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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meetskun Mar 22. 2021

공부는 머리와 엉덩이로만 하는 건 줄 알았건만

교육상품 형성평가 수업 프로젝트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 프로젝트만 하다가 봄방학이 끝났다. 

교육상품 형성평가 수업 (Formative Evaluation for Educational Products) 프로젝트는 싱가포르 National Institute of Education (NIE)에서 개발 중인 교육 애플리케이션을 사용자 입장에서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상품을 발전시켜나가는 프로젝트를 병행한다. 여기서 학생들의 주된 역할은 1) 맡은 교육 상품을 분석하고, 2) 상품을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보와 데이터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3) 평가 계획을 수립하고, 4) 필요한 정보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는 것, 5) 그리고 그렇게 개발한 도구를 직접 사용하여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는 것이다.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쓰고, 발표를 하고, 실제 상품 개발 과정에 적용하는 것으로 한 학기를 마치게 된다. 봄방학 전까지 4단계를 마무리한 나의 프로젝트 팀원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봄방학엔 수업이 없으니까 그 시간에 5단계에 착수하면 되겠다!"라며 의견을 모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당혹스러웠다.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방학이던가. 학생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방학이지!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찬물을 확 끼얹어준 팀원들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5단계의 시작은 데이터 수집 일정을 세우는 것이었다. 우리가 맡은 교육 상품의 특성상 사용자들의 사용 경험을 다양한 방법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1) 선생님 한 명이 8-12명의 학생들과 함께 교육상품을 사용해보는 경험을 관찰하는 mini lesson, 2) 상품을 직접 사용해본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포커스 그룹, 3) 1:1 think-aloud session (사용자가 상품을 사용해보면서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을 필터링 없이 바로 소리 내어 말하는 것), 4) 1:1 인터뷰를 수행하기로 했다. 이 모든 데이터 수집에 필요한 참여자들은 학생들이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 필요한 참여자 수는 대략 40명 정도. 프로젝트 팀원이 총 4명이니 한 명당 선생님/학생/UI/UX 전문가 친구들을 10명씩 섭외하면 된다. 말이 쉽지 나를 위해 평일에 1시간이 넘는 시간을 내어줄 수 있고, 영어를 편하게 구사하는 친구들을 찾아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팀원들과 시간을 맞추는 것은 은근히 도전적인 과제였다. 공부는 머리랑 엉덩이로만 하는 건 줄 알았건만, 프로젝트를 해내려면 있는 인맥 없는 인맥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학교 친구들, 남편, 동생, 한국에 있는 대학원 친구들, 몇 년 전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쳐 친구가 된 신기한 인연까지 끌어모아야 했다. 본인은 구해올 친구가 없다며 백기를 들어버린 팀원이 생기면서 내 마음은 더 급해졌다. 결론적으로는 나의 마음 넓고 적극적인 친구들 덕분에 데이터를 성공적으로 수집할 수 있었고 (내 친구들 만세 만세 만만세 ㅠㅠ), 정신을 차려보니 봄방학 마지막 날 저녁이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그룹 프로젝트는 잘 모르겠다. 나와 일 성향이 비슷한 프로젝트 팀원 한 명이랑 따로 얘기를 하다가 "난 지금 30대에 이게 무슨 일이여... 학부 그룹 프로젝트의 악몽이 되살아난다야" 했더니 자지러진다. 본인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어젯밤 두 번째로 다시 본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나온 대사처럼, 내 맘 같지 않을 때, 장애물에 부딪칠 때 배우는 것이 성공하면서 배우는 것보다 많기를. 그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정말 많이 배우고 얻게 될 것만 같다. 하하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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