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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연 Apr 06. 2021

나는 내가 편안한가

나는 누구인가. 이렇게 답 없이 추상적인 질문을 던진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대학시절 들었던 교양 강좌에서 처음으로 던져진 '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 몸이 나인가? 몸의 세포는 몇 년, 혹은 몇 개월 만에 모두 사라진다. 내 성격이 나인가? 환경에 따라 또 계속해서 바뀌는 것이 성격이다. 내 생각이 나인가? 생각은 하루에도 수없이 변하는 것이 생각이다. 그 어떠한 단어도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답할 수 없다고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돌이켜 보면 질문의 유형만 바꾸어가며 수년간 '나'라는 존재에 대해 탐색의 과정을 거쳤던 것 같다. 나는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나? 나는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 나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무엇을 싫어하는가? 다행히 많은 생각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었다.


내 MBTI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백방으로 찾아다니고, 나에게 맞는 과를 찾아 전과도 해 보았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찾아 남들에게도 명확히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수많은 물음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답을 하는 과정 속에서 확실히 많이 성장하였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나에게 우연히 이런 질문을 했다.

"그래서, 본인이 편안하세요?"


나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편안하다니? 그게 무슨 느낌인 걸까? 나는 지금껏 '편안함'이라는 느낌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내가 편안했던가? 아니, 전혀.


인생에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틈타 '편안함'을 느껴보기 시작했다, 아니 과연 나에게 그런 감정이 존재하는지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여러 책과 영상들을 찾아보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보니, 나에게도 편안함이라는 감정이 존재하더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편안함이라는 것은, 내가 혼자 있을 때 느끼는 편안함과는 정 반대의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오히려 외부의 어떤 자극이 들어와도, 내가 느끼는 것들에 집중하여 그것들에게 너무 크게 휩싸이지 않을 때 찾아오는 것이었다. 내 마음은 원래 새파랗게 푸른 하늘이었고, 그 하늘을 뒤덮고 있던 구름들은 모두 외부의 자극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반응하는 나 자신이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 쌓여있던 장막들을 하나씩 걷어내기 시작했다.


사회적인 통념, 남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는 착각과 두려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 사람이라면 응당 이렇게 해야 한다는 나만의 기준. 모든 것이 나의 푸른 하늘을 덮고 있던,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구름들이었다. 나에게는 어떤 구름들이 있는가를 묻고, 또 물으며 답을 해 나가는 과정은 결코 내 하늘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는 그 어떤 색으로도 칠해질 수 없는 푸른 하늘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매 순간마다 온전히 느낄 수 있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수많은 구름들은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단어나 말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지금 여기에 있는 나 자신을 느끼고 그것을 잃지 않을 때. 나에게는 나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매 순간 확인하며 살아가는 그 순간 자체가 '나 자신'이었다.


이상했다. 이것을 느끼고 나서야 삶에서 만나는 수많은 마음들이 나를 흔들어도 그것은 그 마음 자체로, 나는 나의 마음 자체로 두고 인정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오는 마음들 역시 나의 마음처럼 온전하게 존재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드디어 내 자신을 찾게 된 것일까? 모르겠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또 다른 생각이 들 수도. 하지만 당분간은, 온전한 나와 세상을 더 마음껏 누리면서 살아보고 싶다. 아마 지금까지 내가 느낀 세상은 내가 내 마음대로 해석했던, 어쩌면 그 무엇보다 이기적이었던 세상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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