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워킹홀리데이를 간다고 송별회를 하던 어느 때,
전 직장에서 친하게 지냈던 남자동료가 느닷없이 저에게 그런 말을 했었습니다.
“니 하고 싶은 대로 살면 인생 종 치는 거야”
같이 송별회에 있던 사람들 없을 때 저와 단 둘이 남았을 때 저런 말을 하더라고요.
(참… 어이가 없어서…)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을 하지 도대체 뭘까 어이가 없었는데,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이탈리아에 갔다 왔다 하면 이런 말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킹홀리데이 1년 하고 돌아가서 이탈리아어 얼마나 할 줄 아나?”
그래서 저에게는 워킹홀리데이 기간 동안 직접적인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탈리아어 능력시험을 응시해서 합격증을 만들자.
저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탈리아어 자격시험 중 하나인 CILS라는 시험을 응시했습니다.
CILS 시험은 유럽연합 기준에 맞춰 Level A1, A2, B1, B2, C1, C2로 나뉘어 있는데요.
A레벨은 기초 수준이고, C레벨은 원어민 수준의 레벨을 요구합니다.
시험은 토플과 유사하게 듣기, 읽기, 작문, 말하기, 그리고 문법 영역 총 5개 시험을 치르는데 모두 통과해야 합니다.
이탈리아 밖 다른 나라에서는 1년에 2번, 6월과 12월에 치루지만, 이탈리아 국내에서는 영주권 신청 시 언어 성적 제출이 필수다 보니 매달 시험 일정이 있습니다.
이미 한국에서 6개월 정도를 이탈리아어에 공부를 하고 왔지만 본토에 오니 확실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학원에서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이탈리아어,
그리고 학원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지 않은 실생활 단어와 표현들…
한 번도 유학생활 경험을 해본 적 없는 저는 왜 사람들이 그렇게 영어 공부를 하러 해외 유학을 가는지 크게 이해했습니다.
아무튼 저는 아래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이탈리아어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요.
당시에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내가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힘들었지만요…ㅎ
남들은 워홀 오면 노느라 즐기느라 바쁜데 왜 나는 나 스스로 가치 입증을 애써서 하는 것인가 답답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기왕 온 거 한국에 돌아갔을 때 이탈리아어를 열심히 공부했다고 증명한다면,
제 스스로 자신감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밀어붙였습니다.
- 학원을 이용하자. 다만 한국인이 없는 곳으로
- 기왕 시험 보기로 했으니 한국식으로 몰아붙이듯 공부하자.
(장기전으로 하면 힘드니 단기전으로 했습니다)
한국인 유학생들이 많이 가는 학원을 맨 먼저 알아봤지만,
아무래도 한국사람들이 있으면 한국말을 나도 모르게 쓰게 될까 봐
규모는 작지만 한국인이 없는 곳으로 (그만큼 수업료도 저렴한)
골라서 5개월 동안 열심히 수업을 들었는데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어학원도 다니고 시에서 운영하는 어학당도 동시에 다니면서
이때 이탈리아어를 집중적으로 말하고 들으며 익숙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진짜 정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려웠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한 내용을 노트로 정리해왔기에,
학원과 시립 어학당에서 배운 내용과 함께 복습해가며 공부했고,
특히나 시험 D-30일일 무렵에는 학원 선생님께 상황을 말씀드리고 1대 1로 CILS 대비 개인 보충 과외를 추가로 더 들으며 공부했습니다.
지극히 한국식이죠?
거기에 제가 조금 더 힘들었던 부분은 (지나고 보면 참으로 감사한 부분)
시립 어학당에서도 선생님이 CILS B2 시험을 목표로 수업교재 진행보다는 시험 대비반처럼
수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스파르타 식이었습니다.
스파르타ㅏㅏㅏㅏ
(2년 전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현재 아니에요)
어학당에서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무한 반복 스타일의 공부를 진행했고,
어학원 선생님과는 일대일 과외로 또 공부하고 숙제했습니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6개월, 그리고 이탈리아에 온 후 어학원과 시립 어학당을 다닌 총 5개월 후,
저는 CILS B2에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때 저는 문법 영역과 말하기 영역만 통과하고 나머지는 다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왜 합격했다고 말했을까요??
CILS 시험의 재미있는 (시험 응시자에게 유리한) 특징은 전체 5개 영역은 떨어지고 부분만 통과하더라도,
18개월 이내에 떨어진 영역만 재시험을 응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나머지 영역은 그 다음번에 다시 재시험을 봐서 최종 합격했습니다.
그때는 회사에 다닐 때여서 학원 다닐 시간이 부족해서 갖고 있던 기출문제를 다시 풀면서 모르는 단어를 외우는 식으로 (예. 깜지 쓰기) 공부를 했습니다.
성적 보면 아주 높지는 않아요 ㅎㅎ 커트라인을 통과했다는 것에서 그리고 공부한 지 1년 만에 B2를 합격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스스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