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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ernalYoung Feb 03. 2024

디아스포라의 망명과 고향 (6)

Leila S. Chudori의 『집』 (Home)과 Linda Le의 『중상모략』 (Slander)를 중심으로


5.     결론


 지금까지 추방당한 자의 망명과 고향은 개인의 감정과 욕망, 기억, 정체성을 포함한 심리적, 육체적 ‘상태’가 정치적, 경제적, 사법적 단위인 ‘국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였다. 추방 당하거나 봉쇄 당한 자의 ‘국가 없음’의 상태는 누구도 역사와 권력 밖의 존재가 아니며, ‘국가 없음'의 상태에서 오히려 민족-국가의 권력 행사가 깊이 침투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왜냐하면 ‘국가'는 ‘민족'의 공통 호명에 의존해서 어떤 주체들을 국가에 적법한 주체로 묶어내는 동시에, 다른 주체들은 적극적인 권력의 행사를 통해서 국가 밖으로 내치고 추방하며 권리를 박탈한다. 이러한 경계 짓기에 사용되는 것이 바로 ‘민족’이며, 민족이란 ‘나’를 ‘우리’로 묶어내는 환상적 동일시를 통해서 구성된다. ‘민족’의 경계는 누가 ‘우리’에 속하고 누가 ‘우리’에 속하지 않는지를 결정함으로써 그어진다. 그러나 스피박에 따르면, 오늘날 ‘국가 없음'의 문제는 비단 국경 밖에 있는 난민이나 이주자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문제이다. 전지구화와 신자유주의 하에서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수적인 재분배와 복지 기능을 하던 개별국가가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이라고 해도 “국가 없음"의 상황에서 안전하지 못한 현실에서 ‘국가 없는 자'에 대한 윤리적인 질문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오늘날 민족-국가의 안에는 디아스포라들이 존재하고, 그 경계 밖에는 그 민족-국가를 모국으로 하는 디아스포라들이 존재한다. 디아스포라는 일회적인 이주와 정착만 하는것이 아니다. 그들은 다시 모국으로 돌아갈수도 있고 정착국에 동화되기도 한다. 혹은 모국가 정착국을 모두 떠나 제3의 국가로 새로운 이주와 정착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들의 선택과 결정에는 디아스포라와 모국의 관계, 모국과 정착국의 관계, 정착국의 이민정책 등 다양한 요인들이 교차하며 영향을 준다. 그러나  본 논문에서 주목하고자 한 것은 디아스포라 2세대의 선택에 있어서 모국의 영향에 주목하고자 하였고, 그 예시로서 망명 디아스포라를 연구대상으로 하였다. 고향과 타향을 오가며 다른 종류의 정체성, 다른 종류의 사회조직을 형성할 수 있었던 디아스포라야는 망각의 역사를 주목하고 기억의 복원을 요구하기에 적합한 것이다. 디아스포라의 주체들에게 차이를 인식하는 감각은 자아-정체성에 있어 기본 요소일 뿐만 아니라 그들을 어떤 의식을 가진 전달자들로 만들기 때문이다. 


  레일라의  『집』 (Home)에 묘사된 인도네시아인들이 모국에게 거부당해 망명에 이르는 반면, 린다레의  『중상모략』 (Slander)는 모국을 거부하고 망명을 떠난 베트남인들을 재현한다. 때문에 『집』 (Home)은 디아스포라 2세대의 귀환이주 서사로 결론지어지고,  『중상모략』 (Slander)는 정착국에 동화되는것에 실패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두 작품에서는 모국 정권의 권력의 행태와 전략에 의해, 모국이 거부한 자들과 모국을 거부한 자들이라는 차이점이 두 디아스포라의 차별화된 서사를 야기했다. 망명과 고향의 의미 규정 과정은 그들의 모국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국민'이 되고자 했으나 되지 못한 자들에게 행해진 민족-국가의 폭력을 보여준다. 이들이 정착지로서 선택한 프랑스 역시 베트남과 프랑스 간의 식민주의를 통해 형성된 고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폭력적인 민족-국가의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가 없음’의 상태에 놓인 자들이 망명지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한 것은 궁극적으로 ‘고향의 부재’다. 그리고 이러한 부재는 망명으로 인해 상실과 결여의 대상으로 위치지어졌다. 그리고 이때의 결여는 집(home)을 향한 욕망이며, 고향땅(homeland)을 향한 욕망과는 다르다. 이들이 그리워하는 집은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족-국가들의 경계한 위치한 디아스포라에게 존재의 근원인 집을 향한 욕망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이때 ‘고향의 부재’를 상실로 정의한 인도네시아 디아스포라는 퇴행적 향수를 반복하며 익숙한 민족-국가에서 고향을, 그리고 집을 구축하려 하였다. 그러나 고향의 부재를 상실이 아닌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이해한 베트남 디아스포라는 인도네시아 디아스포라와도, 프랑스에 정착한 베트남 디아스포라와도 다른 가능성을 찾았다. 국가나 고향땅이 아닌 집을 상상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동남아시아 디아스포라 문학 연구에 있어서 이처럼 균질적인 이주로 보였던 망명자들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귀환이주를 경험한 디아스포라가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겪게 되는지 혹은 제3 국가로 이주한 디아스포라들의 경험은 어떠했는지 후속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인종간의 로맨스가 디아스포라의 경험에 끼진 영향 등이다. 다이스포라의 고향땅이 아닌 집에 대한 욕망과 상상력은 민족-국가와 디아스포라의 관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6. 참고문헌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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