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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여행 May 15. 2020

다섯 번째 취향 일기-좋아하는 책 7권

몇 달 전에 SNS에서 유행했던 '아무노래  챌린지' 를 기억하시나요?

아무 노래 챌린지만큼의 파급력은 아니지만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소소하게(?) 지인들의 북 챌린지를 볼 수 있었는데요.

일명 #7Days7Covers 라는 태그로 좋아하는 책 7권을 소개하는 챌린지였답니다.

이미 유행이 한바탕 지나고 지난 챌린지이지만, 아무노래 챌린지보다는 훨씬 저의 적성에(?) 맞는 챌린지인지라 취향 일기로 데려왔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철학, 여행 등등 제가 좋아하는 분야를 골고루 골라봤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 노르웨이의 숲

제 블로그를 간간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꽤 좋아합니다

하루키는 최근까지도 작품 활동이 활발한 작가이지만 저 같은 경우는 최근작은 거의 읽은 게 없고(직업으로서의 소설가 같은 수필 정도만 읽고) 어떻게 보면 하루키의 클래식 작품들을 읽고 읽고 또 읽고 하는데요.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해볼까 했지만... 사실 이 소설은 간단한 줄거리 가지고는 도저히 형용이 될 수 없는 소설인지라... 그냥 생략합니다.)


그중에서도 이 소설을 고른 이유는 하루키가 인생철학이 성립된 배경이 가장 잘 느껴지는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하루키의 삶(?)은 하루키의 수필'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꽤 자세히 소개됩니다.


하루키는 출생 배경에 있어서는 딱히 특별한 점이 없지만, 

대학교 때 지금의 아내와 학생 결혼을 하고 재즈바로 생계를 이어나가면서 겪었던 고충들 -은행 대출이자에 허덕이고, 건물주한테 쫓겨나고, 난방기구 없는 방에서 고양이를 끌어안고 잤던 시간들- 을 소개합니다. 하지만 하루키는 이러한 시간들은 '독립국의 군주' 였다고 말합니다. 

싫어하는 일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게 굽신거리지도 않았고, 또한 그 안에서 만난 예술가들, 가게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경제적인 고충들에서 '사회를 배웠다'라고 말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삶이 있으면 그것을 위해서 어떠한 기회비용이 따라도 묵묵히 감수해내는 것.

인생은 절대로 계획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매 순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는 것.

'사회를 배운다'는건 절대로 책상머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 길거리에서 온갖 사람들과 부딪히고 온갖 쓰레기들을 치우면서 배운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한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지켜내는 순수함

그리고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영감을 발견했던 것(실제로 하루키는 재즈바를 운영하던 시절에 야구경기를 보면서 소설가가 될 수 있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노르웨이의 숲]은 이 모든 하루키의 20대 피땀 눈물이 고스란히 응축되어있는 소설입니다.



최승자 - 내 무덤, 푸르고

시집을 한두권 모으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로 기억합니다. 당시에는 구구절절 장편소설 읽는 게 너무 지겨워서

'시집은 짧으니까 읽기 쉽겠네!'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죠.(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메바 수준으로 단순했네요.) 

그렇지만 한 권 두 권 읽을수록 시인이 가진 매력은 소설가랑은 또 결이 다르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해보자면, 

소설가는 본인을 자기 자신을 가꾸고 다듬고 조각시키면서 본인만의 세상을 구축해나간다면(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시인은 본인 안에 있는 뭉쳐있는 실타래를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하나씩 풀러 가는 느낌이랄까요

최승자 시인의 매력을 진정으로 느끼고 싶다면 출간된 시집을 순서대로 읽다 보면 그 진가를 알게 되는데요.

29살에 출간했던 첫 데뷔 시집 [이 시대의 사랑]과 비교해보면 93년도(41살)에 출간한 시집 [내 무덤 푸르고]에서는 작가의 또 다른 실타래가 느껴집니다. 


(고전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시집을 읽다 보면, 최승자 시인에게는 유독 어떤 특정 감정보다는 인생을 다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2016년(64살)에 출간된 시집 제목이 [빈 배처럼 텅 비어] 였는데, 이후 시인의 살아생전 마지막 시집에서는 어떠한 인생을 표현할지 너무나도 기대되는 시인입니다.



Phaidon - VITAMIN D2

출판사 Phaidon의 책은 제가 종종 언급을 한 적이 있죠.

그중에서도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드로잉 작업만을 모아놓은 화집은 유일무이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2D 작업/회화를 논할 때 페인팅 Painting을 논하지 드로잉을 논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다 보면 페인팅보다는 드로잉이 훨-씬 어렵다는 걸 느끼는데요.


드로잉 Drawing 이야말로 작가의 모든 생각들 ㅡ신나서 그리면 신나 하는 그 감정 그대로, 빨리 완성해야겠다고 조급해하면 그 조급함 그대로, 하기 싫은 거 억지로 그리고 있다면 그 억지스러움 그대로ㅡ 이 드로잉 작품의 모든 선 하나하나에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드로잉을 주로 하는 작가들이야말로 진심으로 예술가로서 자기 자신을 제어하면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드로잉을 어려워하는 건 모든 작가들의 생각인가 봅니다... 이 드로잉 시리즈는 2013년을 이후로 출간이 안되고 있는데요..(사실 이 D2 책도 D1 이 출간되고 무려 10년 만에 출간된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작가들 한 명 한 명 리서치해보고 그림들 하나하나 느껴보는 것이 너무나도 즐겁기에 앞으로 10년의 드로잉 작업에 대한 영감 및 참고자료는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자크 라캉 - 욕망 이론


사실 블로그에서는 철학책을 소개해본 적이 처음이지 않나 싶은데요.

한때 자크 라캉을 주야장천 읽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자크 라캉의 특징이 있다면,

첫 번째로, 분명히 가만히 앉아서 읽고 있지만 온몸에 근육통이 온다는 것.

그리고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도 뭔 말인지 모르겠는 게 아주 큰 특징이죠.

(저 역시도 자크 라캉의 책을 여러 권 가지고 있고 있지만, 읽어도 여전히 뭔 말인지 몰라서 당황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자크 라캉 철학 서중에 많은 분들이 읽으시는 책에는 프로이트 기술론, 에크리 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라캉의 여러 부분 중에 욕망 이론이 가장 크게 공감이 되었습니다.

저 책은 자크 라캉의 욕망 이론만을 자세히 다룬책인데요. 그중에서도 거울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은 현재 현대미술에서도 많이 차용되는 부분이기에 한 번쯤 읽어두면 추후 예술작품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BROOKLYN RAIL - TELL ME SOMETHING GOOD

아티스트 인터뷰북 텔미 썸띵 굿입니다. 출판사는 BROOKLYN RAIL으로 많은 분들이 생소하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 대해서 잠시 소개를 해보자면,

 브루클린 레일은 뉴욕 브루클린을 베이스로 출판되고 있는 아트 잡지입니다. 

브루클린 레일 홈페이지 :https://brooklynrail.org/

홈페이지를 보면 미술뿐만 아니라, 평론/문학/음악/영화 등등 다양한 예술장르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Art IN CONVERSATION을 보면 예술가는 물론, 큐레이터, 미술학자 등등 예술이라는 동일 영역 안에서라도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읽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인터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인데요. 60명의 아티스트 인터뷰로 엮인 이 책은 그들의 작업방식,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작업 과정 등등 그들의 예술가적 삶을 꽤 자세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 책은 데이비드 즈위너David Zwirner의 아들 루카스 즈위너Lucas Zwirner 가 편집한 책으로 출간 당시 더 눈길을 끌었습니다.

실제로 작가 리스트를 보면 데이비드 호크니, 댄 그래햄 Dan Graham, 비토 아콘치 Vito Acconci, 윌리엄 켄 트리지 William Kentridge와 같이 현대미술사의 거물급 작가들 인터뷰에서 그들의 예술가적 삶을 들여보면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가고시안 잡지- GAGOSIAN MEGAZINE

여섯 번째 책은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출판하는 미술잡지 가고시안입니다.

현대미술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가고시안 갤러리 Gagosian Gallery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사실 갤러리의 출판은 그동안 흔히 있던 일입니다.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2014년부터 소속 작가들 화집부터 시작해서 

지난 2018년에는 갤러리 25주년을 기념하여 그동안의 전시작품들은 요약한 책 David Zwirner: 25 Years을 출판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잡지를 출판하는 일은 그렇게 흔히 있는 일이 아닙니다. 

서적 book과 잡지 megazine의 차이가 크게  있냐 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지만, 

기획성으로 몇 년의 제작기간을 거쳐서 출판되는 책과 달리 월간으로 나오는 잡지는 그만큼 자본도 취재력도 많이 필요한데요. 

이걸 갤러리에서 실행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또한, 가고시안 명성에 맞게 안에 실려있는 기사의 퀄리티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인터뷰 형식의 기사는 물론, 기자 1인칭 시점으로 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조금 색다른 기획기사들부터 새로운 라이징 스타를 소개하는 기사까지 다양한 형식의 기사글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참 재밌게 읽었던 아트 잡지입니다. 



모노클 MONOCLE -Seoul

모노클은 2007년 론칭된 라이프 스타일 잡지입니다. 

(사실, 저는 라이프스타일 잡지에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인지라 잡지보다는 여행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네요)

그중에서도 monocle travel guide 시리즈는 우리나라의 여행책 시리즈 저스트*처럼 이미 영미권에서는 유명한 여행책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안에 소개된 장소들은 꽤 실력 있는 큐레이팅과 감각으로 골라내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행 갔을 때 이 책에 실린 장소를  찾아갔을 때도 느꼈지만, 결정적으로 2018년 4월에 출판된 서울 편에서 확실히 느껴집니다. 

퇴사 욕구가 솟구칠 때마다 반차 내고 도망가는 커피숍, 월급날마다 들락날락 거리는 멀티숍, 기 빨리는 연말정산 후에도 무언가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들렀던 갤러리들이 소개될 때마다 

단순히 볼만한 관광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얼마나 면밀히 살펴보고 느껴보려고 노력했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특히나, 이 책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건 도시에 어울리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해주는 부분인데, 

관광지를 나열하는 여행책이 아니라, 그 도시에 심취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여행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참고로 저는 서울 편 말고도 다른 도시들도 꽤 많이 가지고 있는데 다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나 monocle travel guide 첫 번째 도시는 런던이었는데 2007년에 발간된 이후 올해 2020년 2월에 리뉴얼되어서 재발간 되었다는 소식에 또 카드를 긁을 예정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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