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그 시간이 다가오면, 어떻게 아는지 나에게로 너희들이 몰려온다.
나의 존재감을 발휘하는 때다.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너희들에게 잘 지냈냐는 안부 인사와 함께 먹이를 어항에 솔솔 손가락으로 뿌린다.
뻐끔뻐끔하며 작은 물고기, 큰 물고기 너나 할 거 없이 먹는다.
너희들이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며 잠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너희들로 인해, 내가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를 확인했다.
구피는 아주 작은 물고기다. 크려야 클 수 없는 물고기다.
그들이 나로 인해 살이 찌고 새끼도 낳아, 작은 어항 안에 있던 물고기 2마리가 4마리가 되고 4마리가 8마리로 늘어나고 있는 모습, 어느새 어항 속에 단란한 물고기 대가족이 꾸려진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먹이를 많이도 적게도 주지 않는 나의 '먹이 주는 스킬'에 감사할 따름이다.
너무 많이 주면 어항이 썩고 너무 적게 주면 너희들은 서로 살육하며 작은 어항 생태계는 파멸이었을 테니까.
누군가의 생명을 돌보는 것, 무럭무럭 생장하도록 잘 인도하는 능력.
세상에게 내가 쓸모가 있다며 나를 팔고 있는 보따리상 같은 나의 신세에 한 줄기의 위로였다.
내가 먹이를 주지 않는다면 너희들의 생명은 끝난다.
나는 너희들로 인해 나의 정신적인 지지대가 사라져 나의 영혼도 죽어간다.
네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다.
2019.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