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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젤리나 Nov 30. 2020

삶과 죽음, 이탈리아 코로나19  2차 파동의 현장에서

11월 생존신고 - 밀라노 생존 일대기


안녕하세요.

글 쓰는 밀라네제 안젤리나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브런치에 돌아왔네요.

1달 하고도 1주일 만에 말이죠.

그동안 제 신변에 문제가 생겨 잠수 탔던 것은 아니었고요,


11월 한 달 동안 저의 밀라노 초기 정착 일대기를 주제로 한

‘정착/생활 정보 및 이탈리아 문화’를 다룬 전자책을 만들고 있었거든요.

거기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작업하느라 브런치 앱에 아예 들어올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현재 저의 첫 전자책은 표지 작업 마무리 중으로 이 작업만 끝나면 바로 완성인데요,

곧바로 이어서 크몽과 같은 플랫폼에 판매 신청할 예정입니다.

저의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든 제 책이 나오면 여러분들께도 자랑 좀 해보겠습니다  :)


아무튼 무사히 돌아와 생존신고 간단하게 했으니

이제 그럼 지금까지 일어난 이탈리아 상황과 제 이야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1. 10월 22일 (목) : 밀접접촉자가 되다.

(일일 확진자 16,078명, 일일 사망자 136명)


회사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하필 저희 팀과 늘 항상 같이 업무를 하시는 분이 확진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희 회사는 일주일에 주 1-2회는 재택근무제도를 시행 중이었고,

저는 그 소식을 사무실이 아닌 재택근무 중일 때 전달받게 되었습니다.


인사팀에서는 확진자가 마지막으로 사무실에 출근한 날짜(10/14 수) 기준으로

2주 동안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시와 함께,


2주 간의 자가격리가 끝나면 바로 병원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며 밀라노 시내 병원 리스트를 보내줬습니다.

무사히 검사 예약 완료함


여기서 잠시 이탈리아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는 한국과 달리 각 가정마다 ‘주치의 제도’를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몸이 아프면 자신의 주치의에게 방문해 진료를 받은 후 처방전을 받거나,

위급한 상황인 경우 주치의의 소견서를 받아 상급 의료기관에 다시 방문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 19 검사의 경우도 원칙적으로는 제 주치의에게 먼저 방문하여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소견서를 받은 후에 검사 가능한 병원에 가야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 주치의에게 방문하는 날짜를 잡는 것부터가 대기의 시작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코로나 이전 때부터도 사실상 당일 방문이 힘들었는데

현재의 경우는 14일(2주)을 기다려야지 주치의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한시가 바쁜 상황에 이런 대기는 말도 안 되기에

회사에서도 주치의 통하지 않고 바로 병원으로 직접 예약해서 검사받는 것을 권장했습니다.


아, 주치의 소견서 없이도 검사받을 수 있는데 왜 굳이 주치의를 고집하냐고요?

왜냐하면 이 소견서를 들고 검사를 받게 되면 검사비가 대부분 공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는 회사 내에서 접촉자가 발생하여 생긴 일이라

회사 비용으로 공제해준다고 컨펌해줬기에 컨펌 확인 후에 바로 병원 예약 잡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습니다.



2. 10월 26일 (월) : 이탈리아 야간 통행 제한령 시행

(일일 확진자 17,007명, 일일 사망자 141명)


이탈리아 전국적으로 이동을 제한할 것을 권고한 내용이 포함된 신규 총리령이 시행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밀라노의 경우에는 상황이 심각한 편이었기에 권고가 아닌 이동제 한령이 선포되었습니다.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통행이 금지되었고,

불가피하게 이동해야 하는 경우에는 자술서를 미리 작성한 채 소지해야 함.)


저는 이미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며 자가격리를 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야간 통제령이고 뭐고 그렇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때 밀라노, 로마 등에서 이번 신규령에 대한 불만이 터져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내용에 식당 등 음식점들의 영업 제한 내용이 담겨 있어

관련 종사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기도 했습니다.

나라에서 아무런 대책 마련 없이 무작정 셔터 내리라고 하면 우리들은 뭘 먹고 사냐고 말이죠…


https://www.instagram.com/p/CG0jvZlFEN3/?igshid=spr31e2g5pj4

(밀라노에서 일어난 당시 시위 현장 영상)



3. 11월 4일 (수) : 이탈리아 2차 락다운 시작

(일일 확진자 30,548명, 일일 사망자 335명)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고 나니 이탈리아 정부가 2차 락다운 내용이 담긴 신규 총리령을 발표하였습니다. 

자유롭게 나다니는 건 올해는 더 이상 허락되지 않는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11월 6일 (금)부터 시작한 이번 2차 락다운 내용은 1차 때와 비슷하긴 했지만 약간 차이가 있었다면,

코로나 방역조치 지역 등급제를 도입해 각 지역을 코로나 심각도에 따라

3단계(주의-노란색, 위험-주황색, 심각-빨간색)로 구분하여

단계별로 차등화된 확산 방지 조치를 적용했다는 점인데요.


밀라노는 이탈리아 지역 중에 가장 심각한 지역에 속해있었기에

3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레드존으로 구분되었습니다.


이때를 시점으로 회사는 전원 재택근무제도로 돌입해서 현재 1달째 집에서 일하고 있고요.

저는 앞선 자가격리 1주일이 포함되면서 총 5주째 집안에 있는 상황입니다.


주 이탈리아 대한민국 대사관 '안전여행 및 체류정보' 출처



- 적색 지역(ZONA ROSSA)


(대상 지역)

롬바르디아주(Lombardia), 피에몬테주(Piemonte),

발레다오스타주(Valle d'Aosta), 칼라브리아주(Calabria)


<이동 관련 사항>

o 해당 지역 출입 제한(단, 거주지 귀환, 업무상, 건강상, 기타 필수적 사유 제외)

o 이동 전면 제한(단, 거주지 귀환, 업무상, 건강상, 기타 필수적 사유 제외)

  - 예외 사유로 외출 시 자술서 지참 의무  


<식음료업장·소매점 관련 사항>

o 모든 식음료업장(식당, 펍, 카페, 젤라테리아, 파스티체리아 등) 영업 중지(주중/주말/공휴일 동일)

  - 22시까지 포장, 배달 허용(업장 근처 취식 금지)

o 식료품점, 약국, 따바끼(Tabacchi), 신문가판대(Edicole) 등 필수 상점 제외 모든 비필수 상점 영업 중지 등

o 이발소, 미용실 운영 허용


<기타>

o 산책은 가능하나 거주지 주변을 벗어날 수 없으며 마스크 필수 착용

o 운동은 야외에서 개별적으로만 가능(조깅 등)

 


4. 11월 5일 (목) : 드디어 검사받다.

(일일 확진자 34,502명, 일일 사망자 445명)


검사받으러 바깥에 나와 기분이 좋아한 컷
검사받기 전 병원 앞에서


약 보름 만에 집 밖으로 나가 병원에 방문했습니다. 

오래간만에 야외 공기를 쐬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긴 기다림 끝에 난생처음으로 받아본 코로나 검사에 정말... 하하하

짧고도 강렬한 1분의 시간 동안 몰랐던 제 신체의 구조도 느낄 수 있었던 잊지 못할 시간이었습니다.


이탈리아는 사실상 한국처럼 격리자의 휴대폰 위치추적을 한다던지,

응답이 없으면 전화가 와서 경고를 한다는 컨트롤 타워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순전히 저의 양심 하나만으로 자가격리 기간을 지켰습니다.


물론 올해 코로나 덕분에 집-회사를 무한 반복하는 이동루트로 살고 있었고,

또한 아무런 증상도 저에게 일어나지 않았기에 괜찮을 거란 생각이 강해 자가격리 기간이 힘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무증상이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은 검사 결과 전까지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건 마저 부정할 수 없네요.)


그리고 이미 1차 락다운 당시 약 3달가량을 집안에 갇혀 있어 봤기에

2주 동안의 자가격리는 저에게 그냥 껌이기도 했고요.



5. 11월 10일 (화) : 검사 결과도 받고 독감 백신도 맞고

(일일 확진자 35,090명, 일일 사망자 580명)


독감 맞으러 회사 가다가 한컷 찍음
재택을 하는 사이 밀라노에 가을이 왔다.


검사 결과는 당연히 음성으로 나왔고 (소리 질러!!!!),

저는 그동안 부채처럼 안고 있던 무증상 확진자라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0월부터 회사를 통해 신청했던 독감 백신도 맞았습니다.

정말 마음이 이래저래 한꺼번에 녹으면서 마음의 평화가 날아오더라고요.


물론 이탈리아의 코로나 상황은 점점 악화되가고 있었지만요.

주 이탈리아 대한민국 대사관 '안전여행 및 체류정보' 출처


6. 11월 14일 (토) : 붉게 물드는 중

(일일 확진자 37,249명, 일일 사망자 544명)


주 이탈리아 대한민국 대사관 '안전여행 및 체류정보' 출처


7. 11월 20일 (금) : 붉게 짙어져 가는 중

(일일 확진자 37,239명, 일일 사망자 699명)


주 이탈리아 대한민국 대사관 '안전여행 및 체류정보' 출처


8. 11월 28일 (토) : 트렌드가 좀 진정되나요?

 (일일 확진자 26,315명, 일일 사망자 686명)


주 이탈리아 대한민국 대사관 '안전여행 및 체류정보' 출처


밀라노는 어제부터 레드에서 오렌지존으로 하향되었습니다.

사실 이동제한이 있는 건 변함없는데 왜 하향으로 낮췄는지 잘 모르겠어요.

여전히 확진자가 많은 밀라노인데 말이죠..


유럽 대명절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그러는 것인지,

정말 좋아진 건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그저 저는 사무실에 출근하고 싶다는 마음이 한가득합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마켓도 예전처럼 구경하고 싶고

그냥 일상적인 연말연시를 보내고 싶을 뿐입니다.


한국이 요즘 상황이 다시 심해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탈리아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서 자택에 잘 머무르시면서

잠잠해질 때까지 댁에서 머무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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