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는 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형, 저 퇴사하고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려고 하는데 공기업 생활은 어떤지 물어봐도 돼요?" 이 동생은 이미 대기업과 외국계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연봉, 명성,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등 모든 조건을 맞출 수 있는 회사는 공기업밖에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회사란 없다. 아무리 신의 직장이라는 공기업도 분명히 단점이 존재한다. 그날 나는 공기업의 장단점을 알려주고 이 동생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답변을 해줬다. 동생은 아직 궁금한 점이 더 있는 것 같았지만 다른 질문들은 퇴사 후 본격적으로 공기업 준비를 하면서 물어본다고 했다. 최근에는 공기업이 인기가 많아지다 보니 다른 취업 준비생분들 중에도 이 동생처럼 공기업 입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오늘은 이런 분들을 위해 지금까지 공기업에 다녔던 내 경험을 토대로 공기업의 장단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공기업 근무의 장점>
1. 칼퇴근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워라벨(work-life balance)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퇴근 후 개인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우리나라 회사에서는 야근이 일상화되어있고 칼퇴근은 꿈도 꾸지 못할 단어가 됐다. 그런데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공기업은 칼퇴근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있다. 물론 본사라든지 바쁜 부서는 다른 회사들처럼 야근을 하는 경우가 꽤 있지만 상대적으로 칼퇴근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 취업 준비생에게는 공기업이 분명 꿈의 직장이 될 수 있다.
2. 적지 않은 급여
어떤 회사에서도 본인 급여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당연히 공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도 급여가 적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공기업 급여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로 성장해서 그런지 대기업을 제외하면 박봉에 시달리는 회사원들이 많다. 지금도 주변을 살펴보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충분한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공기업은 대기업보다는 적지만 어디 가서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을 수준의 급여를 지급한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공기업의 업무 강도를 비교해본다면 공기업 직원의 급여는 단언컨대 적지 않다.(공기업 직원들도 바쁜 사람이 많지만 대기업만큼은 아니다) 그러므로 칼퇴근을 원하지만 공무원보다 많은 급여를 받고 싶은 분들이라면 공기업을 강력히 추천한다.
3. 정년보장
요즘처럼 불경기에는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공기업은 공무원과 더불어서 정년이 보장되는 대표적인 곳이다. 실제로 내가 지금까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견책, 감봉 등 다양한 징벌을 봤지만 아직까지 해임되는 사례를 직접 본 적은 없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면 공기업에서 잘리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다. 대부분 직원들이 정년으로 만 60세까지 근무한다. 그러므로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분들에게는 공기업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제부터는 공기업의 단점을 살펴보자. 단점을 살펴보면 자신이 생각보다 공기업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떻게 생각하면 장점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니 단점을 꼭 생각해보자.
<공기업 근무의 단점>
1. 꼰대들이 많다
꼰대라고 하면 흔히 자신의 사고방식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말한다. 보통 이들은 일반적으로 "내가 신입사원일 때는 말이야~", "요즘 젊은 것들은~"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무조건 젊은 직원들이 문제고 자신이 옳다는 논리를 펼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들은 업무에 있어서 군대처럼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해"라는 방식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에 큰 피해를 입힌다. 문제는 공기업에 이런 꼰대들이 많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아까 설명한 장점 중 하나인 '정년보장' 때문이다. 정년이 보장되니 윗사람들 대부분이 나이가 많을 수밖에 없고 나이 든 사람이 많다 보니 회사 분위기도 보수적으로 되는 것이다. 게다가 사기업처럼 일 못하는 사람들을 해고하지도 않으니 업무를 아랫사람에게 다 떠넘기고 입으로만 일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이런 분들이랑 일하게 되면 일은 일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답답해서 퇴사하는 신입직원들이 적지 않다. 그러므로 공기업을 준비하는 분들은 스스로에게 꼭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나는 답답한 사람과 분위기 속에서도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2. 지방 근무를 할 확률이 크다
공기업은 기본적으로 순환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업무는 물론이고 근무지도 주기적으로 바뀐다. 그런데 문제는 지방으로 발령받을 확률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 정책으로 공기업 본사가 지방이전을 한 이후에 수도권에서 근무하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물론 한국전력공사나 지역난방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사업소가 전국적으로 많은 큰 공기업들은 수도권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지만(이 회사들도 신입사원 첫 발령지는 대부분 지방으로 낸다) 그렇지 않은 공기업들은 아예 수도권에 근무지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공기업 직원 중에서는 연고지 없는 곳에서 홀로 근무하거나 주말부부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약 본인이 서울, 혹은 수도권을 떠나 근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공기업 입사를 다시 한번 고려해보길 바란다.
3. 공기업 직원들은 업무 외에 경영 평가도 신경 써야 한다
공기업은 주인이 국가이기 때문에 정부가 시키는 대로 일을 잘해야 경영 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는다. 예를 들면 채용 시즌에는 '전체 채용인원 중에서 장애인이나 지역인재를 의무적으로 몇 % 이상 채용해야 한다'라는 지침이 있는데 이를 채우지 못하면 평가에서 감점을 당한다. 이런 평가들이 쌓이고 쌓여 6월에 최종적으로 회사 평가가 나오는데 각 회사들은 S, A, B, C, D, E 등급으로 성적을 받는다. 그리고 이 성적은 성과급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공기업 직원들은 좋든 정부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아무리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평가 감점 요소를 만드는 사람은 문제아로 찍힐 수 있고 끊임없이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특정 기준에 자신을 맞춰나가기 싫어하고 업무의 자율성을 추구하는 분들은 공기업 입사를 재고하는 것을 권장한다.
오늘 살펴본 것처럼 공기업은 다양한 장단점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정말 신의 직장이 될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답답해서 퇴사하고 싶은 회사가 될 수 있다. 이제 선택은 취업 준비생분들 몫이다. 자신의 성격과 환경 등을 고려해서 공기업 입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아무쪼록 공기업의 장단점을 모두 고려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