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 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 같은 절에 가서/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 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만 써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만 그러는 게 아니다/ 가서 보아라, 갑수 엄마가 쓴 최갑수, 병섭이 엄마가 쓴 서병섭/ 상규엄마가 쓴 김상규, 병호 엄마가 쓴 엄병호,// 재춘아. 공부 잘해라!
- 윤제림 ‘재춘이 엄마’ 전문 -
윤제림 시인의 시선은 늘 낮은 곳에 따뜻하게 머물러 있습니다. 언젠가 이주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일하다 한쪽 손목을 잘렸다는 시를 읽고 울컥 눈물이 난 적이 있었는데 이 시에도 어김없이 서민들의 생활상을 따뜻하게 적은 시여서 참 좋았습니다.
‘재춘이 엄마’라는 이 시를 처음 접하고 난 후부터는 사람 이름을 딴 간판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간판에는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며 자식의 이름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삶이 담겨 있었으니까요. 생각이 없거나, 혹은 생각나는 멋진 이름이 없어서 ‘재춘이’라는 이름을 간판에 단 것이 아니라는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절에 가서 기와불사를 할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밖에 없어서 기왓장에 김재춘이라고 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도 백번 공감이 됩니다. 그것은 엄마의 마음이고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 신문사 식구들에게는 매일 밥을 먹으러 가는 식당이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민준이네’라는 간판을 내건 식당입니다. 사무실에서는 길만 건너면 되는 곳에 있어 가깝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곳에서 밥을 먹으면 속이 편안합니다. 직장인이 한 식당에서 점심과 저녁, 두 끼를 해결하는 일은 드문데, 이곳에서는 하루 종일 밥을 먹어도 이상하게 질리지가 않습니다. 시키는 메뉴도 정해져 있습니다. 바로 ‘집 밥’입니다. 물론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등 다른 메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집 밥’은 가격도 6천원으로 다른 메뉴에 비해 싸고, 별도로 메뉴를 고민할 필요 없이 매일 반찬이 바뀌어져 나오니 메뉴를 고르는 부담도 덜었습니다. 게다가 ‘집밥’이 주는 어감 때문인지 어떨 때는 친정엄마 집에 가서 밥을 먹는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오늘은 무슨 반찬이 나올까”하는 기대감에 조금 설렐 때도 있습니다.
‘민준이네’ 식당을 하게 된 자세한 내력은 물어보지 못했지만 친정엄마는 음식을 만들고, 딸은 서빙을 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밥을 먹으러 갔더니 식당 의자에는 ‘민준이’라고 생각되는 손자가 감기에 걸려 엄마의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민준이네 반찬은 매번 두 번을 가져다 먹습니다. 그만큼 맛이 있다는 말이지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매번 식사를 끝내고 식당을 나설 때마다 습관처럼 되뇌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는 주방에 계시는 주인어르신이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집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또 다른 말은 어딘가에 있을 ‘민준이’에게 하는 말입니다. “민준아, 너도 공부 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