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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스틴 변호사 Jul 28. 2020

미국 한인 상점, 흑인에 약탈 안 당할 수는 없을까요?

흑인 지역내 인종차별반대 과격시위로 피해 겪는 한인 상점


한인 자영업은 흑인 대상에서 점차 다변화 추세, 한-흑 우호관계 노력은 계속


https://youtu.be/fwZu6tG0Nvo



지난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경찰 폭력과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대규모의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카고 남부에서 흑인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면서 미용재료소매상점을 운영하던, 제가 예전에 알고 지냈던 대표님이 성난 흑인들에 의해 매장이 약탈 당해서 경제적으로 손실을 입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참으로 안타까웠던 마음도 컸습니다. #조지플로이드#인종차별반대운동



미국에 가면 아시안 인종인 한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흑인으로부터 강도를 당하거나 폭동에 습격 당할 수 있어서 사업하기 힘들까요?



미주 한인 이민사회의 역사는, 흑인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미용재료 또는 뷰티서플라이(Beauty Supplies) 도소매업종에서 한인들이 이룩한 발전의 역사와 일정 부분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가운데, 1992년 LA에서 발생했던 흑인 폭동 사태를 겪었던 역사적 경험을 교훈 삼아 한인 사회는 흑인 커뮤니티와 서로 상생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미국내 한인과 흑인 : 서로 주거지는 다르지만 흑인 대상 미용재료소매업에서 한인이 최다



주거지에 있어서는,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과 흑인들이 주로 모여 사는 동네는 서로 겹치지 않습니다. 이민 생활의 최우선적인 목표를 자녀 교육에 두다 보니 좋은 공립학군을 중시하는 한인들의 성향 상, 역시 교육에 관심이 많은 백인 중상류층들이 주로 많이 거주하는 도심 외곽 주거지 즉, 서버브(Suburb) 중에서도 학군 랭킹이 최고 수준인 곳에 한인들이 주로 모여 살고 있습니다. #미국내한인주요거주지


Photo by Emily-Jo Sutcliffe on Unsplash


예를 들어, 교육의 도시 시카고 지역에서만 해도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서버브는 글렌뷰(Glenview)와 노스브룩(Northbrook)으로 Glenbrook North High School (GBN), Glenbrook South High School (GBS) 같은 최고 학군이 자리잡은 곳이며 이곳의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인종은 백인입니다.



Photo by Steven Abraham on Unsplash


한인이 흑인과 만나는 접점이자 긴밀한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하는 곳은 바로, 흑인들이 주로 모여 사는 지역입니다.


미국 뉴욕 할렘의 상가, Photo by Christophe Schindler from Pixabay



미국 전역에 걸쳐 흑인 대상으로 하는 6,000~7,000여 개의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 중 70% 이상이 1980년대 초중반부터 다양한 형태로 관련 소매업에 진출하기 시작한 한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바로 다른 업종에 비해 마진이 좋고 상대적으로 경기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출처: 미국 달라스 무역관, 미국 흑인 대상 뷰티서플라이 업계 전망, 2017>


#미국내한인주요업종#미국한인비즈니스





이렇게 흑인 동네에 가서 흑인들이 많이 필요로 하는 미용재료 판매 매장을 하는 한인들의 숫자가 많다 보니, 최근 흑인 지역을 중심으로 인종차별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대대적으로 벌이는 가운데, 구시대적인 폭력과 약탈을 자행한 일부 사람들에 의해 그 곳에 있는 한인 운영 매장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아서 이런 소식을 접하게 된 한인 동포들의 안타까움도 컸었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한인 커뮤니티가 1992년의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흑인 커뮤니티에 다양한 봉사와 기부 활동을 펼쳐 오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를 진압하는데 경찰력이 집중되어 치안에 허점이 생긴 틈을 타서 남의 소중한 재산을 훔치는 일부 범죄자들에 의해 한인 자영업자분들이 타격을 입게 되었고, 이는 한인 사회 전반에도 실망감을 안겨줬던 것은 물론이고, 흑인 사회 전체에 대한 또다른 편견과 배신감을 불러 일으켜 한·흑 갈등도 깊어지는 악순환의 시초가 될 위험마저 있는 것입니다.



미국 한인사회가 뿌리내리는데 기여했던 흑인 대상 자영업, 현재는 변화의 물결



하지만, 일부 흑인 폭도들의 범죄 행위를 놓고, 흑인들의 인종적 성향이 폭력적이라거나 법을 준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나친 일반화를 시키는 것이야 말로 인종, 성별, 연령, 출신지역 등 인간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요인들을 두고 그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해 편견을 갖고 차별하고 공격하고 분열시키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논리적 오류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Photo by Ben on Unsplash


흑인뿐만 아니라 백인들을 비롯해 여러 인종들이 동참했던 이번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서도 분명 흑인들 스스로가 먼저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세상을 변화시켜야 된다는 그들의 입장이 당당히 서게 될 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자기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번 계기를 발판으로 미국이 인종간 차별이 심화되는 퇴보의 역사로 가게 될지, 포용과 통합이 강화되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게 될지는, 역시 미국내 한인 사회에도 중대한 사안인 만큼 한인들도 다양한 논의와 처절한 고민, 타인종들과의 대화와 협력을 이어나가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미국인종차별


한편, 앞으로도 흑인 다수 거주 지역에서 뷰티서플라이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하는 한인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현재의 구도가 계속될 수 있을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흑인 대상 한인 자영업자분들의 연령대가 점차 고령화 되고 있지만 이 분들의 사업체를 인수한 한인 청장년층이나 물려 받은 한인 이민 2세 자녀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한인뷰티서플라이


왜냐하면 유학 또는 취업을 위해 요즘 미국에 가는 세대는 이공계나 전문직 분야가 많고 이민 1세대에 비해 언어 장벽을 어느 정도 깨고 의사소통에 있어서 원활하다 보니 무역, 요식업, 온라인 비즈니스 등, 꼭 흑인 동네에서 흑인들을 주로 상대하는 업종이 아니라 치안이 좋은 오피스 타운이나 안전한 지역에서 여러 인종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업종으로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한인주요직업


흑인 지역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자영업을 하던 이민 1세대 분들의 자녀분들도 그런 부모님들의 노고와 교육열에 힘입어 의사, 엔지니어, 변호사, 회계사, 금융인과 같은 전문직종에 진출했거나 대기업 직원이나 사업가로 성장한 경우가 많지 흑인 밀집지역에 있는 부모님의 오래된 가게를 가업으로 삼고자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미국한인세대교체


하물며 뷰티서플라이 업계도, 비즈니스 안목과 능력이 뛰어난 한인들은 이를 대규모 도매업체로 성장시켰거나 소매업이라 하더라도 차라리 백화점 규모의 대형 마트로 성장시켜서 그 자녀들이 차세대 리더로서 이 회사들을 더욱 성장시켜 나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한인비즈니스성장



이렇듯, 미국내 한인들의 경제활동이 점차 다변화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기반이 되어 주었던 이민 1세대가 일군 주요 업종 중 하나가 흑인 고객들을 주된 대상으로 함으로 인해, 그 상가가 흑인 동네에 집중적으로 위치하고 있었던 만큼, 이번 과격 시위 때 일부 흑인들이 약탈했던 상점 중에 한인들이 운영하던 곳이 포함되지 않게 하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들이 발생했다고 해서 수많은 한인과 흑인들이 상점 주인, 단골 손님으로서, 때론 친구로서, 서로 좋은 관계를 맺어왔고 흑인 지역사회를 위해 기부하고 봉사했던 한인들의 노력이 전부 부정될 수는 없습니다. #미국한인흑인관계


<출처: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101110/626947 2007년 케니디 킹 칼리지서 열린 푸드 배스킷 전달식의 한-흑 커뮤니티 관계자>


비록 흑인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소규모 한인 상점들이, 이민 1세대의 은퇴와 함께 숫자적으로 줄어들 수 있겠지만, 그 분들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흑인 사회의 발전을 위해 힘써왔던 그 노고와 이에 대한 많은 흑인들의 감사의 마음은 또다른 형태로 한-흑 커뮤니티가 좋은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출처: http://dc.koreatimes.com/article/20190710/1257533 한인 운영 뷰티서플라이 업체가 자체 장학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경현저스틴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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