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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진한 Jul 25. 2022

코로나가 대유행이던 시절

지금은 여덟 살인 딸내미랑 가끔 옛날 사진을 본다. 옛날 사진이라고 해 봐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다닐 때 사진이니 기껏해야 3년 쯤 넘은 사진들인데, 점점 아이의 기억이 옅어지는 것을 느낀다. 작년에 같은 사진을 볼 때는 기억하던 일들, 친구들, 장소들이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엔 코로나 이전의 사진을 보며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아빠, 저 때는 코로나가 없었어?"

"응, 저건 어린이집 다닐 때니까 없었지."

"힝.. 좋았겠다.."


우리는 대부분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을 잃고 어른으로 자라나고, 우리 딸도 점점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 가여운 여덟 살 어린이는, 인생 대부분이 마스크를 쓴 기억으로 채워져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일들을 겪는다. 사람이 죽기도 하고, 만나지 못하기도 하며, 하던 일을 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나 또한 처가 쪽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요양병원의 어머니 면회가 힘들었으며, 6년 동안 하던 일을 정리했다.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 더 많이 있을 것이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이 시절이 어떻게 기억될까.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던 시간이, 집안에 격리되어 밖으로 나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시간이, 부작용이 있을까 봐 떨며 백신을 맞았던 시간들이. 코로나가 대유행이던 시절 그땐 그랬지, 이런 말을 하는 날이 올까. 나도 아내도 아이도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정말 오기는 올까. 


- 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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