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이 중년 여성 커뮤니티를 이끌며 하는 생각
"손이 건조해서 핸드크림 발랐는데, 알고 보니 린스더라."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다른 식구들은 웃었지만, 전혀 재밌지 않았다. 엄마는 제품명을 폰으로 확대해보고서야 알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노안이 오면, 가까이 있는 게 잘 보이지 않는다. 여성은 보통 40대, 남성은 50대부터 노안이 시작된다. 인구 절반 이상이 근거리 저시력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생활용품은 30대인 내가 봐도 작은 글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 이야기를 ‘중년 여성 커뮤니티 <할두>’에 올렸더니, 많은 중년 분들이 공감하며 경험담을 보탰다. '강아지 걸 쓴 적도 있다', '양치하는데 다시 보니 세정제였다', '꼭 바쁠 때 더 안 보여서 힘들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였다.
글자를 작게 써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 디자인일 것이다. 지면의 한계 문제도 있겠다. 근데 그것들이 고객 편의보다 우선하는가? 나는 이 문제를 젊은 디자이너 혹은 생산자의 배려 부족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중장년은 배려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들은 돈을 내고 제품의 가치를 사는 소비자고, 소비자 선택을 받는 제품과 브랜드만이 살아 남는다.
엄마와의 대화 이후, 대형 뷰티 스토어에 들렀다. 큰 글자, 쉬운 이용법을 담은 제품을 찾고 싶었다. 그런데 없었다. 제품 대다수가 이런 상황에서 '노안을 고려해' 디자인된 질 좋은 제품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 당장 구입까진 아니라도, 소비자들은 호감을 느낄 것이다. 중장년 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그 방향이 옳다 생각할 것이다.
'샴푸', '린스', '손 비누'. 나는 엄마가 쓰는 제품에 매직으로 크게 썼다. 내가 보기에도 편했다. 불편함이 없으니, 디자인은 아무래도 좋았다. 노안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이미 많다. 그렇다면 일상 속 이런 문제를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국내 최대 중년 여성 커뮤니티 <할두>’는 인구수에 비해 너무나 작은 중년들이 목소리를 내게 한다. 운영진은 모두 30대지만, 우리도 노안이 올 것이다. 이 문제를 직접 겪기 전에 우리 엄마, 이모들의 불편함이 가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