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채널 자체가 작가들을 소개하는 채널이다 보니,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너는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데?'
'어떤'이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가장 내면적인 이야기를 하는 작가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네가 좋아하는 작가는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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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정작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따로 소개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취향 일기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소피 칼 Sophie Calle
첫 번째 작가는 이 포스팅에서 소개될 작가 중에서 가장 개념적인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소피 칼입니다.
작품으로 소개해보자면,
[진실된 이야기]는 작가의 9살-49살 까지를 기록한 소피 칼의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눈여겨볼 점은, 본인의 인생을 사진으로 소개하면서 가족, 친구, 결혼, 이혼 등등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야기들이 어디까지고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독자들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사진을 중심으로 소설이 이어져 나간다는 점,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 든다는 점이 매력적인 작가입니다.
이러한 작가의 매력은 [뉴욕 이야기-고담 핸드북]에서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뉴욕 이야기는 소피 칼이 소설가 폴 오스터에게 시나리오를 주고 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뉴욕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책은 폴 오스터의 뉴욕 생활을 소피 칼에게 보고하는 보고서의 형태이며,
소피 칼은 뉴욕에 있지 않지만, 독자들은 폴 오스터와 소피 칼이 함께 뉴욕에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오로지 소피 칼의 매뉴얼에 따라서만 뉴욕에서 생활하고 뉴요커들과 인간관계를 맺는 모습들에서 타인의 삶과 나의 삶이 어떻게 엮일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작가의 가장 내면적인 이야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 사진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시린 아픔]입니다.
남자 친구와의 이별하는 과정을 담은 수필집으로써, 일상에서의 사소한 이별의 아픔을 혼자 간직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고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아픔도 같이 공유하면서 고통을 서서히 극복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참여형 미술은 많이들 하는 형식이지만, 소피 칼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본인의 '아픔'을 다른 사람들한테 먼저 고백을 했다는 점, 그리고 그 솔직함에 뒤이어서 다른 이들도 본인들의 아픔을 고백하면서 서로의 아픔을 인정해주면서 치유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뉴욕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드는데, 타인의 삶과 내 삶이 연결되는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물리적으로 같이 있어야지만 서로의 삶에 스며드는 것이 아닌, 행동 매뉴얼로써 다른 사람의 삶을 조종한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요시토모 나라 Yoshitomo Nara
한국에는 사랑이 닮은 일러스트로 알려져 있는 요시토모 나라.(사실 성이 요시토모이고 나라 가 이름입니다. 나라 요시토모 라고 부르는 게 실제 이름이겠죠..?)
왼쪽 [작은 별 통신]은 작가의 학창 시절, 고향을 떠나 도쿄에서의 생활기, 독일 유학시절까지 엿볼 수 있는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점은 에세이 중간에 독일로 유학 가기 전, 도쿄에서의 방 모습을 그림으로 남겨놓은 부분이 있는데,
작업실이 따로 없던 시절, 단칸방에서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림 앞에서 누워서 자고, 일어나면 다시 그림 그리고 해가지면 또 다시 그 그림 앞에서 잠들었던 그 시절 작가의 생활은 정말이지 한없이 찬란하게만 느껴집니다.
오른쪽은 [나라 48 걸스]그 유명한 추사랑 닮은꼴 일러스트들, 요시토모 나라의 일러스트 + 글귀 가 담겨 있는 화집입니다.
사실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을 단순히 '사랑이 닮은 일러스트'로 치부하기에는, 마음이 찡해집니다.
사실 그의 작품은 그의 어린 시절과의 대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외로움, 고향 아오모리현에서 느꼈던 고립감 등등 그의 캐릭터는 굉장히 납작하고, 단순하게 표현되고 있지만, 이는 1980년대 일본 만화를 참고한 캐릭터로 작가의 어린 시절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금 글을 쓰면서 든 생각이지만, 저는 뭔가...'젊은 날의 초상'.. 요런 콘셉트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의 작품 속에는 그가 어렸을 때 경험했던 다양한 경험들(펑크 음악, 그라피티, 르네상스 프레스코화, 만화 등등) 이 섞여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허세가 없고 작가 본연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준다는 점, 그리고 그 오리지널리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어서 엄청난 사건이 기본 베이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세계 2차 대전이라던가, 엄청난 기근, 출생의 비밀 과 같은 신파 드라마 소재) 어린 시절 생활했던 고향, 도쿄에서의 단칸방, 외로울 때 들었던 음악들이 작가의 기본재료로 쓰이는 점이 제가 요시토모 나라를 좋아하는 이유가 되겠습니다.
트레이시 예민 Tracey Emin
자기 고백적인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 작가이죠, 트레이시 예민.
제가 가지고 있는 트레이시 예민 화집은 홍콩 화이트 큐브에서 구입한 화집으로 비교적 최근 작품들이 실려있는 화집입니다. (사실 화이트 큐브 하면 트레이시 예민 아닌가요. 여담이지만, 실제로 화이트 큐브 가보면 다른 여러 작가들의 화집이 있지만 무조건 트레이시예민은 한 권쯤 사시는 걸 추천합니다. 트레이시 예민=화이트 큐브)
비교적 최근작들은 초반 트레이싱 예민의 드로잉보다는 훨씬 더 추상적인 느낌의 페인팅입니다.
하지만, 트레이시 예민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초창기 작업에서 더 확실히 느껴집니다.
트레이시 예민의 1998년작 My Bed는 그녀의 침대를 재현한 설치 작업으로 침대에는 술병, 담뱃값, 콘돔 등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습니다. 이 작업에서 '침대'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꿈, 휴식 같이 긍정적인 의미가 아닌 우울증, 성병, 섹스, 임신, 낙태, 불임 등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작가는 좀 더 극단적으로 섹스중독/알코올 중독의 추락한 여성을 설치작업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관객들은 윤리적인 잣대로 평가하기 이전에 그녀의 솔직함에 감동하는 작품입니다.
사실 이러한 솔직함은 그녀의 큰 무기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다른 작업 전반에서 느낄 수 있죠.
낙태 후, 아기에 대한 그리움, 미안함을 표현한 작품부터
어린 시절 피부색으로 인해 인종차별받았던 기억까지
아주 본인 내면에 있는 상처, 콤플렉스, 치욕스러웠던 과거까지 다 꺼내놓고 있습니다.
사실 트레이시 예민의 작품은 특이한 아이디어 응용이 돋보인다거나, 특별한 테크닉을 선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녀의 작업에는 그녀의 솔직함만이 있을 뿐이죠. 누구한테는 이것이 굉장히 단순하고, 작품의 비주얼이 키치 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솔직하게 자기 자신을 말하고 표현하는 게 제일 어렵고 큰일입니다. 동시에 제일 중요한 일이죠. 저는 가감 없고 꾸밈없이 가장 내면적인 이야기를 하는 작가를 좋아합니다.
FRIENDS OF THE FINE ARTS
이거는 작가는 아니고 일종의.. 활동? 커뮤니티?.... 드로잉 모임! 정도로 소개하면 될 것 같네요.
책 DANCE/DRAW 에 소개된 드로잉 모임 FRIENDS OF THE FINE ARTS입니다.
보고, 배우고, 경험하는 것 을 목표로 한 이 모임은 구성원들은 누드크로키를 할 때는 서로가 서로의 드로잉 모델이 되어주기도 하고 서로의 드로잉 스타일을 공유하면서 각자의 드로잉 스타일을 구축해가는 정보공유의 커뮤니티로써 작용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 모임을 알게 되고 지금의 저의 브런치를 하고자 마음먹었는데요,
언젠가는 서로의 취향, 예술관을 공유하면서 시야를 넓혀가고 공감대를 형성해서
나중에는 오프라인 모임도 만들어서 독서회, 시 낭송회, 음감회, 누드크로키 교실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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