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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젤리나 Aug 29. 2020

여행의 가르침. 삶의 다양성

밀라노 생존 일대기 프롤로그 3화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는 것과 같다. 
-아우구스티누스-
여행은 젊은 사람에게 있어서는 교육의 일부이며,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경험의 일부이다.
-프란시스 베이컨-


처음 도착한 첫 해외 여행지는 프랑스 파리. 파리에 대한 환상을 품고 선택한 나라였지만 혼자서 마주하는 해외의 공기는 나에게 너무나 차가웠다. 어디서부터 여행을 시작해야 할지, 이런 기분으로 7주간의 해외여행을 혼자서 보내야 한다는 마음에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돌아가고 싶다고 찡얼 대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더 이상의 찡얼거림을 멈출 수 있었던 것은 파리부터 리스본까지 여행에서 만났던 동행자들 덕분이다. 수많은 동행자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3명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보려 한다. 


2017.1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 & 화이트 에펠탑


1.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교환 연구생


뭐든 첫 시작에서 오는 첫인상이 가장 강렬하기에 첫 여행지에서 만난 첫 동행자였기에 더 강한 인상이 남았던 분이었다. 당시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근무 중이었던 그분은 이탈리아 토리노에 위치한 대학교에 교환 연구생으로 나오게 되었다고 했다.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박사과정이기에 해외에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6개월뿐이라고 했고, 주말에 잠깐 시간을 내서 파리로 놀러 왔다고 했다. 이 분을 통해서 해외에서 체류할 수 있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배웠고, 그 기회라는 것이 결코 한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2017.1 이탈리아 로마에서.  큐레이터 언니랑 티라미수 뽐삐 & 바티칸 박물관에서


 2. 미술관 큐레이터 출신 여행자


갤러리에서 큐레이터 일을 하다가 번아웃 증후군으로 퇴사 후 유럽여행을 온 분이었다. 이 분을 만나면서 이탈리아에서의 미술관 관람이 배로 재밌어졌고, 이를 통해 예술에 대한 관심사가 다시 한번 커져버렸다. 특히 내가 앞으로 갈 일이 없는 길을 가시는 분이어서 동행하는 내내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어 좋았다. 또한 그분의 이미지가 미술관 큐레이터라는 직업과 찰떡인 분이셨기에 같은 여자로서도 멋있게 느껴졌다. 그래서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간 이후에도 먼저 연락해서 다시 한번 만나 여행의 소회를 서로 나눴다. 



2017.2 포르투갈 리스본. 숙소에서 맥주 & 저녁으로 동행언니랑 바칼라 먹기


 3. 독일에서 예체능 계열 박사과정 중인 여행자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만난 그분은 독일에서 (내 기억으로는) 목공 도예 전공으로 5년 차 박사과정을 밟고 계셨다. 그분을 통해 유럽 대학 과정에 팍팍함과 치열함을 대리 체험했고, 나와 1-2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기에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의 모습에 개인적으로 참 놀라웠었다.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에 대해 후회하진 않았다. 다만 비슷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다른 형태로 사는 인생을 직접 마주하면서 나의 미래에 대해 ‘만약’이라는 가정법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첫 여행을 통해서 방문한 새로운 나라와 도시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생겼다. 그리고 내가 살던 내 고향 서울과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면서 전에는 없던 국뽕이 차올랐다. 하지만 7주간의 유랑을 통해 가장 크게 느꼈던 건 동행을 통해 배우게 된 새로운 세상이었다. 이때처럼 새로운 환경에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면서 나의 세상은 전보다 훨씬 넓어졌던 적은 없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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