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을 그만두기로 한 날

그럼 좀 쉬어

by 엘리스

나는 힘든데도 힘들지 않은 척하는 사람이다.

오래 그렇게 살아서, 이제는 그게 성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쩌면 그것은 성격이 아니라 버릇이었는지도 모른다.


“너는 사막에서도 성을 짓고 살 사람이다.”


예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이 칭찬이었는지, 버티는 사람에게 붙는 평가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오랫동안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 무너지지 않는 사람, 아무 일도 아닌 듯 지나가는 사람.


친정엄마도 예전에는 내게 “너는 오뚝이야”라고 하셨다. 지금은 치매로 많이 여려지셔서 아이처럼 말씀하시지만, 그때의 엄마는 나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으로 보셨다. 나는 그 말을 사랑처럼 듣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강해야 하고, 무심해야 하고, 괜찮아야 한다고.


그런데 돌아보면 나는 그 괜찮음으로 나를 오래 속여왔다.


오늘은 7시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했고, 5시쯤 집에 왔다. 몸이 좋지 않았다. 머리도 아프고, 귀에서는 소리가 나고, 눈도 불편했다. 몸은 쉬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나는 한참 망설였다. 남편에게 오늘은 수영을 같이 못 가겠다고 말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몸이 아프다고 말하는 일조차 내게는 미안한 일이었다.


나는 늘 내 마음보다 상대의 반응을 먼저 살폈다. 오늘도 그랬다. 조심스럽게 몸이 너무 좋지 않다고 말했더니 남편은 생각보다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좀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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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람 곁에서 일했습니다.그 시간은 늘 보이는 문제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먼저 생각하게 했습니다. 일과 삶의 틈에서 건져 올린 질문들, 상처와 회복의 시간을 천천히 적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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