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루를 기록하고 싶다
코로나 확진 후,
둘이서 밖에 나갈 수 있었던 오랜만의 주말.
회사에 가지 않고
둘이서 걱정없이 늦잠자고 일어나
집주변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에
행복함을 느끼게 된 하루였다.
코로나로 인해 아직도 몸이 피곤하다며
10시가 넘어서까지 아침잠을 잤던 남편.
그래, 어제는 밖에 나가 데이트를 했으니
오늘은 푹자렴.
아무 말없이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10시간 넘게 잠을 잔 남편이
꾸물꾸물 귀여운 말투로 거실로 나왔다.
본인도 늦잠을 잤다는게 괜히 민망했는지..
그리곤 배고프다고 어제 잠들기전부터 외치던
맥도날드에 가자고 했다.
그가 맥도날드에 가는 이유는 햄버거가 아닌,
감자튀김 때문임을.
한달 내내 맥도날드를 갈 수 있다고 외치며
우리는 맛있게 아점을 먹었다.
역시 장사가 잘되는 맥도날드,
삼촌이 10년전 맥도날드를 차린게 신의 한수라며
우리도 맥도날드 같은 사업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텐데 라고 괜히 설렜다.
집근처 도서관.
오랜만에 느껴보는 책냄새.
어플로 책을 읽곤 하지만,
이렇게 실물 책을 읽는 건 또 오랜만이라
행복함을 느낀 시간이었다.
내 책이 아니라 밑줄 그을 순 없지만
종이 한 페이지를 넘기는 기분은 참 좋다.
손가락 끝자락에 느껴지는 사그작사그작거림이.
우리의 관심사는 재테크.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경제적 자유라는 걸,
우리도 얻고 싶다.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것이 아닌
내 시간, 내 의지, 내 결정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선택권을 얻고 싶다는 생각.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들을 이야기하기엔
도서관은 너무 조용했다.
더 읽어보고 싶은 책 한 권을 빌려
카페에 갔다.
지인들 덕분에 스타벅스 쿠폰이 쌓여가고
사용기한이 지나기 전,
음료한잔씩 마시자며 오늘도 스벅으로 향했다.
스타벅스에서 한정 판매라고 직원이 추천한
이 음료.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참 맛있다.
항상 스벅은 인기가 많다.
사람이 바글.
다들 어떤 생각들을 하고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까.
평소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나도
카페에 오면 괜히 사람들을 한 번 쳐다본다.
그냥.
집에 들어가기 전,
우리는 항상 산책을 한다.
참, 걷기 좋아한다 우리.
걸으면서 이야기하는게 제일 재미있다.
우리의 결론은 항상 하나로 향하지만,
매일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설레고 기대된다.
이런 남자와 함께 살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하다.
우리나라 결혼이라는 제도가
책임이라는 의무감으로 힘든 점이 많다고 생각하여
이를 주저하기도 했지만
단번에 결혼을 결심한 이유도
이 남자와 함께라면 평생 웃으면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
나와 참 다른데,
대화는 참 재미있다.
이렇게 주말이 또 끝났다.
다음주, 오늘이 또 기다려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