 이상 방문했는데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식당이 좀 더 낡았고, 상가 주인들은 백발의 주인, 또는 자식으로 바뀌는 정도...
여전히 버스기사가 돈 계산을 하고 있다. 굳이 바뀐 것이라면 ic카드를 인식하는 단말기가 있다는...
일본의 어떤 역은 아직도 티켓에 펀칭을 해주고 있고 역무원은 어디서든 쉽게 볼 수가 있다.
이런 이유일까? 일본에서 전철을 타면 어릴 적 향수를 느끼곤 한다.
동교동에 열차 건널목이 있었고, 땡땡거리라 불리는 곳은 나의 집 근처였다.
당시엔 이대입구에 있는 교외선이라는 신촌역을 통해 일영이나 장흥에 갈 수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경의선이라는 새로운 지하철 시스템으로 갈 수 있다.
참 재밌다. 나의 유년시절의 향수를 일본에서 느낀다는 것이...
변화도 좋지만 향수를 느낄만한 조금의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