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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리 Nov 21. 2024

한글을 깨우친 직후 나는 책에 굶주린 어린이가 되었다

그때 마침 부모님이 소년소녀 동화전집을 구입했었다

다섯 살 위 오빠

두살 위 언니

그리고 나

적어도 3명의 구독자를 생각하고 큰 돈을 투자 했으리라

하지만 책의 재미에 빠진 자는 나 혼자였다


소공자 소공녀

왕자와 거지

이솝 우화

침을 흘리며 읽었는데

아부지는 매일 누가 얼마나 책을 읽었는지 체크했다

제일 어린 나 만 열심히 읽고 있으니

오빠  언니는 혼 나기 일 쑤였다

어느날

아부지는 소년소녀 문고집을 환불 하고 말았다


아이들이  밥 먹듯  책을 읽어야 

 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던 아부지

자식들이 황금 알을 낳는 닭이라도

 될 줄 알았는데

알조차 품지 않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었나보다

 

어느날 갑자기

책꽂이에서 사라진 책을 발견하고

선물을 받았다가 빼앗긴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오빠와 언니는 책 읽는 동생때문에

자신들이 혼 나는게 억울해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부지는 책을 빨리 빨리 읽으라고 난리

오빠와 언니는 읽기만 해 봐~~

공갈 협박

나는 2권을 읽어도 1권 읽었다고 하다가

결국 그 마저도 다 빼앗겨 버렸다


그 후

안동에서 대구로 이사 온 후

나는 3학년이 되었고

어디서 홍보를 했는지 부모님은

또 월부로 문고집을 구입하셨다

그게 내 인생책이 되었다

바로 바로 안데르센 동화전집

12권

책은 하나 하나 큰 하드케이스 안에 들어 있었고

금박양장 본 이었다

좋아하는 티를 낼 수 없었다


오빠는 중학교 2학년

언니는 초등학교 5학년

동화책을 읽을 연령대가 아니었는지

통 관심이 없었다

이번에도 책을 읽는 사람은 나 혼자

아부지는 그때 양산 통도사 근처 군부대에 근무하셔서

매일 책을 읽고 있는지 체크를 못하셨고

막내 남동생을 출산 한 엄마도 누가 책을 읽는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오빠는 여전히 내 독서를 방해 했다

가시나야~

책 읽지 마라

심지어는 이불을 덮어씌우고 때리기도 했다

안데르센 동화집은

그런 극한 고통을 이기고도 남게하는 재미가 있었다

나의 소중한 보물

아무도 탐내지 않는 책

ㅋㅋ

지금 내가 간직하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 제일 오래된

고전이다

나의 아이들에게 읽혀 보고 싶었는데

시대에 뒤 떨어진 두께와 크기였다

아이들은 웅진출판에서 나오는 피카소그림동화 전집을 좋아했다

그 중에도 특별히 에릭 칼의 아빠, 달님을 따주세요

를 좋아해서

잠들기 전 몇 번이고 읽어 준 기억이 난다

웅장하다

돈욕심 보다

책욕심이  심한 나는

장바구니에 278권의 책을 넣어 두고

삼백만원 넘는 돈을 결제 할 순간을 기다린다

충동적으로 그 걸 주문 하는 날

아마도 어마어마한 부부싸움이 날 것이다

3차 세계대전은 언제 어느때 일어날지

몰라도 ~~

책 싫어하는 남편을 도발하는 법은 확실히 알고 있다

지금 있는 책도

버리라고 난리다

ㅋㅋ

자기가 술 마시고 버린 돈은 아깝지 않고

내가 산 책들은 다 짐덩어리로 생각한다

이것 만 봐도 독서의 효과를 알 수 있지 않나?

술 마시고 싸고 토한 배설물은 남지 않지만

 책은 변함없이  아름답게 내 곁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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