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험신문 칼럼] 다다익선과 함께 하는 인슈포트라이트
금융당국이 AI(인공지능) 보험설계사를 금융샌드박스를 통해 특례로 인정했다. 소비자가 원할 경우 24시간 언제나 보험가입 상담이 가능하고 불완전판매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 허용된 것이다. AI의 법인격과 기존 보험설계사의 고용과 관련하여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AI의 불완전판매 발생 시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에 대한 이슈이다. 금융당국은 모든 민원, 분쟁, 소송 등은 보험사가 1차 책임을 지도록 조건을 부가하고 우선 테스트를 허용하고 있다.
보험의 설계, 특히 장기 인보험은 개별 소비자의 보장에 대한 니즈, 재무상황 등 여러 요소들을 감안하고 상담을 통한 컨설팅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 과정에 상품의 담보와 보험료 등의 명시설명의무를 다하고 소비자의 자필서명으로 계약이 체결된다. 쌍방의 합의에 의한 계약이 아닌, 당사자 일방이 내용을 미리 결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따를지 말지를 결정하는 부합계약의 성격이 강하므로, 불완전판매도 다수 발생하는 영역의 금융상품이 바로 보험이다.
AI와 대면 보험설계사 간 불완전판매 발생 비율의 비교에서 설계사가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또한, AI가 머신러닝 등을 통해 소비자의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 여러가지 설계 형태를 학습해가며 결국엔 최적의 플랜을 제안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였을 때, 설계사의 설계력과 컨설팅 능력이 AI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대면이라는 것은 고객과의 관계에 있어 아직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영역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장처럼 찍어내는 플랜과 회사의 상품 또는 U/W 이슈의 영업에서 고객에게 업셀링의 부담을 떠 안기는 푸시 영업의 보험상품 판매형태에서 대면 설계사가 AI보다 탁월한 컨설팅 능력을 갖추고 있다 말할 수 있을까? 소비자가 가입한 상품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였거나 허위의 내용 혹은 과장된 내용으로 인식하는 경우 또는 설계사의 오류로 인한 오안내 등이 불완전판매에 해당된다. 실제 설계와 판매의 과정에서 AI보다 확실히 적은 불완전판매율을 보일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화, 인터넷 등의 비대면 채널이 대면 채널을 아직까지 능가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객과의 가장 가까운 접점에서 그들의 니즈와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면 보험설계사는 현재까지 대면을 통한 그 모든 것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설계사의 우위는 AI라는 경쟁자를 만나게 되었으며, 사람이기 때문에 놓칠 수 있는 부분, 사람이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의 최적 상품 제안보다 본인의 소득에 더 치중할 수 있는 부분 등으로 인해 AI와의 경쟁에서 반드시 우위에 있을 수만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실시간에 가까운 빠른 보험료 비교와 보험상품의 보장분석도 대면으로 만난 보험설계사의 몇 마디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도 아직은 많다. 하지만, 소비자의 보험에 대한 구매 형태가 바뀌어 가고 있다. 다른 산업에서는 이미 대면의 판매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고, 보험 또한 시간이 조금은 걸리겠지만 이러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또한 보험사 입장에서 고비용의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설계사 채널을 유지하는 이유는 아직까지는 효율이 나쁘지는 않기 때문이며, AI가 대면 설계사 채널보다 소비자에게 더 매력적이고 비용 측면에서 고효율의 채널이라고 인식되는 순간, 어디에 집중하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AI는 대면 보험설계사가 갖고 있는 상품분석과 설계 역량을 훨씬 뛰어넘은 설계사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반면, 대면의 설계사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극복하지 못하는 부분 또한 존재할 것이다. 결국 앞으로 채널에서의 향방은 AI 설계사와 대면 설계사를 놓고 볼 때 소비자가 어떤 채널에 더 많이 공감하고 지지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