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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un Jul 08. 2023

야구인생 : 잘 진 경기

결과는 순간이지만, 과정은 영원하다.

 야구에는 잘 진 경기라는 것이 있다. 졌는데 잘했다니 스포츠에서 성립될 수 없는 말로 느낄 수 있겠다.

잘 진 경기의 종류도 다양한데, 상대 투수를 최대한 많이 소모하기, 타자들의 컨디션을 회복하기, 수비의 에러가 없이 지기, 볼넷이 남발되지 않은 경우 등 잘 진 경기는 너무나 많다.

순위표를 보면 알겠지만 10번 중 6번을 이기면 우승권이고 10번 중 4번을 이기면 꼴찌경쟁을 하는 것이 야구다. 10번 중 3번만 쳐도 국가대표 타자가 되니 그보단 낫지만 야구야말로 실패의 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의 패스성공률이 70~90% 나오는 것과 비교해 보면 경기자체가 실패위주로 구성된 유일한 스포츠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야구를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레 과정에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한 타석의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타석에서의 움직임, 표정, 대처, 끈질김 이런 것들이 결과와 무관하게 쾌감을 주는 경우가 정말 많다. 한일전 ’ 용규놀이‘를 보고 가슴이 벅차오르던 국민들은 승리를 칭찬한 것이 아니다. 하나라도 투구 수를 끌어내고 어떻게든 출루하기 위해 글러브로 들어가는 공을 꺼내는 느낌으로 커트하던 이용규의 근성에 박수를 보낸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과정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을까. 본인의 삶의 결과에 비해 과정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존중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완벽한 결과중심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과정이 어떻든 상관없다는 결과만능주의가 대부분의 사회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사치품소비와 온갖 푸어의 양산은 성공의 징표를 갖기만 하면 된다는 광기에 가깝고 SNS와 미디어는 끝없이 복제되고 조작된 물질적 성공을 쏟아내며 끝없이 사람들을 패배의 구렁텅이로 밀어내고 있다.


나의 삶에 과정을 기억하고 떠올리면 하루는 24시간이지만 결과만 바라본다면 채 10분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다른 차원처럼 사용하는 초능력은 어쩌면 누구에게나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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