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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스크라 Jun 29. 2021

아웃도어 브랜드의 사회적 의무와 가치지향적 소비

마케팅과 거짓말은 다르다.

※ 이 글은  '인사이드 아웃도어' (리리 퍼블리셔)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하고, 최근의 환경 이슈를 반영하였습니다.


최근 '지속가능성'과 ESG[1]를 마케팅의 소재로 여기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진정한 '지속가능성'과 가치지향적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영리한 자본의 속셈을 제대로 알아채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예쁜 쓰레기'를 대량 생산한 후 수억의 광고 비용을 들여 스타 마케팅을 벌인 후 그 비용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지속가능성과는 거리가 한참 먼  마케팅 방식, 백화점-대리점-아울렛으로 이어지는 낡은 유통 방식, 끝내는 대량 폐기에 이르는 의류 비즈니스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SNS의 유명인들을 동원하여 플로깅하는 것을 홍보하며, '지구를 구하겠다!' 목청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소위 '인싸'들을 모아서 플로깅 행사를 벌이며,  '친환경'을 이야기하고 지구를 구하겠다는 염치는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바이지만 '착한 자본'은 없다.


재화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는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한 방식이다. 가치지향적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21세기의 스마트 컨슈머들이라면 브랜드가 말하는 스토리의 진정성,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을 좀더 엄격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브랜드가 홍보하는 스토리 너머에는 어찌되었건 자본의 이익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으나 강력한 중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블랙홀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블랙홀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세상에 영리한 자본은 있으나 착한 자본은 없으며, 지혜로운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견인할 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하여 한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8년 OR Show[2]가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에서 열리다가 갑자기 콜로라도의 덴버로 옮기게 된 일화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당시 미국 트럼부 정부의 내무부는 공공 토지를 축소하고 개발하는 정책을 최종 승인하였는데, 특히 유타 주지사는 자연 유산 보호안을 폐지하고 개발하는 결의안에 찬성하였다. 이에 파타고니아를 시작으로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공공 토지 축소 정책을 반대하며 유타주에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유타주에서 열리는 OR 쇼 참가를 거부하였다. 결국 OR 쇼 주최측은 이들의 항의를 받아들여 보다 진보적이며, 환경보호에 적극적인 콜로라도의 덴버로 개최지를 옮기게 된 것이다.


2018년 자연환경 보호라는 사회적 아젠다 때문에 OR 쇼의 개최지를 변경한 것에 대해 수많은 아웃도어 매니아들이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동참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OR 쇼 개최지 변경 일화는 아웃도어 비즈니스의 기반이 자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자연환경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공언한 뜻깊은 결정이었다. 이제 자연환경 보호는 관련 환경단체만의 아젠다가 아니며 아웃도어 관련 기업들이라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해야하는 사회적 의무가 있는 것이다. 지금의 기후위기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인간 활동에서 더욱 가속화된 것이고, 인간 활동의 대부분은 기업의 생산활동이다. 인류는 이미 너무 많이 생산하고 있으며, 너무 많이 폐기하고 있다. 특히 의류 산업은 그 중심축에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의 본질을 자각한 소비자=시민이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예쁜쓰레기 #그린워싱 #지속가능성 #ESG #가치지향적소비



[1]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환경' 뿐 아니라 지역사회 기여나 고용평등, 시민민주주의의 가치 등 사회적인 이슈를 포함하는 '사회', 더 나아가 윤리적 경영, 투명 경영 등을 포함하는 '지배구조'를 지표화하여 기업의 비재무적인 사회적 책임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2] Outdoor Retailer Show. 미국에서 해마다 2회 열리는 세계 최대 아웃도어 전시회로서 20년간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에서 열리다가 2018년부터 덴버로 옮겨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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