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보험의 다이나믹 프라이싱
[한국보험신문 칼럼] 다다익선과 함께 하는 인슈포트라이트
# 해당글은 한국보험신문에도 게재되고 있는 오명진 작가의 '인슈포트라이트' 칼럼입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활용으로 ‘보이지 않는 손’의 영역이라 여기던 가격 조절기능의 재현이 가능해짐에 따라 정가제가 사라지고, 수급에 맞춰 서비스나 상품의 가격을 유연하게 바꾸는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 도입되고 있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동적인 가격설정을 의미하며, 수요의 변동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을 변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실제 사례로는 항공사에서 시간대별 항공요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소비자의 개인 행동 및 특성 등을 반영해 개별화된 가격을 제시하는 데, 보험사의 경우 자동차보험과 건강증진형 상품에 이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텔레매틱스를 이용하여 운전거리와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의 운전행태를 반영하여 가격 책정이 가능한 ‘PAYD(Pay As You Drive)’와 ‘PHYD(Pay How You Drive)’ 등의 사용기반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모바일 앱 또는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하여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정도에 따라 보험료 할인률이 변동되는 다이나믹 프라이싱 방식이 적용된 건강증진형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두 상품 모두 즉각적인 보상 및 보험료 할인을 통해 안전운전을 유도하거나 건강 증진을 위해 보험가입자의 건강관리 동기를 고취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담보마다 보험료 또는 위험률을 결정짓는 요소가 모두 다를 수 있으나, 통상적으로 건강보험이라고 하는 영역에서 대부분의 질병담보는 가입자(피보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질병의 발생여부가 결정된다. 즉, 인구통계적으로 연령, 성별, 지역 및 직업이 완전히 동일하더라도 해당 피보험자의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습관과 유전력, 주변환경, 심리적인 스트레스 등 매우 다양한 요인에 의해 질병의 발생률은 다를 수밖에 없으며, 이를 반영하여 보험의 프라이싱(Pricing)에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 보험에서의 다이나믹 프라이싱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질병담보에 대한 발생률 데이터는 성별과 연령 2개의 요소에 의해서만 위험률이 구분되며, 흡연여부와 BMI지수에 따른 보험료 할인 할증의 요소가 가미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보험에서의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다른 산업에서 수요와 공급의 변동에 따른 실시간 가격체계의 변화는 아니다. 전통적인 인구통계(성별, 연령)에만 기반하여 가격을 산출하고 대수의 법칙으로 그 오차를 줄여 수지상등을 맞추는 기존의 체계에서 개별 가입자의 특성에 맞게 가격을 다양화하고 세분화하여 전체적인 위험률차의 수지를 세밀하게 맞춰가는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모 손보사에서 ‘건강나이’에 따라 보험료가 결정되는 상품을 개발하여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다가 철회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해당 상품은 실제연령, 흡연여부, BMI, HDL콜레스테롤, 혈압, 공복혈당 등 총 7가지의 건강상태에 따른 ‘건강나이’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출한다는 것이다. 기존 보험료 산출 체계에서 질병의 발생 결과의 숫자에 따른 데이터만을 반영하여 산출하는 대신에 해당 질병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들을 반영하고 수치가 좋은 피보험자에 대해 실제 연령보다 더 낮은 연령의 ‘건강나이’를 부여함으로써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최근에 출시된 건강증진형 상품 대부분이 ‘걸으면 할인한다’는 쉽지만 너무 단순한 마케팅 포인트에만 집중한 것과 달리 해당 상품의 새로운 시도가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는 생각이다.
보험의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이미 정해진 담보의 가격을 판매자의 다양한 설계 방법에 따라 다양화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동일 상품의 모든 설계 조건이 동일했을 경우, 가입자(피보험자)의 현재 상태에 따라 매우 다양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체 모수에서 일부 발생자를 도와주는 형태의 기존 보험 가격체계는 손해율이라는 아픈 실패를 항상 남긴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의 도입으로 고객별 가격 편차를 다양하게 가져가되, 전체의 모수에서의 보험비용(총 보험료)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것이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도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