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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솔 Aug 21. 2022

2. 누군가 때를 벗겨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누군가 때를 벗겨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빡빡 미는 것은 너무 아프니,

천천히 불린 후 시간을 들여 부드러이 벗겨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말도,

모두가 그럴 수밖에 없다는 말도,

때 묻지 않았으니 약아지라는 말도


그것이 과연 좋은 일이 맞는지요.


살에 덮인 때는 그렇게도 벗기려 하면서

어째서 보이지 않는 마음  그렇게 묻히고 다니는지요.


때가 묻는 곳, 굴러다니며 살아남는 일이

어째서 인정받는가요. 보람 있는  맞나요.


온갖 나를 뒤덮은 어둠이 가장 사랑하는 이들에게로

빛처럼 자꾸만 퍼져나가는 것 같습니다. 번져 나갑니다.


하지만 역시나 포기가 잘 되지 않아 힘이 듭니다.


저는 분명 성장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성장판이 닫혔습니다.


저는 그저 이 키로 살아갈 것입니다.


어떤 날은 커 보이려 높은 굽을 신을 수도,

어느 날은 보이지 않게 깔창을 깔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맨발이 찹찹하게 마룻바닥과 만나는 순간을

가장 좋아할 겁니다.


키가 작으면 작은대로, 크면 큰대로 살아가는 것이죠.

사람이 많아 치일 때, 저 멀리의 공연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겠으나,


저는 제 시선의 높이가 좋습니다.


어둠을 솟고 올라온

작고 아름다운 것이

아주 잘 보이니까요.


아, 어쩌면 자라고 싶다는 마음은

세상이 내게 심어준 거짓일지도 모릅니다.


저의 키는 여기까지이며,

저는 저의 시선, 그 높이, 그 눈빛 그대로

살아가겠습니다.


다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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