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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용이 Jan 05. 2016

뽀빠이화원을 아시나요?

서촌에서 가장 오래된 작은 꽃집 이야기

뽀빠이화원은 서울시 서촌에 위치한 30년 된 작은 작은 꽃가게입니다.


꽃에 대한 특별한 철학과 따뜻하고 정 많은 꽃집으로 서촌에서 이름난 뽀빠이화원은, 최근 뽀빠이화원 건물주의 갑의 횡포 횡포 문제가 SNS에 퍼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건물주가 계약된 바와 달리 일방적으로 월 임대료를 7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올렸고, 이후 수도세를 과다 청구하여 이에 이의를 제기하자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월세를 올리리면서 ‘안 낼 거면 나가라’며 뽀빠이화원 사장님을 협박했기 때문인데요, 몸이 편찮은 두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스물일곱 뽀빠이화원 여사장님(송수현, 28)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더해져 주위에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최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된 뽀빠이화원 송수현 사장님의 이야기




지난달 28일 뽀빠이화원에 대한 갑의 횡포 문제를 취재하려 뽀빠이화원에 방문했었는데요, 기대했던 슬프고 처절한 내용들보다 꽃집 아가씨 미니쏭양(가게 사장님, 본명 송수현)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듣고 되려 마음이 따뜻해는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뽀빠이화원 풍경 <출처 : 뽀빠이화원 꽃아가씨 송수현 인스타그램 @ssongsstagram>




꽃을 사랑하는 사람 한 사람이라도 늘었으면




어렸을  때부터 뽀빠이화원에서 많은 꽃들을 보며 자랐어요. 어려운 시절들이 많았는데 꽃 안에서는 행복했답니다. 


여자들은 힘든 날을 보낸 날, 옷이나 액세서리 등을 사며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며 자존감을 높이곤 해요. 꽃이 주는 행복을 힘든 하루를 보낸 여자들이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보통 꽃집에서 파는 20,000 원이 넘는 꽃다발들과 달리, 작고 예쁘고, 편안하게 구입할 수 있는 미니꽃다발을 만들게 되었어요.


그래서 뽀빠이화원에는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러 온 여성들이 많이 온답니다.



뽀빠이화원 미니꽃다발 1  <출처 : 뽀빠이화원 꽃아가씨 송수현 인스타그램 @ssongsstagram>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꽃다발



뽀빠이화원은 꽃다발을 만들어놓고 팔지 않아요. 손님이 직접 꽃다발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직접 꽃을 고르셔야 합니다. 때문에 여성분들이 '날 생각하며 직접 꽃다발을 만들어오라'며 남자친구들을 저희 화원으로 보내시곤 한답니다. 남자분들이 쩔쩔매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때때로 의외의 센스를 발휘하시는 남자 손님들도 많이 봐요.



뽀빠이화원에서 꽃다발을 구입하려면 직접 꽃을 골라야한다.  <출처 : 뽀빠이화원 꽃아가씨 송수현 인스타그램 @ssongsstagram>




꽃을 다 고르시면 그 자리에서 직접 꽃다발을 만들어드려요.


음식점에서는 음식을 주문하면  그때부터 만들어 내오잖아요? 그것처럼 저희는 주문이 들어오면 가장 싱그러운 꽃을 꺾어 보시는 앞에서 꽃다발을 만들어드립니다.


또 꽃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까다롭게 관리하고, 꽃을 두시는 환경에 맞게 추천도 해드려서 뽀빠이화원에서 구입하신 꽃은 다른데 보다 오랫동안 아름답답니다.




원래는 패션 디자이너였어요




뽀빠이화원 꽃집 아가씨 미니쏭 사장님 <출처 : 뽀빠이화원 꽃아가씨 송수현 인스타그램 @ssongsstagram>



플로리스트(전문적으로 꽃을 만드는 사람) 공부를 대학에서 1년 정도 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워낙 꽃을 많이 보고 만들어봐서 새로운 것을 배워야겠다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패션디자인으로 전과하고, 옷도 만들어 팔아보기도 하고, 패션업에 취직하여 일도 했답니다.


뽀빠이화원을 운영하게 된지는 3년 정도 되었어요. 이전에는 부모님께서 운영하셨는데, 부모님 건강이 안 좋아지시면서 제가 운영하게 됐습니다. 어릴 적부터 꽃을 많이 봐온 경험에 패션디자인의 시각이 더해지니 제가 만든 꽃들을 독특하다 보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전시도 하게 되었고, 사진엽서도 만들고 패션쇼 등에 제 꽃들이 소개되면서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패션쇼에서 많이 보이기 시작한 미니쏭 사장님의 꽃 작품들



작은 공간, 무한한 이야기



저희 화원은 작지만 이 안에는 저만 알기 아까운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있어요.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할 때 빈 꽃병을 쥐어주며 ‘이 꽃병에 꽃을 항상 채워두겠소’라 하신 단골고객분이 있고, 최근에 건물주 문제로 화제가 되었을 땐  “오래전 비가 오는 날 우산이 없을 때 꽃집 아버님께서 우산을 빌려주셨다”며 응원한다는 연락들도 왔었어요.


힘든 상황이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있는 저만의 공간에서 저는 행복하답니다.



앞으로 저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운 뽀빠이화원의 이야기, 서촌의 이야기, 꽃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쓰고 전시도 많이 할 계획이에요. 또, 올해 1월에는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뽀빠이 화원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사랑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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