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요즘 코로나19로 잔뜩 움츠렸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조금씩 용기를 내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오래 알고 지냈던 친구들도 종종 만나지만, 온라인 세상에서 인연을 맺게 된 분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각각의 철학이 있을 거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한 도전인데, 두어 시간의 깊은 대화가 주는 울림이 저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였던 내가, 세상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겪으면서 설레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네요.
이런 두근거림을 저만 느끼는 게 아니라는 걸 한 권의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요.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61가지 성공 비결을 담은,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쓴 팀 페리스라는 작가는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팀 페리스 쇼>에서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 200명’을 출연시켰다고 합니다.
이중에는 알랭 드 보통, 세스 고딘, 파울로 코엘료 등 세계적인 석학과 작가들도 있고요. 혁신적인 기업의 CEO부터 예술가, 피트니스 전문가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팀 페리스는 그들을 거인이라는 뜻의 단어 ‘타이탄’이라고 불렀고, 그 인터뷰를 통해 얻은 것들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타이탄의 도구>들은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지혜로운, 건강한 사람들의 비밀들을 풀어놓았습니다. 작가는 타이탄이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독특한 습관들을 발견했는데요. 그들 중 대부분이 매일 가벼운 명상을 하거나 창의적인 작업을 할 때마다 반복해서 틀어놓는 노래 한 곡, 앨범 하나를 갖고 있다고 하죠. 또,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완성한 경험도 갖고 있고,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여 커다란 경쟁력 있는 기회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하면, 평범한 일상을 사는 우리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팀 페리스는 이 두 가지만 먼저 기억하라고 권합니다.
첫째, “성공은 당신이 그걸 어떻게 정의하든 간에, 올바른 경험을 얻어진 믿음과 습관들을 쌓아가다 보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
둘째, “당신 마음에 떠오르는 슈퍼 히어로들은 모두 걸어다니는 결점 투성들이다.”
그쵸, 성공이라는 것이 너무나 주관적인 기준일 것이고. 그들마다 결점보다는 장점을 더 드러냈기 때문일 거예요. 그러나 저는 ‘이 정도는 해야 성공이지’라는 막연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남들과 저를 한없이 비교하기도 했고요. 나의 장점을 발견하는 데 노력을 쏟기보다 단점을 드러내면서 ‘겸손한 척’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서 ‘나는 자존감’이 낮다고 쉽게 정의를 지어버리기도 했고요. 가만 들여다보면, 나에게도 ‘반짝’이는 점들이 분명 있을 텐데 말이죠.
작가는 ‘성공적인 삶’의 비밀을 풀 열쇠로, 타이탄들의 ‘아침’에 주목합니다. 하루의 첫 60분이 그후의 12시간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총 5가지의 디테일을 설명합니다.
먼저, 잠자리를 정리하는 건데요. 매일 아침 잠자리를 정돈하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첫 번째 과업을 달성해볼 수 있고. 이것만으로도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자존감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일을 해내야겠다는 용기로 발전할 수 있지요.
두 번째, 타이탄들은 명상을 한다고 하는데요. 명상을 하면,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한 동작을 5~10회 반복하라는 건데요. 새벽에 일어나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것만으로도, 타인보다 먼저 뭔가를 했다는 사실에 우리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네 번째는 차를 마시라고 하는데요. 아침에 마시는 차는 인지능력을 개선하고 지방을 분해하는데 탁월할 효과가 있기 때문이고요. 마지막 아침 일기를 쓰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피곤한 하루의 마무리가 아니라 활기찬 하루의 시작을 위해서 쓸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는데요. 시작이 활기차면, 남은 하루도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겠죠?
저는 제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종종 새벽 기상을 실천하는데요. 처음에는 루틴을 마련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영어 원서 읽기, 책 읽기, 글쓰기, 달리기, 걷기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는데, 욕심이 앞서서 그런지 이것저것 하다가 지쳐서 포기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5시에 알람을 맞춰놓지만, 딱히 절실하게 해내고 싶은 게 없어서인지 이불을 뻥~차고 일어날 이유를 못 찾고 있습니다. 이 참에 타이탄들의 아침을 따라가 봐야겠다 다짐해 봅니다.
팀 페리스는 타이탄들의 또다른 성공 요인으로 ‘글쓰기’를 꼽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글의 명확성이 곧 사고의 명확성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굳게 믿는다. 디지털 시대가 발전하면 할수록 글을 쓰는 사람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오늘날 큰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 모두는 말하기와 글쓰기에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우리는 어렵잖게 발견한다.”
요즘 출판 시장을 보면, ‘책 쓰기’ 열풍이 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각자의 성공 노하우를 담은 자기계발서부터 개성 있는 인생을 담은 에세이까지 소재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책들을 보면서 ‘난 왜 내 이야기가 없을까?’하고 좌절했던 때가 있어요. 잘 써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시작도 하기 전에 ‘머리만 꽁꽁 싸매던 날’들도 있었고요.
작가는 글을 쓰다가 벽에 부딪쳐 실마리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기준을 낮추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글은 질보다는 양이 우선이 되어야 하고, 그러한 양적 팽창이 질적 전이를 가져온다고 하죠. 그러니, 매일 허접하게라도 두 장씩 쓰라고 주문합니다. 이 부분에서 어찌나 뜨끔~했는지요. 한편을 완벽하게 쓰겠다는, 과한 욕심 때문에 ‘글’에 대한 두려움만 커졌었거든요.
그런데, 타이탄들이 지혜를 얻는 방법 중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읽으며 해답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명상가 샘 해리스는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간단한 방법으로 ‘맑은 하늘’을 이용하라고 권합니다. 두려움이나 불안이 엄습할 때는 눈을 뜬 채 맑은 하늘과 지평선 너머를 쳐다보면 되다는 건데요. 현재 경험하고 있는 것에 아무 판단 없이 주의를 기울이면, 머리도 맑아지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때의 감정들이 사라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요. 요즘처럼 하늘이 맑고 높고 푸르게 열 일하는 시기에는, 딱 실천해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글을 쓰려고 앉아있으면 저는 첫 문장에서부터 오랜 시간 생각에 잠길 때가 가장 괴로운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이 책에서는 중간부터 쓰는 것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려고 하얀 모니터를 앞에 두고 앉았을 때 우리는 첫 줄을 쓰지 못하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보았던가, 영화 대본을 쓰든, 게임 시나리오를 짜든, 연애 편지를 쓰든, 소설을 쓰든 간에 ‘중간에서 시작하기’는 강력한 방법이 되어줄 것이다. 비단 글쓰기뿐 아니라 삶도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가장 건강한 사람들의 비밀’에 대해 ‘마음 챙김’을 이야기합니다. 매일 바쁘고 치열하게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들여다보라는 뜻인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호흡을 편안히 고르고 천천히 감상하라고 권합니다.
그렇게 24시간이 모자르게, 나를 챙길 여유도 없이 살면서도 우리는 종종 좌절감, 패배의식에 시달리기도 하는데요. 미국 체조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낸 크리스토퍼 소머는 ‘좌절감’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실패하는 건 좌절감 때문이 아닙니다. 조급함 때문이죠. 이것을 극복하는 비결은 일터에 가서 일을 하고, 집에 가서 휴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일단 결심한 것은 절대 그 생각을 의심하거나 바꾸지 않는 것입니다. 타협하지도 말고요.”
그는 시간은 필요한 만큼 걸리는 법이라는 걸 받아들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저는 당장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내가 원하는 시기에, 빨리 성과가 나오길 바라면서 매일을 쫓기며 살았던 것 같아요. 매순간마다 충실해야 할 것들은 제쳐두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그러니 마음만 바쁘고, 지금 잘 해내야 하는 것들에는 소홀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성공을 기다렸으니 제대로 될 턱이 있었겠나, 또 반성해 봅니다.
이렇게 또 프로 반성러인 저는, 문득 나발 라비칸트라는 스타트업 CEO가 전한 말을 떠올렸는데요. 그는 ‘행복은 자신을 중심에 놓는 행동이다.’라고 정의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세상에 당신보다 더 현명한 사람은 없다. 그러니 찾아 헤매지 마라. 당신의 삶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신이다. 그러니 당신이 스스로 현명해지면 된다. 언제나 당신 스스로를 향해 걸어라. 스스로를 찾아가라.”
더 나은 삶을 살려는 그 주인공이 바로 ‘나’ 자신이니까, 이제 그만 채찍질하고 보듬아 주면서 ‘나’를 키워봐야겠다 다짐해 봅니다. 오늘도 나를 격하게 응원하면서 말이죠.
* 별빛서가의 책 에세이는 <팟캐스트>를 통해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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