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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정 Feb 23. 2024

'엄마'란 무엇인가?

완벽한 인간이 없듯,  완벽한 엄마도 불가능합니다.

아이를 낳고 나는 질문이 되었다.     

 

임신이 이렇게나 생경한 변화와 고통으로 가득한 것이었나? 출산이 이렇게나 아이의 탄생과 나의 죽음 사이를 오가는 공포의 순간이었나? 육아가 이렇게나 극한의 노동이었나? 그 노동은 왜 한쪽 성별에게 이리도 가혹하게 쏠려 있나? 돌봄은 개인의 몫인가? 돌봄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돌봄이 필요한가? 아이로 인해 환희와 분노, 행복과 좌절, 기운과 피로를 동시에 느끼는 것은 이상한가? 요동치는 나는 정상인가? 무너지는 나는 나약한가? 모성애는 정말 본능인가? 내가 낳은 아이는 나보다 무조건 소중한가? 희생의 주체는 엄마인가? 엄마는 무엇인가? 그리고 아이를 키우며 앞으로도 나는 계속 질문이 될 것임을 알게 되었다.      


정답 없는 질문, 질문하는 질문, 파동하는 질문 속에서 적어도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질문이 될 시간을 오래오래 살아가야 함을 안다.      



그 질문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이 책의 글이 ‘배부른 고통’처럼 보일까 많이 고민했다. 아이를 갖고 싶어도 못 갖는 사람, 쌍둥이와 둘셋도 키우는 엄마. 나보다 먼저 엄마가 된 모든 이들. 그들 앞에서 내 고통은 한없이 작아졌고 문장은 자주 삭제되었다. 생애 처음으로 한 생명을 보살피고 있는 나는 기껏해야 엄마인 것 같았다. 내 모든 경험은 서툴고 어설프며 낯설고 부족한 것이었다. 투정과 한탄, 후회와 실패가 가득한 말들. 과연 그 이야기들을 쓰는 것이 맞을까. 매번 괴로웠다.   

   

하지만 엄마가 된 나는 알게 되었다. 말하지 못하고 기록되지 못한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이 너무 오랫동안 저평가되었다는 것을. 그렇게 한 존재의 고된 삶의 시기가 통째로 단순화되었다. 열 달의 임신 기간 동안 겪는 몸의 변화와 출산의 고통, 미숙하고 혼란스럽고 고달픈 육아의 길고 복잡한 이야기가 아이의 성장과 함께 다 사라졌다.      







갓 태어난 아이에 대한 말과 기록, 연구와 조사는 성장 시기별로 넘치는데 갓 태어난 엄마에 대한 관심과 고찰, 당사자의 생각과 이야기는 적고 감춰지고 미화되었다. 출산과 출생은 어쩌면 주어만 다른 같은 단어일지 모른다. 아이가 태어날 때 나도 엄마로 태어났다. 배 밖으로 나온 아이가 마주하는 모든 것이 낯설 듯 엄마가 된 내가 마주하는 세상도 다 생소했다. 그동안 이미 살아왔다고 익숙한 삶이 아니었다. 아픈데 참아야 했고, 고단하고 우울한데 견뎌야 했으며, 처음인데 잘해야 했다. 아이 앞에 엄마는 그런 존재여야 했다. 차근차근 익히고 천천히 익숙해질 수도 없는, 배 속의 아이가 나오는 순간 한꺼번에 되어야 하는 게 엄마였다.     

 

나는 항상 궁금했다. 여성이 엄마가 되는 것은 선택이고 많은 선택에는 책임과 회한이 있기 마련인데 왜 유독 이 영역에는 의무만 있고 후회의 말은 없는가. 아이를 낳고 너무 아팠다는 말, 힘들었다는 말, 아이가 주는 행복만큼이나 불행도 있다는 고백은 나약하다 여겨지고 공격받아야 하는가.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분노와 애정’의 양가감정으로 사실 제일 괴로운 것은 엄마 자신이다. 세상엔 엄마를 향한 평가와 응원, 격려와 충고가 동시에 쏟아져 힘이 나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다.  

    

희생과 헌신, 무조건과 당연함. 유독 엄마 앞에 찰싹 달라붙은 이런 시선이 한 인간을 좌절하게 한다. 모성애 넘치는 여성, 완벽한 엄마라는 판타지를 만들어 사회는 양육과 돌봄을 개인에게 짐 지우고 물러나 있었다. ‘특정 사회에서 사람들이 호소하는 고통은 그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성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나도 그 판타지 안에서 홀로 분투하며 괴로워한 시간이 있었다.     





 책 <질문이 될 시간> 중에서






산후우울증으로 고생할 때 찾아 읽게 된 정신의학신문에서 본 문장을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두고 두고두고 읽었다. ‘완벽한 사랑, 완벽한 헌신, 완벽한 돌봄. 그런 건 없다.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이상적인 사랑을 설정한 후 나와 비교해서 괴로워하지 말라.’ 하지만 나 또한 빈틈없고 완전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스스로를 옥죄고 답답해했음을 고백한다.     


고통은 알려지지 않았고, 알려지지 않은 고통은 잊혔고, 그렇게 전혀 나아지지 않은 채 똑같이 반복되었다. 우울과 분노는 한 사람의 가슴속에서만 남아 곪아가고. 인류의 절반 가까이가 아팠는데 그 통증은 여전히 줄어들 줄 모른다. 또 누군가 그렇게 무지한 채로 희망과 행복에만 기대를 건 채 임신을 한다. 이제 막 엄마가 된 여성의 우울이 시작된다. 엄마의 고통을 엄마만 안다. 그래서 결국 엄마가 모든 고통을 떠안는다.      


아이가 하나라고 덜 힘든 게 아니라 아이가 둘 셋이면 더 힘든 거라고 생각한다. 육아라는 노동 자체의 기본값이 높은 것이다. 고통은 자체로 이해받아야지 정도로 비교되어서는 안 된다. 생애 가장 혼란스럽고 고단한 육아라는 노동, 한 분야의 힘겨운 노동이 너무 오랜 시간 평가절하되었고 폄훼되었다. 참으라고, 다 그런 거라고 하는 말들과 나만 유별난 것 같은 자기 검열과 달라지지 않는 인식과 한쪽으로 치우쳐진 돌봄, 예산만 늘리는 간편한 출산 정책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이 모든 해결책의 시작은 고통의 목소리다. 겨우 엄마인 나는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나는 결코 임신, 출산, 육아의 고통을 말하며 그것을 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좀 더 수월하게, 좀 덜 아프게, 모두 행복하게, 잘해보자 말하려는 것이다. 알고 준비하고 함께 공감하며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잘 성장하자고 독려하고 싶은 것이다.  



책 <질문이 될 시간> 중에서




   

내 고통을 말하면 누군가의 고통도 더 잘 들릴 거라 믿는다. 고통이 고통을 만나면 배가 되는 게 아니라 위로가 됨을 안다. 돌봄과 양육. 각자의 경험치가 너무나 달라 쓰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그러므로 각자 경험한 이야기가 필요한 영역이다. 공통지점을 찾고 중간영역을 책정해 필요한 도움과 개선해야 할 점, 바뀌어야 할 인식과 만들어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힘든 것처럼 모두에게 이해받는 글을 쓰는 것도 힘든 일이다. 가능은 하겠지만 그만큼 문장도 단어도 주제도 커질 것이다. 큰 말은 핵심과 실체를 담지 못한다. 그런 기록은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제왕절개를 하던 순간에도 과정과 감각, 감정과 생각을 잊지 않으려 애썼다. 임신, 출산, 육아의 진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된 내가 기록할 수 있는 글과 할 수 있는 말이 따로 있다고 믿었다.아이가 잠들면 힘겹게 글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 이야기가 필요한 누군가와 어딘가가 있을 거라 믿는다.     


엄마가 된 우리는 질문이 될 시간을 산다. 질문이 될 엄마들. 깊고 두꺼운 질문을 안고 잘 살아가기 위해 또 질문을 한다. 대답과 정답 대신 또 다른 질문이 돌아와도 좋을 것이다. 질문은 사유를 만들고, 사유는 우리를 좀 더 단단하고 괜찮은 엄마로, 여성으로, 인간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나는 질문을 하기 위해 쓰기도 했지만, 질문하지 않기 위해 쓰기도 했다. 타자와 세상에 묻는 질문만큼이나 나에게 던지는 질문도 필요했다. 물음표를 피면 느낌표가 되듯 오므리고 펴낸 생각들을 이곳에 담았다.     


질문이 된 사람들, 질문이 될 사람들, 생의 여러 질문을 품고 우린 또 살아간다.     











안녕하세요. 임희정입니다.

저의 두 번째 책 <질문이 될 시간> 북토크를 합니다.


‘엄마’가 되고 나서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는

엄마가 아닌 사람들은 ‘엄마가 되어도 나를, 내 일을 멈추지 않고 살 수 있는지’이고,

엄마인 사람들은 ‘어떻게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글까지 쓰며 살 수 있는지 ’입니다.


그만큼 여성과 엄마에게 가장 큰 고민은 출산 후에도 ‘나’를 지키며 사는 일이에요.

왜냐하면 그게 가장 어렵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될 사람들이 품고 있고, 엄마가 된 사람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질문,




‘어떻게 하면 나를 잃지 않고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을까요?’




저도 임신 때부터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썼습니다.


이런 결의 질문들을 다시 잘 가다듬어 독자와 여성과 엄마들을 만나러 갑니다.


북토크 신청받고 있어요! 신청 링크 남겨둡니다 :)

2월 27일 저녁 7시 북티크에서 만나요~!






[질문이 될 시간 북토크 안내]


✔ 장소: 북티크 (마포구 독막로 31길 9)

✔ 사회 : 오마이뉴스 이주영 기자

✔ 일시: 2월 27일(화) 오후 7시

✔ 참가비: 무료 (보증금 5,000원 / 보증금은 당일 참석한 분들에게 100% 환급)

✔ 신청 방법: 신청 링크 클릭!



▼북토크 신청하기 링크

https://vo.la/bK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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