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emeetskun Feb 11. 2021

‘모두를 위한 교육'을 위한 디지털화

접근성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보편적 학습 설계 (UDL)

보편적 학습 설계 (이하 UDL) 첫 수업은 한 학기 동안 함께할 프로젝트 파트너를 찾는 활동으로 시작되었다. 그 활동이라 함은 Flipgrid라는 동영상 업로드 플랫폼에 1) 자기소개, 2) UDL 관련 내가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 주제, 3) 이번 학기에 수업 외적으로 만날 수 있는 요일과 시간대를 간략하게 녹화해서 올려놓으면 (이라고 쓰고 나는 어버버 하느라 적어도 10번은 다시 녹화함), 나와 관심사 또는 미팅 가능 시간대가 맞는 학생들이 댓글을 달아주는 것이다.


UDL의 U자도 모르는 내가 어떻게 매력적인 프로젝트 주제를 제안할 수 있을까? 이러다 나만 프로젝트 파트너 한 명도 못 찾고 혼자서 쓸쓸하게 한 학기를 보내게 되면 어쩌지? 막막하니 힘 빠지는 생각들이 밀려들었다. 그러나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고, 뭐라도 녹화해서 업로드해야 하는 마감시간이 다가오자 초조해졌다. 아몰라.


"안뇽 얘들아? 솔직히 UDL이 뭔지 몰라서 프로젝트 아이디어도 딱히 준비 못했어. 다만 기술을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교육상품을 개발하고 싶어. 나처럼 헤매고 있는 사람들 중에 #edtech #educational equity #technology에 관심 있는 친구들 있으면 같이 길을 찾아보자...!!! (거 참 쑥스럽구먼)"


그렇게 하나 둘 모인 나의 소중한 팀원들은 죄다 나와 같은 기술혁신교육 프로그램 친구들이다. 우주선 같이 생긴 신기한 무선 마이크를 가졌으나 꽤나 과묵하여 마이크를 잘 쓰지 않는 친구 하나와,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다가 노래방에서 미팅에 (시간 정확히 맞추어) 참석하는 친구 하나. 그들에게 나는 아마도 화장을 했다 안 했다 매번 다른 사람처럼 나타나는 한국인 언니 정도로 비치고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소속 프로그램 이름에 충실하게 교육에 기술을 접목해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큰 목표에 동의했다.


우리의 프로젝트 주제 찾기 브레인스토밍은 대략 이렇다:

STEM (Science, Technology, Math, Engineering) 과목들은 끊임없이 강조되는 그 중요성에 비해 다른 과목들 대비 다양한 학습 니즈와 성향을 가진 아이들을 모두 포용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접근성, 전달 방식 등등) / 모든 아이들이 양질의 STEM 과정을 학습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흥미는 한 번 잃으면 되찾기 어려우니 일찌감치 STEM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해. 우리의 타깃 학습자는 일단 이제 막 학교 생활을 시작한 1-3학년 아이들로 좁혀놓고 더 생각해보자/ 게임 어때? 놀면서 배우는 거지. 학습지를 풀거나 교과서를 읽으면서 잘 배우는 아이들도 있지만, 직관적이고 재미 요소가 많은 게임에 쉽게 몰입하는 아이들도 있으니까. 아이들이 여러 (경제적, 신체적, 사회적) 이유로 직접 사용해보기 어려운 학습 도구들을 게임에서 생생하게 써볼 수 있도록 하는 건?/ 정규 수업 내용과 이어지는 게임 전개가 효과적일까, 아니면 학교 수업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의 흥미에 따라 주제를 선택하고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일까?/ 근데 잠시만, 그럼 눈이 보이지 않거나, 귀가 들리자 않거나,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집중할 수 없는 아이들은 게임을 어떻게 하지? 모든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어떤 디자인 요소들을 필요로 할까?


우리는 각자가 가진 선입견과,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한 안일한 사고방식과, 지극히 주관적인 눈높이를 인정하고 조율해야 했고, 그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동안 교과서 중심, 혹은 텍스트 중심의 교육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좌절시켰는가에 대한 고찰은 곧 디지털화를 통한 개선 방안으로 이어지기 쉽다. 즉, 종이책을 디지털 책으로 바꿔서 사람의 눈 대신 기계가 책을 소리 내어 읽어줄 수 있고, 텍스트를 확대 또는 축소할 수 있고, 전자 책갈피 또는 메모 남기기 기능을 활용해서 학습한 내용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 말이다. 그렇지만 '교육 리소스의 디지털화' 자체가 교육을 자동적으로 더 접근 가능하고, 평등하고, 몰입도 높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결국 '왜 디지털화하는가'와 디지털화한 것을 학습자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갖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생각 정리 차원에서 이제 막 구상을 시작한 우리의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보겠다.


왜 디지털화하는가

기술은 교육 콘텐츠와 학습자 사이에 튼튼하되 유연한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 때 가장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1차적 목표는 학교나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문제집을 풀고, 읽고 푸는 시험을 쳐내는 것이 STEM 교육의 전부가 아니어야 할 것. 그 일환으로 STEM 관련 게임을 만들어 많은 아이들이 STEM을 보다 가볍고 흥미롭게 접근하고, 놀이와 학습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학생들이 가진 고유한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요건들이 그들의 학습활동에 있어 장애물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다시 말해 게임은 좋은 컴퓨터와, 빠른 인터넷 속도와, 건강한 신체와 정신력을 갖추고 있어야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어떤 상황에서든지 접근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

이 부분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그대로 옮겨두어야겠다. 간단하게 말하면 학습자들이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학습 콘텐츠를 제시하고, 학생들을 몰입시키고, 그들이 배운 내용을 가장 자신 있는 방식으로 표현해낼 수 있도록 최대한의 옵션과 자율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게임을 구상해볼 참이니까, 게임의 전개가 시각적인 요소들, 혹은 청각적인 요소들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게임 플레이어가 혼자 조용히,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게임을 하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협업하고 싶은지에 대한 선택권, 게임 퀘스트를 풀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목소리 녹음, 서술, 단순 클릭 등등) 제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형성 평가를 통해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겪는 불편함을 신속하게 최소화하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수업 내용이 짧고 굵게 정리된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HzE5dj1WTSo&feature=youtu.be

벤치마킹하고 싶은 교육 상품

https://youtu.be/UEW4JeVwvps

매거진의 이전글 모두의 가치를 헤아리는 교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