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문학, 공무도하가
오래된 시는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워서 읽는 것 자체를 기피했다. 그렇지만 한국 고전을 읽겠다고 다짐을 한지라 다시 공부를 했다.
공무도하가 본문
公無渡河(공무도하)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공경도하) 임은 마침내 물을 건너시네
墮河而死(타하이사)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何(당내공하) 가신 임을 어이할꼬
무슨 내용일까?
이 시가는 사랑하는 임을 여읜 슬픔을 노래한 고대 가요이다. 화자는 임에게 강을 건너지 말라고 애원하는데 임은 간절한 만류를 뿌리치고 물을 건너다 빠져 죽고 만다. 임을 잃은 화자의 애절한 심정이 마지막 구절에 집약되어 있다.
언제 발표됐을까?
공무도하가는 고조선 때 나온 고대 순수 서정시 가다. 이 작품은 노랫말이 남아있는 최초의 작품 중 하나이다. 고대 시기에는 책을 내거나 문예지에 기고를 할 수 없어서 구비문학이 존재했다. 이 시기의 가장 큰 고민은 ‘국가 설립’이었다. 국가를 형성하고 이끄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는 ‘영웅’적인 모습이 있어야 했다. 갑자기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면 혼란과 싸움만이 오고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화를 만들어서 사람을 신격화했고 그 후 입으로 퍼뜨려서 사람들이 수긍하게 했다.
애절한 마음이 담긴 시가. 다른 의미는 없을까?
고전 시가나 전설, 신화 같은 이야기는 구비문학이 많기 때문에 배경 설화가 중요하다. 당시 상황을 알아야만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구나’ 하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배경 설화는 뭘까?
공무도하가는 곽리자고 라는 뱃사공이 새벽에 배를 손질하고 있는데 백수광부가 머리를 풀고 술병을 낀 채 물살을 헤치며 건너려 하였다. 그의 아내가 뒤따르며 막아 보려 했으나 막지 못하고 익사했다. 그의 아내는 공후를 타며 ‘공무도하’라는 노래를 지었는데 소리가 매우 구슬펐으며 노래를 마치고는 스스로 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곽리자고는 집으로 돌아와 아내인 여옥에게 이야기를 했고, 여옥은 백수광부의 아내가 부르던 노래를 공후라는 현악기를 뜯으면서 다시 노래로 불렀다.
백수광부는 누구를 상징화했을까?
백수광부는 무당의 모습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고조선의 국가 체계가 확립되면서 민간 무당을 배격했다. 임금이 있기 전에는 무당이 사람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었나 보다.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얘기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죽은 혼을 다루는 자가 국가를 이끌어간다는 건 헛소리 같다.
왕이나 지금 시대의 대통령 같은 분은 같은 사람인데도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세상을 넓고 멀리 보는 안목이라던지, 남들은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불편함이라던지, 국민을 설득하는 언변 같은 것들. 그렇기에 국민들 지지로 국가를 다스릴 수 있다.
아마 무당도 같은 맥락이었을지도 모른다. 굿이나 기도를 하던 시대에는 더더욱. 무당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없는 능력이 있기에 존경받았을 것 같다. 단지 능력이 본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곳에 의지하는 방식이지만. 만약 무당이 본인의 능력이었다면 나라를 조금 더 오래 다스렸을 것 같다.
왜 서정시일까?
공무도하가를 놓고 두 가지로 해석을 할 수 있다. 하나는 내용 그대로 임을 잃은 슬픔을 노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당으로 비유해서 임금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국가 성립 전에는 주술적인 신앙을 했다. 신에게 기도하는 게 중요했고 세상이 어려울 때 도와줄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백성들의 바람은 굶주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왕이 등장하니 백성들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이 시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집단의 노래에서 개인의 노래로 바뀌어가는 과도기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까마득한 고조선? 왜 중요할까?
고전시대의 문학작품은 국가 성립에 힘을 썼다. 고조선, 삼국시대 같은 최초의 국가이다 보니 더 중요했다. 그래서인지 신화나 전설이 많다. 고조선이 설립되기 전까지는 연회를 열어서 굿, 잔치, 연기 같은 모든 행사를 한 번에 했다. 종이에 뭔가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말과 몸으로 표현했다. 요즘 말로 하면 문학활동이다. 문학활동 안에는 주술적인 면모가 있었다. 그렇기에 글로 남겨진 ‘공무도하가’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단체 신앙인 굿이 아니라 개인의 정서를 담아서 노래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