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스크라 Sep 06. 2021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라!

'익숙함'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

한때 담배를 피는 모습이 TV 방송에 아무렇지 않게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 아니라 불과 몇년 전의 일이다. 뭐 그렇게 따지자면 불과 26년 전은  대부분의 성인들이 기억하고 있을 고속버스에서의 흡연도 아무렇지 않던 시절이었다. 1995년에 이르러서야 국민건강 증진법 제정에 따라 대중교통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되었다.

대중교통에서도 아무렇지 않았던 흡연(자료사진: KTV)

창문도 제대로 열 수 없는 꽉 막힌 고속버스에서 흡연을 할 수 있었다니...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잘 되지 않지만 나 역시  옆자리 승객의 양해 따위는 묻지도 않은 채 버젓이 담배를 피웠다.이런 변화들이 흡연자들에게는 불편한 일이고, 흡연자의 '권리'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불편은 불편할 뿐이지만 담배연기를 억지로 마셔야 하는 비흡연자들의 건강권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어느덧 공공지역에서의 금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받아들일 뿐 아니라 길에서 담배를 물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보면 불쾌해진다. 나 역시 불과 몇년 전에 담배를 물고 길을 걸었는데 말이다.


줄 서서 개고기를 먹던 시절

흡연 문제만은 아니다. 기억을 더 소환해보자.

나는 원래 개고기를 먹지 않았고, 수년 전부터는 반려견과 한집에 살고 있어서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지 않길 바라지만 그렇다고  브리짓 바르도(Brigitte Bardot)처럼 한 나라의 오랜 문화를 그저 단순히 야만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 발의 중인 동물보호법 개정안 중에는 '누구든지 개나 고양이를 도살·처리하여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개고기를 먹는 일은 불법이 된다.

개고기 관련해서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강남에서조차 주택가 한편에 '보신탕'집이 있었고, 흰 와이셔츠를 입은 직장인들은 복날이면 예약을 하면서까지 탐욕스럽게 개고기를 먹었다.  나는 당시  줄 서있는 그들을 '야만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주 드물게 남아있는 보신탕이라는 간판을 보면 낯설고,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이제는 그들이 '야만인'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는 담배보다 덜 해로운가?

그린피스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발자국은 생수 PET병 96개, 일회용 플라스틱컵 65개, 일회용 비닐봉투 460개로 나타났다. 세 가지 품목을 더하면 한국인은 일 년에 약 11.5kg의 플라스틱을 소비한다. 우리가 1년간 쓰는 플라스틱컵은 연간 33억개이며, 플라스틱 연간 소비량으로 계산하면 586,500톤으로 중형 승용차 거의 50만대의 무게에 해당한다. 

팬데믹 시대에 배달 음식이 전례없이 급증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사정은 더 나빠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렇지 않게 TV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지금 당장 담배만큼 해롭지 않기 때문인가? 나는 담배나 보신탕 만큼, 아니 오히려 우리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더 해롭다고 생각한다. 분해되기까지 500년, 그러니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만약 플라스틱 컵으로 커피를 마시고 버렸다면 2021년 오늘 아직도 썩지 않은 채 유물로 발견될 수 있다는 뜻이다. 도대체 저 영생불멸의 플라스틱 컵이 그럼에도 공영방송조차 공공연하게 등장하다니...곧 이런 장면이 '야만'스럽게 느껴지길 바랄 뿐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라!

토론 방송의 유튜브 화면 갈무리

TV 방송에서, 특히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든 음료가 등장한다. 그것은 PPL일수도 있는데 나는 지금 당장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음료를 화면에서 빼야한다고 생각한다. 담배 연기나 보신탕처럼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도 우리는 불편하게 여겨야 한다.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던 담배 피는 모습이 지금은 불쾌하게 느껴지고, 개고기 식용 문화가 역겨워지듯이 TV화면에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불쾌하게 느껴진다면 우리는 플라스틱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 익숙함'을 깨는 일, 변화를 일으키는 첫단추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공영방송부터라도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의 화면 등장 금지를 의무화시킬 필요가 있겠다.


*첨부 사진은 흔한 사례의 하나일 뿐 특정 프로그램을 디스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즐겨보는 프로그램의 하나입니다.


#제로플라스틱 #제로웨이스트 #ZEROPLASTIC #ZEROWASTE #변화를일으키는행동

작가의 이전글 지속가능한 아웃도어와 패션산업의 그린워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