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건 사람이지만 믿음을 주고 싶다
1.
거지 같은 일상을 견디는 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눈물이 날 정도로 마음이 아파. 그동안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편지도 쓰고 사주도 보고 웃겨 보려고 해 봤지만 여전히 넌 지옥 같은 삶을 견디고 있구나. 작년까지는 네 경력에 금이 갈까 봐 버텨보라고 했지만 정 힘들면 그만둬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넌 뭐든 할 수 있는 잠재성이 있어서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회사에서 주는 돈이 뭐가 중요하니 네가 제일 중요한데.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하고 옆에 있을 거라고 했던 말만큼은 꼭 지킬 거야. 저번달 말에 만났을 때 이 얘기를 해줄 걸 그랬어. 무조건 버티는 게 능사는 아닐 텐데 왜 조금만 더 버티라고 했을까? 헤어질 때 봤던 네 눈이 자꾸 떠올라서 또 슬퍼지려고 해. 다음 주에 널 만나면 내 얘기 잔뜩 하려고 했는데 이 얘기를 해야겠어. 솔직히 내가 네 상황이었다면 진작 때려쳤을 것 같아. 난 네가 자주 웃는 걸 보고 싶어. 그러면 나도 행복해질 것 같거든. 너 행복이 내 행복이라는 걸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지만, 부담을 주고 싶진 않다.
2.
오래전부터 생각했지만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이다. 사람 때문에 힘들고 사람 때문에 개고생 하고 사람이 뒤통수 때리고... 믿을 사람 하나도 없으니까 쉽게 마음을 열어서도, 믿어서도 안 된다. 상처만 남으니깐.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날 믿어달라는 말은 안 한다. 대뜸 믿어달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도 없을 듯.
그렇지만, 세상에 아무도 믿지 못한다면 삶이 너무 팍팍하고 버티기 힘들 것 같아. 편협한 시선으로 인생을 바라본다면 무엇보다 본인이 제일 힘들 것 같아. 내가 그랬거든. 누굴 쉽게 믿진 않지 않는다 해도 내가 믿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고 싶다. 언젠간, 날 믿어도 된다고 말로 내뱉을 수 있을 때까지. 그러면, 개고생 하고 힘들고 가끔 뒤통수를 세게 맞아도 쉽게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냥 이런 날도 있지 뭐~ 하면서. 이상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