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by 홍윤표
카메라: OLYMPUS OM-1 / 필름: Fujicolor C200 / 일자: 26.03.

전 식물 기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적 유난히 화초를 좋아하셨던 어머니 덕분에 집에 크고 작은 화분이 엄청 많았는데, 화분 때문에 집에서 제대로 놀지 못하는 게 싫었던 겁니다. 실제로 형과 집에서 공놀이를 하다 화분 입사귀를 꺾어서 어머니께 된통 혼나기도 했죠.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조그만 화초를 몇 번 가져온 뒤론 조금씩 식물을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무척 좋아해서 일부러 조그마한 화분을 사기도 했죠. 매번 어머니집에 갈 때마다 늘어선 화분을 보며 고개를 젓던 제가 설마 제 손으로 화분을 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 마음이야 어찌 됐든, 아이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화분을 들여다봅니다. 전 봐도 잘 모르겠는데 아이는 기가 막히게 식물이 변하는 걸 눈치챕니다. 어, 줄기가 조금 올라왔어. 어, 꽃봉오리가 솟았네. 아이의 말을 듣고 자세히 들여보아야 그제야 변화를 눈치챕니다.

화분 속에서 새삼 작은 것들의 힘을 봅니다. 작은 새싹, 줄기, 꽃봉오리가 돋기 위해 힘을 쏟아붓는 걸 봅니다. 세상에서 차지하는 지분은 작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경이를 봅니다.

화분을 보며 봄을 집안 깊숙이 들입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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