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경북 영양과 다르지 않기에
유튜버의 팬덤은 매스미디어의 기성연예인 팬덤과는 다르다.
그들은 결속력과 몰입도가 약하고 소비성향도 옅으며 고정적이지 않다. 비교적 냉정하고 객관적이며 논리적인 소비형태를 취한다.
공중파에서 철저히 실패한 개그맨들이 자신들만의 컨텐츠와 토크쇼를 만들어 300만 구독자에 다다른 대가는 법과 윤리 이상의 더 높은 도덕성일 것이다.
피식대학은 그들의 팬덤이 누구인지 잠시 망각했다.
경북 영양이 인구 2만 명도 되지 않는 소멸위기에 롯데리아도 없으며 자연과 경치 외엔 유흥과 놀이거리가 없는 노잼도시인 것은 너무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팬덤도 경북 영양과 다름없는 지루하고 반복적이고 화려할 것 하나 없는 삶을 매일 살아내고 있다. 매일 특별한 햄버거와 저녁메뉴를 찾지도 않는다. 폭등한 점심식대를 아끼는 팁을 공유하고, 수도권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버티고 산다. 서울 사람 중 특급호텔에 가본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들이 조롱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경북 영양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한 삶은 사는 팬덤들의 삶이었다.
얼마 전 장원영이 피식쇼에 나온 적이 있다.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장원영이 피식쇼에 나온다는 사실‘이었다.
우리 집 안방에 장원영이 초대된 것 같은 꿈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에 열광한 것이다.
피식대학은 그렇게 허무하게, 가장 얻기 힘든 팬덤을 가장 쉽게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