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동아리 회장을 맡았던 시절에는 공동체의 이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누구보다 동아리를 사랑하고 그만큼 동아리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신념이 강한만큼 고지식함의 끝을 달렸고, 누구보다 동아리를 사랑한다고 자부했다. 이 생각이 편견이라는 걸 알게되기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렸는데, 군대로 치자면 바로 맞후임에게 물었던 질문이 발화점이 되었다.
Q. 동아리를 왜 해. 나는 너무 동아리가 좋아서, 이 전통이 내 것이 되었으면 해서 했거든
A. 나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해요.
당시에는 저 대답을 부정적으로 여겼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는 말이 매우 개인적이고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나에게는 이런 뜻으로 들렸다.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거야. 언제든 내가 하고싶지 않으면 그만둘거야' 체제의 안정성에 대해 고심하는 회장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말이다. 조금 섭섭했다. 심지어 그 친구는 부회장 자리에 있었다. 그렇다면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 아닌가. 도통 이해할 수도 없고, 맘에 들지도 않았다.
그리고 오늘. 졸업한 년도가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한 지금에서 결론을 보면, 그 친구는 4년간 동아리 역사상으로도 상위권에 속할 만큼 활발하게 현역으로 활동했고, 지금도 동아리 원들과 긴밀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금도 동아리를 사랑하는 것이 매우 강하게 느껴진다.
그냥 하고싶은 일은 사랑하게 되는 법인데, 나는 사랑하는게 먼저라고 생각했나보다. 무엇을 '하고싶다'는 욕구는 그래서 중요하다. 오래 사랑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답은 당장 하고싶은 것을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