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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젤리나 Oct 18. 2020

이탈리아에서 영화관 체험하기

잠깐만요. 5분만 쉬고 가실게요!

 당시 데이트하던 이탈리아 남자 친구가 같이 심야 영화를 보러 가자며 나에게 제안을 했다. 한국에서는 혼자서도 영화관에 가곤 했었는데 이탈리아에 와서는 영화관을 잊고 살았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영화 볼 생각에 잔뜩 신이 나서 그러자 말했다.



UCI Cinema(사진)은 이탈리아 대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다. CGV와 같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참고로 영화 비용은 성인 기준 11유로(약 1만 4천 원)이다.



이탈리아 영화관에서 외화 영화(ex.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보려면 이탈리아어로 된 더빙판을 접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나처럼 이탈리아어가 유창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빙판은 도전하기가 쉽지가 않은 대상이기에 영화관 가기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이탈리아어 자막이 함께 나오더라도 영화 속 표현이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표준어로만 대화하지 않기에 말이다.



그런데 더빙판 없이 오리지널 버전으로 그대로 상영할 때가 있다. 가장 처음 영화관을 갔을 당시에도 그 친구가 날 위해 영어 버전을 상영하는 지점을 찾아서 갔기에 가능했다. 내가 당시 영화관을 알아보고 다녔을 때는 매달 첫째 주 수요일에 특정 영화 1편을 골라 자막은 이탈리아어로 한 오리지널 버전을 상영했었다.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영화관에 발길을 끊은 지가 오래되어서 최근에는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겠다. 



중간에 O.V.라고 쓰여 있는 것이 Original Version의 줄임말이다. 더빙판을 피하고 싶다면 (O.V.)인 것을 찾으면 되는데 모든 지점이 다 이 O.V.를 상영하지는 않는다. 



물론 내가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한국의 교육과정을 겪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영어전공이라 이탈리아어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이해하기가 쉽기에 영어 오리지널을 선택했다. (한국어 자막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영화관이 아니라 넷플릭스를 통해 보는 것이 백배 천배 편할 것이다.)



이탈리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개인적으로 느낀 점과 재미있는 사실을 정리해봤다. 



1) 영화 시작 시간에 딱 맞춰 갈 필요가 단 1도 없다.  

오전 10시 시작 영화라면 10시 25분-30분에 도착해서 입장하셔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 앞 30분가량은 정말 온갖 광고의 연속인데 내 개인적으로 한국보다 길다는 생각이 든다. 정확한 시간에 맞춰 들어가면 처음부터 너무 광고에 집중하게 되어 기가 빨릴 수 있기에 늦게 도착하더라도 당황하고 아쉬워할 필요 없이 조용히 상영관으로 입장하면 된다. 

인기 있는 영화의 경우 광고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어벤저스 – 엔드게임을 봤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2) 상영관 좌석과 시설의 차이인데 이탈리아 영화관(UCI 기준)은 가방 걸이가 따로 없고 의자 팔걸이가 올라가는 좌석이 아니다. 다만 한국 대비해서 좌석의 크기와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은 이탈리아의 시설이 좀 더 넓었다. 덜 푹신한 좌석이라도 공간이 넓기 때문에 보면서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3) 5분~7분가량의 중간 휴식 시간이 있다. 

한창 열심히 몰입해서 영화를 보고 있을 때 갑자기 내용 흐름과 상관없이 화면이 멈추더니 극장 안이 환해졌다. 어리둥절해진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유를 찾아 헤매었었다. 혹시 영화관에 화재 사건이라도 일어난 것인가 하는 불안감까지 들면서 영문을 모른 채 조금 당황했었다. 그러자 친구가 말을 했다. 

“이거 휴식시간이야. 진정해.”


영화가 중간에 갑자기 끊기고 나온 화면

“Preparati a gustare il secondo tempo” : 2번째 영화 시간을 즐기기 위해 준비하세요

“Il film riprendera’ tra 5 minuti” : 영화는 5분 뒤 다시 상영할 예정입니다



심야 시간 때 영화를 관람했을 당시에는 저 화면과 함께 아무 일도 없었지만, 엔드게임을 봤던 당시에는 상영관 안으로 영화관 직원이 간이 카트를 끌고 들어왔다. 팝콘과 음료를 더 먹고 싶으면 직원에게 가서 바로 카트에서 주문하고 살 수 있다. 그리고 이때 잠시 화장실을 가거나 혹은 담배를 피우러 갈 수도 있다. 영화가 중간에 맥락 없이 끊고 쉬는 단점이 있음에도 잠깐 숨고를 시간이 있기에 마냥 나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이 글을 쓰니까 오래간만에 영화관에 가고 싶어 진다. 

코로나가 1만 명을 찍은 이 시점에 도대체 언제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요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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