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번트는 왜 타율계산에서 제외될까?
인생에서 그런 순간이 있다. 연관도 없고 계획도 없이 했던 행동이 퍼즐처럼 날아와서 마지막 한 조각이 되는 순간. 물론 나쁜 일도 과거의 내가 마지막 망치질을 하는 순간이 오는 때도 있다. 그 때는 나빴지만 지금 좋아지는 일이 되기도 하고 그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비극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야구를 볼 때 희생번트가 그랬다.
야구는 모든 행위가 기록으로 남는 ‘기록의 스포츠’다.
시즌 43홈런 130타점 AVG. 0.308 / OBP 0.397 / SLG 0.613 / OPS 1.010
기록만 봐도 설레고 흥분된다면 이미 굉장한 야구팬일 것이다. (2004 매니 라미레즈)
하지만 저 기록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바로 ‘희생번트’이다.
루상의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해 타격을 포기한 자세로 타석에서 번트를 대는 행위를 뜻하는 단순한 행위이지만 가장 논란이 많은 작전이다. 3아웃 밖에 주어지지 않는 이닝에서 1아웃을 희생해야 하고 타자의 출루율, 타율을 포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희생번트에 대한 평가는 득점으로 이어졌는지에 따라 결정되고 아이러니하게도 번트를 한 선수에게 달려 있지 않다.
심지어 결과적으로 점수가 나고 이겨도 희생번트를 한 선수를 수훈선수로 인터뷰한 적은 본 적이 없다!
나도 인생에서 허비했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돈이든 시간이든 사람이든 괜히 했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낭비*낭비로 결국 낭비의 제곱을 창조해 낸 멍청한 때였다. 또 누군가의 조연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하대하고 엉뚱한 사람을 주연이라고 저주한 적도 있었다.
그것은 그저 결과론적인 멍청한 생각뿐이다. 심지어 결과론적이지도 않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늘의 희생번트에 충실하는 것뿐이었다.
희생번트가 타수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는 어떠한 결과로 이어졌는지 그 당시에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하루가 지치고 고됐지만 남는게 없는 희생번트같은 하루였다면 당신의 타율계산에서 제외하는 것은 어떠한가? 그리고 어제의 내가 차려준 찬스에 오늘 들어서 적시타를 노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