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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서가 Sep 02. 2022

내 삶을 바꿔준 멘토가 있습니다.

변화하고 싶다면, 주변 사람을 바꿔보자!

"절대적 가치는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거고... 그게 다른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는 거야."


나에게는 멘토가 있다. 그녀와 나의 채팅방에는 이 글이 공지로 남겨져 있다. 가끔 대화를 주고받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심쿵하게 하는 글이 있을 때에는 내가 공지로 설정해 버린다. 계속 떠올리면서 마음에 담아둘 수 있도록.


그냥 불쑥,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면 나는 그녀에게 카톡을 보낸다. 마음에 쏙 드는 책의 한 구절을 발견했을 때,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어머! 이건 함께 봐야 해!'라는 생각이 들 때, 답장을 기대하지 않는 일방적인 대화일 때도 있고. 우리는 암묵적 동의하에 이러한 방식으로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나의 멘탈 관리자, 뉴정군이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내가 처음으로 서울을 떠나 충북혁신도시라는 곳에 새 터전을 갖게 되었을 때이다. 남편 직장 따라서 외딴곳에 두 아이를 키우며 사는 건 참으로 외로운 일이었다. 난 육아 외에 무언가를 간절히 하고 싶은 소망이 생겼고, 우연히 아파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하나 발견했다.


"영어 회화 스터디 충원합니다."


남편의 칼퇴를 종용할 수 있는 그럴듯한 핑계이기도 하여, 난 서둘러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첫 모임 날, 이국적이고 예쁜 얼굴을 가진 그녀는 털털하고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선한 마음을 가진 필리핀 선생님과 뉴정군, 나, 그리고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여성까지. 옹알이하는 녀석과 그 수준을 갓 벗어난 두 형제와 하루 종일 씨름하다 못해, 이제는 내가 영어로 옹알이를 하는 수준이었으니. 난 말을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뉴정군의 말을 따라 했다. 그 모임이 1년, 2년이 지나면서 나는 조금씩 입이 트였다.


다시 남편 이직으로 경기도로 이사를 오면서 난 다시 영어를 멀리 떠나보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터지고 무료한 삶을 보내던 그 어느 날, 뉴정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언니, 요즘 영어 공부 좀 하고 있어?"

"아니......(목소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음, 이 언니 안되겠는데? ㅎㅎ 나 다음 주에 온라인에서 발표를 하나 하는데, 좀 도와줘 봐. 내가 어떻게 영어 공부했는지, 언니가 잘 알잖아."

"넌 유학 없이, 외국계 기업에서 살아남았고. 열심히, 잘 하고 있잖아. 시험 성적을 위한 영어 공부 말고, 30~40대들을 위한 영어 학습법은 어때? 그것도 돈 들이지 않고 하는 노하우!"


그렇게 우리는 1시간을 통화하며, 영어 이야기로 시작해 부동산 공부까지 쉬지 않고 떠들었다. 그대로 끊어질 것만 같던 인연은, 그리 쉽게 놓아지지 않았나 보다. 그 후로 그녀는 나를 '온라인의 세계'로 이끌어주었다. 코로나 때문에 단절되다 못해, 고립되어 버린 내 삶에 새로운 문을 열어준 것이다. 랜선을 통한 자기 계발의 세상, '변화를 실천하는 모임'으로 초대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달리고, 책 읽고, 명상하고, 글 쓰는 사람들의 천지. 열심히 사는 사람이 이렇게도 많다는걸, 내 눈으로 확인했다.


사십 대에 접어든 평범한 주부였던 내가, 책을 쓰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녀 덕분이기도 하고. 급기야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을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도, 어쩌면 할 이야기가 넘쳐서는 아닐까 싶다. 그냥 뉴정군이 아니니까.


그래서 오늘은 1년 전 '너는 도대체 누구니?'라는 마음으로 그녀와 나누었던 대화를 남겨보려 한다. 너무나 오래 미뤄왔던 그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서.


뉴정군은 현재 독일계 회사에서 생산 품질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외국계 기업인 만큼 하루 종일 영어로 소통하는 것은 당연하고, 아시아 지역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유학이나 어학연수 없이, 정말 쌩으로 혼자 노력해서 이룬 결과라는 것이 나는 늘 그녀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에게도 흑역사는 있었다.


첫 직장은 영어 사용이 거의 없는 대기업이었고, 공대 출신인 그녀는 엔지니어로 살아남아야 했었다. 그곳에서 몇 년의 시간을 보내고, 충청도에 있는 미국계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된다. 처음 접하는 외국계 기업에서 그녀는 영어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토익과 같은 영어 점수보다는 회화 정도를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이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주 3회씩 영어 회화 수업을 들었다. 그럼에도 영어 콤플렉스가 발목을 잡았고, 자존감이 낮아졌다.


업무를 위한 이메일만 쓰고 회화 기회는 별로 없으니, 더욱 영어를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회사가 합병되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그 틈을 '영어 공부'로 채워갔다. 6년 전만 해도 그녀와 내가 함께 살던 충북혁신도시에는 성인들을 위한 영어 학원이나 시설들이 없었기에, 그 스터디가 유일했었다. 주어진 환경에 한계가 있었으니, 그것을 깨고 나와야 했다.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세계로 손을 뻗었다.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모임들에 가입했다. 블로거 워킹맘 말랑이 님과 영어 원서 읽기, 쉐도잉 등을 함께 했고. 언니 공동체에서는 윤슬 님과 전화 영어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온라인을 통한 영어 학습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 경험을 전자책으로도 냈으니까.


        

뉴정군과의 대화 주제는 정치, 경제, 부동산, 사회 등 범위가 넓지만 '책'이야기를 할 때 더 빛이 난다. 문학을 좋아하는 나와 실용서를 더 사랑하는 그녀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지만 '책'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는 것에는 둘 다 격하게 공감하기 때문이다.


"언니, 나에게 책 읽기는 쾌락인 거 같아. 더 나은 삶을 이야기해주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책을 읽기 전과 후가 달라지는 걸 느끼거든."


몇 해 전만 해도 불평 많고,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고, 루틴도 없이 일만 열심히 하는 삶. 그것에 대한 보상을 술이라고 여겼던 그녀였다. 그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은 아마도, '미니멀라이프'에 관련된 책을 수십 권씩 읽고 실천한 다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회사를 잠시 그만두었을 때 지출을 아끼기 위한 노하우를 배워보겠다고 시작한 것이, '삶을 가볍게 하려는 노력'들로 이어졌다. 뭐에 꽂히면 그와 관련된 책 10권 이상을 읽어버리는 그녀다.


영어와 책, 그다음으로 그녀의 삶을 변화시키 것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워킹맘으로 살면서, 개인의 시간을 낼 수 없으니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소통을 해나갔다. 특히, 변화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운영 중인 최호진 님(똘똘한 온달)과의 만남이 큰 계기가 된 것 같다. 그곳에서 달리기, 습관 만들기 등을 통해 정서적 성숙과 성취를 얻었고, 그리고 불평하지 않는 삶을 시작했다고.


왜 그렇게까지 열정을 불태우며 사는지, 난 조금 더 궁금했고 물었다.


"달리기 5km가 힘들지 않으면, physical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미니멀라이프를 통해 적은 돈으로 살다 보면, 또 자신감이 생기지.

영어 잘하게 되면 언어 장벽이 자유로워질 수 있어.


뉴정군은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또, 의지력으로 습관을 형성하고, 직장 외에서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일을 찾고,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며 선순환하는 생활. 단 하나에 너무 많은 힘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오히려 힘을 빼야 한다고 했던 말이 와닿았다.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선택하는 삶'이야.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녀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이 질문을 나에게 던져본다. 내가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은 건... '나로서 존재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한없이 부족하고, 보잘것없다고 여겼던 나를. 나는 나를 굉장히 무척이나 사랑하니까, 존재하고 싶은 욕구가 책이나 글로 전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끝으로 그녀가 나에게 했던 말을 너무나 공유하고 싶다.


"변화하고 싶다면 주변 사람을 바꾸자!"


고마워, 뉴정군.


* 뉴정군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그녀의 블로그를 방문해 보세요!

https://blog.naver.com/mach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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