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빨간리봉 May 10. 2023

그 첼로 얼마예요?

전공과 취미 경계에서_악기 이야기 1


그 첼로 얼마예요?


  첼로를 들고 다니면 종종 받는 질문이다.

흔치 않은 악기인 데다가 워낙에 고가라는 이미지가 있으니 궁금한 것이다. 그렇다고 생판 모르는 사람이 질문한 적은 거의 없다. 대부분 적당한 친분이 있는 지인이 질문하곤 하는데, 나에게 슬쩍 다가와서 귓속말로 묻는다.

  “sunny, 첼로 억 단위라는데, 네 악기는 얼마야?”


  나 역시 10여 년 동안 취미 첼로를 했음에도 악기 가격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았다. 고작해야 알고 있던 악기에 대한 정보라고는 독일 유학 출신의 첼로 레슨 선생님 악기가 올드 악기라는 것, 올드 악기가 비싸다는 것, 그래서 선생님의 악기도 예고 시절 구입하던 당시 아파트 한 채 가격에 준했다는 것 정도였다.


  대체 올드 악기의 기준은 무엇인지, 왜 올드가 비싼지, 취미생은 어느 정도의 악기를 쓰면 적당한지, 전공생이면 모두 좋은 악기 혹은 올드 악기를 사용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지만, 괜찮았다. 왜냐면, 난 어디까지나 진지하게 임하는 취미 첼로생이었으니까!


  그러나 미스터리한 첼로의 가격은 전공하기로 결심하고 입시 레슨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두려움과 위축됨으로 다가왔다.

  ‘교수님이 좋은 악기가 아니라고 타박하면 어떡하지?’

  ‘괜찮은 악기라고 추천하시면서 구매할 것을 권유하시면 어떡하지?’

  ‘입시 때만 악기를 대여할까?’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 그냥 좋은 악기 하나 떡하니 사면 좋았겠지만, 뒤늦은 나이에 본업도 아닌 취미를 전공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연습 시간’을 배려받는 것만으로도 가족들에게 미안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입시 레슨비’도 모자라 ‘악기 구매’라는 경제적 부담까지? 절대 욕심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정신 승리였을까? ‘나이듦에서 오는 당당함(뻔뻔함)’과 ‘본업이 아닌 부캐’라는 합리화를 방패막이로 삼아 위축감과 두려움을 조금 밀어냈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악기, 취미 첼로 때 사용하던 첼로’로 용감하게 음악대학교 음악학부 대학원 실시 시험을 치렀다.


  그래서, 현재 내가 사용하고 있는 그 첼로 얼마냐구요?

  다음 글을 기대해 주세요~^^


  전공과 비전공 경계를 넘나드는 저의

  악기와 활, 그리고 케이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전공자가 첼로 대학원? 그냥 취미로 하면 안 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