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학기 한국어 수업을 정리하며
10주간 이어온 한국어 수업이 끝났다. 10주는 짧은 시간이다. 특히 초급 1에서는. 처음에는 학생 고향에서 한국 입국까지 시간이 걸린다. 비자와 코로나로 정신이 없다. 한국에 도착해 격리가 끝난 뒤에는 새로움에 낯설어한다. 아시아 문화가 비슷한데 한국만의 문화는 다르다는 걸 학생들이 깨닫게 된다. 수업 와서는 한글을 낯설어하다가 이제 좀 알아가려고 하면 끝나는 기간이다. 그래서 학생들과 헤어져도 덤덤하다. 워낙 순식간이라 뭘 느낄 새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학기는 조금 다르다. 학생들과 쿨하게 헤어졌지만 마음은 허전했다. 눈물은 안 나는데 속으로는 울었다. 헤어지는 것에 무던한 편인데도 학생들이 떠나가니까 빈자리가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업 시간에 케미가 잘 맞았다. 처음에는 조용한 줄 알았더니 점점 병맛을 보여주는 학생들과 나. 문법 설명할 때도 농담을 많이 주고받았고 말하기 연습시간 때마다 연기하면서 재미있게 공부했다. 너무 웃어서 광대가 아프고 우는 날이 많았다. 타인이 보면 또라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면서 학생들과 교감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준비한 것 이상으로 잘 받아줘서 고마웠다.
같은 반 팀티칭 선생님들도 좋으셨다. 온화하시지만 10년이나 근무하셨다. 외강내유 그 차제이신 분들. 그에 비하면 난 1년도 안 된 신생아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응애 울어버렸고 선생님들께서 잘 보듬어주셨다. 선생님들께서 먼저 다가와주신 덕분에 수업 팁도 많이 배웠고 다른 일을 어떻게 하시는지도 배웠다. 무엇보다 신입인 나를 존중해주셔서 감사했다. 선생님들께 많이 배운 건 '마음을 바로 표현하기'인 것 같다. 동료 선생님들과 학생들하고 어디까지 선을 지켜야 하는지, 어디까지 내가 오지랖을 부려야 하는지 몰랐다. 너무 가까워져도 안 되고 멀어도 안 되는 사이 같거든. 단지 수업만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기말 시험 끝난 후에 팀티칭 선생님께서 수업 사진을 모아서 영상을 만들어 주셨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을 위해 만드셨는데 공유해주셨다. 1분가량 짧은데도 뭉클했다. 음악은 왜 그렇게 슬픈 건지. 영상을 보고 또 보면서 빈자리가 조금은 채워졌다.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마음이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3학기 동안 나는 생존에만 초점을 맞췄다. 잘 가르치기, 재미있게 가르치기, 계약 연장 성공하기. 이 세 가지가 나에게 큰 화두였고 이것만 보고 달려왔다.
여기까지 쉼 없이 달려왔으니까 이제는 타인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오글 거리는 말은 못 하겠지만, 진심을 담아보고 싶다. 마음을 표현하는 데 인색한 나는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같은 말은 어렵다. 학생들에게 한 번도 안 하고 '잘하고 있다, 괜찮다'는 말을 더 많이 했다. 좋은 마음은 속으로만 말했다. 10주간 스쳐가는 인연인데도 소중하게 대하시는 선생님들을 닮고 싶다. 선을 지키면서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을 닮고 싶다. 최종 목표 학교에서 객원강사로 짧게 일해보고 좋은 선생님들과 좋은 학생들을 많이 만나서 좋았다.
강의평가와 카카오톡, 시험 끝나고 해준 말들 모두 오래 기억하고 싶다. 두고두고 생각나겠지.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는데, 조금 더 노력해봐야지. 최종 목표 학교에 자리 잡을 때까지. 쉴 틈 없이 달렸으니까 좀 쉬고 또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