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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ads Aug 24. 2023

'마리날레다' 입주 자격

신문을 검색하다가, 스페인의 협동조합마을, 마리날레다를 소개하는 기사를 읽었다. 비록 작은 지역이지만 사회주의적 이상향에 가까웠다. 이 기사를 보니 브라질 MST(무토지농민운동) 농민들이 살던 동네를 방문했던 때가 떠올랐다.아마도 15년은 지난 것 같은데, 그때 받았던 인상은 바로 충격이었다. 그들은 대농장, 경작되지 않는 토지를 점거하는 운동을 하였다. 그런 결과 무토지 농민들이 소농으로서 살 기반을 마련했다. 그들이 살던 집을 방문했다. 농지 옆에 있는 집. 소농의 집이니 남루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주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토지 해결로 실제 삶이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평화로운 광경을 잊을 수 없다. 그저 꿈, 이상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현실이라니.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기사를 보니 새삼 잊었던 꿈들이 생각났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읽었던 책이 있었다.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그 책은 마리날레다를 전세계에 알린 책이었다. 나도 그 책을 읽고 강의 자료로 사용했었다. 예전에 전여농 교육에 강사로 참고할 때, 아마도 지역공동체에 관련한 교육이었던 것 같다. 내가 읽고 내 발표에 넣었던 그곳이었다. 그 당시 열심히 읽고 전파하려 노력했는데, 이렇게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공부란 그런 것이다. 계속하지 않으면 열정적으로 심취했던 주제라 하더라도 쉽게 잊혀진다.


마리넬레다, 2600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다. 한국언론에서 다룬 것처럼 긍정적이고 이상적인 모습만은 아닐 수 있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청년층에게 적합하지 선호되지 않는 곳일 수 있다.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농장과 공장이 전체 기반이라, 다양함을 경험하며 전문성을 추구한다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시장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일자리와 집을 제공한다니. 물론 이런 조건에는 일정한 강제적 규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이 강제농장이나 엄격한 독재적 질서는 아닐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왜냐하면 유럽의 정치적 자유와 사회적인 복지 정책의 기본이 지켜지는 스페인에서 일어나고 있고, 꽤 긴 기간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공동체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세상 전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작은 마을에서 만들어가는 공동체. 그런데 그도 쉽지 않을 것이다. 내 것을 모두 포기하지 않는 이상. 한국 시장에 완전히 길들여진 나 같은 인간이 그런 곳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 그런 곳을 만들기 위해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면. 내가 가난해지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가난한 상태가 되지 않으면 그 공동체는 힘들 것이다. 어쪄면 마리넬레다 주민들은 경제적 협동조합 공동체 일원이며,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가난하게 하려는 수도자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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