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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닭 Jan 15. 2019

가족에게 나를 드러내기

우울에 대하여

  성인이 된 후로 무기력을 동반한 우울함이 심해졌다가도 괜찮아지고는 한다. 괜찮다 싶으면 다시 안 좋아지고. 계속 반복된다. 내 치부를 가족에게 드러내는 게 어려웠다. 가족에겐 한 번도 말해본 적이 없고 나를 지나간 연인들에게만 말했다.

  여기까지 와서 똑같이 지내고 있자니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이모와 얘기를 해야 한다는 친구의 설득으로 어렵게 얘기를 꺼냈다. 처음엔 당황해하시면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얘기를 하셔서 힘들었다. 지금은 내가 어떤 상황인지 받아들이신 것 같다.

  이모와 나는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모는 어떤 틀 안에 있어야 하고 계획이 있어야 한다. 대화할 땐 결론을 내려야 마음이 편해지신다. 난 답답하다. 모르겠는데 뭔갈 바로 정해야 하고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뿐이라. 나도 그렇게 하려고 하지만 매번 갇혀있는 느낌에 사무친다. 난 생각을 오래 하는 편이라 대화를 할 때 결론을 바로 내리지 않는다. 이모는 소위 흔히 말하는 어른들이 가진 사고방식. 나는 젊은 사람이 가진 사고방식으로 아무리 얘기를 해도 서로를 이해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고민했고 망설였다.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기에.

  지난 한 주는 나에게 있어 큰 한 걸음을 내디뎠다. 내 속에 곪은 무언가를 보여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이모도 어딘가에 갇혀있는 말이 아닌 본심을 보여주신다. 우리의 대화는 정형화된 틀을 조금씩 벗어난다. 가족은 서로가 너무나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다. 유전자는 무시하지 못하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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