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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명진 May 13. 2019

#23. 미니보험 시장의 Trigger

[한국보험신문 칼럼] 다다익선과 함께 하는 인슈포트라이트

# 해당글은 한국보험신문에도 게재되고 있는 오명진 작가의 '인슈포트라이트' 칼럼입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은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TOSS)와 함께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과 위험을 보장하는 ‘미세먼지보험’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의 미세먼지 문제가 대두되고 있어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적절한 상품 출시라는 생각을 하며, 보장내용을 차근히 살펴보았다. 

만성폐쇄성질환(COPD)과 호흡기관 암(폐암, 후두암 포함) 등 호흡기 관련 특정질병과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 등을 보장하고 있었다. 이미 기존 상품에서도 보장이 가능한 내용이며, 미세먼지로 인해 어쩌면 걸릴지도 모를 질병, 상관관계가 조금은 있다고 생각되는 질병들만 따로 발라내어 상품을 구성하였다. 상품명에 걸맞게 차별화되고 보다 보장이 쉬운 담보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다. 단순히 ‘미세먼지’ 이슈를 틈타 상품명을 정하고, 원래 보험사가 보장하던 영역의 담보를 끼워 맞춘 상품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미세먼지가 감소할수록 최대 3%까지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 역시, 미세먼지와 질병 발생률 사이의 인과관계를 따져 요율에 반영한 것은 아니며, 기존에 책정된 사업비(유지비 등)에서 최대 3% 정도의 할인만큼 보험사의 사업비차 이익 감소를 감안해 상품을 개발했을 것으로 보인다.

‘트리거(Trigger)’, 방아쇠 혹은 반응사건을 유발한 계기 등으로 해석되는 영단어이다. 보험에서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는 사유 즉, 보험 트리거의 매력도가 미니보험에서는 매우 중시된다. 100세까지 장기간의 보장을 해야 했던 기존의 장기보험 영역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보다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험기간이 짧고 보장범위를 좁혀 단순화시킨 미니보험 트리거는 소비자가 느끼기에 가능한 보장이 쉽다고 느껴져야 한다. 토스의 미세먼지 보험에서 보장하는 질병이 미세먼지와 상관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나 방아쇠가 아주 단단해 쉽게 발생하지 않는 보험사고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며, 소비자도 ‘미세먼지’라는 타이틀만 보고 유입이 된 후 금새 실망해 가입까지 이어지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부보할 수 있는 위험의 영역이 될 수 있을지는 보험사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겠으나 소비자가 미세먼지보험이라는 상품명을 보고 유입 되었을 때의 기대치는 미세먼지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로 트리거를 정하고, 소액의 금액만이라도(예를 들어 마스크 구입비용) 보장해 줄 수 있는 정도를 예상할 것이다. 그것이 미니보험이 추구하는 상품의 방향성이라 생각하며 기존 상품의 레이아웃에서 단순히 자르고 끼워 맞추는 형태의 상품 구성으로는 이제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보험시장에 진출한 토스가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상품을 런칭하고 싶은 니즈는 강하나 보험사와의 협업 과정에서 미니보험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미니보험 시장의 상품의 차별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다른 모바일 금융 플랫폼 뱅크샐러드가 보험사와 협업하여 ‘on-off 스위치 보험’을 10월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토스의 미니보험과 달리 차별화된 보장 혹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소재가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초 가입 당시의 정보입력 한 번으로 이후 가입시의 보험가입 절차를 혁신적으로 줄이고 편의성을 극대화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은 잦은 해외 출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가입을 대비해 이 상품을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가입의 편의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고객이 인지하는 순간 재구매율(Retention Rate)은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것이 기존 해외여행보험 시장에서 이미 어느 정도는 입증이 되었기 때문에 수초만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는 순간 많은 수의 보험가입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자보험은 여행 준비 리스트 중에 중요도는 높지 않으나 꼭 준비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가입이 불편하거나 번거로운 절차에 사람들이 쉽게 가입을 포기하기도 한다. 뱅크샐러드의 여행자보험은 새롭게 보이려고만 하는 담보 구성보다는 여행자보험에서 가장 중시되는 가입 편의성 극대화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미니보험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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