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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젤리나 Sep 05. 2020

수험생 때 진작 이러지 왜 이제야

밀라노 생존 일대기. 워킹홀리데이의 시작


7주간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고 몇 주 후, 여행 떠나기 전에 해치우고 갔던 개명 신청이 승인되었단 연락을 받았다.


2017년 3월 나는 그렇게 새로운 이름으로 Volume 2의 새로운 일상을 시작할 수 있었고, 이름을 새로이 바꾸니 더더욱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단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원래 회사 다닐 때부터 퇴근하면 온갖 원데이 클래스와 소셜 모임을 전전하며 새로운 걸 배우러 다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듯 진짜 종류 안 가리고 시간이 되고 관심 있고 흥미 있으면 무조건 참석했다.


이런 행동들이 당시에는 몰랐지만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에 대한 나에 대한 정보를 알게 모르게 습득했던 것 같았다.


매주 토요일마다 다녔던 요리 원데이 클래스에서
트렌더스 모임 때 김난도 교수님과 함께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면, 저 당시 리스본에서 만난 독일 유학생 언니의 영향으로 제2외국어에 도전할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한국에 들어가는 대로 바로 외국어 공부를 시작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처음에 생각한 언어는 독일어였다. 그 이유는 유럽에서 독일이 잘 사는 나라니까 거기에 취직하면 성공하겠구나 하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었다.


아무튼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독일문화원 과정을 알아봤지만 아쉽게도 왕초보과정 일정이 애매하게 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확인했었다.


새롭게 시작하는데 중순 일정에 맞춰 몇 주를 기다려야만 한다는 걸 당시 나는 내키지 않았다. 왠지 첫째 주 월요일에 산뜻하게 시작하는 게 깔끔하지 않나 생각했었기에 (그렇지 않은가??) 독일어는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그러고 나서 생각한 제2외국어가 바로 이탈리아어였다. 기왕 배울 거면 많이 쓰이는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게 전략적이지만 여행을 통해서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매력에 빠져버렸기에 고민할 거 없이 바로 이탈리아어 학원 일정을 알아봤다.


로마 워킹 투어 집결지였던 지하철 콜로세움 역에 도착한 후 마주한 콜로세움이 다 이렇게 만들었다. 다 콜로세움 탓이다.  그리고 다행히(?) 이탈리아어 학원 개강 일정은 매달 초에 바로 시작하는 것을 확인하여 기쁜 마음으로 학원 등록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이탈리아어의 첫 느낌은 이랬다. “어? 재밌다! 열심히 하면 할만하겠는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그냥 취미처럼 설렁설렁했어도 됐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보니 참 많이 몰입했었다.

아침마다 740 버스를 타러 가는 그 순간부터 해 질 녘 동네 카페에서 복습을 마치고 음악을 들으며 집으로 걸어가던 그때가 정말 알차고 행복했다.


예전 남자 친구들을 이렇게까지 몰입해서 좋아했던 적이 있었는지 갸우뚱할 만큼 그리도 이탈리아어가 좋았다. 이탈리아어 공부한다는 핑계 대고 놀다녔어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동네 탐탐에서 열심히 이탈리아어 공부할 때
6개월 과정 마치고 학원 선생님들께 감사편지와 함께 케이크를 보냈을 때


하지만 이렇게 재밌는 공부를 천년만년 공부만 할 수는 없었다. (언젠가는 떨어질 돈과 점점 길어지는 백수 기간) 그렇게 이탈리아어 6개월 과정을 마무리하며 다음 결정을 할 시기가 찾아왔다.


중간중간 공부를 하면서 다음 결정에 대한 고민을 하긴 했었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이렇게 공부를 마무리 지은 후 한국에 있는 회사에 이직하는 게 너무 아쉽다는 생각만 가득 차고 있었다. 생각보다 세상은 넓은데 왜 꼭 한국에 위치한 회사를 고집해야 하는지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탈리아어 학원 선생님께 유학 상담을 신청했다. 유학 목적의 상담이라기보다는 진로 고민 상담이라는 말이 적절할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와서 말하자면 마음으로는 이미 뭔가를 결정하고 선생님께 면담을 신청했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당시 상담해주셨던 선생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이건 운명이에요 XX 씨. 데스티니요.” 아직 내 나이가 만 30세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먼저 가서 이탈리아를 경험한 뒤, 괜찮다 싶으면 워홀 마친 후 한국에 돌아와서 유학 비자로 다시 출국하면 되니까 최적의 시기라고 말이다.


기왕 저지른 거 맘먹고 하고 싶은 공부도 신나게 한 마당에 선생님의 저 아이디어를 한 귀로 흘러 넘길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넌 실행만 하면 돼.

너님, 이탈리아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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