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화면 팝업 광고의 크기가 매출에 영향을 줄까?
딩동
사업부의 요구사항이 도착했습니다.
사업부로부터 기능 개발 요구사항이 도착했다.
사업부의 요구사항은 간단했다.
기능 개발 요청사항
앱 접속 시 초기화면에 광고 팝업 표시
광고 클릭 시 상세 또는 이벤트 페이지로 이동 (관리자 설정 가능)
오늘하루 클릭하지 않기, 닫기 기능 제공
초기에는 한 개의 광고만 표시, 추후 여러 개 광고를 랜덤으로 보여주거나 개인화 기능이 적용될 수 있음.
요구사항과 기능 자체는 무척 간단했다. 문제는 사업부가 생각한 UI와 내가 생각한 UI에 차이가 있었다.
사업부는 광고를 최대한 크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 화면의 70~80%를 덮는 수준으로 말이다. 내가 생각한 안은 화면을 최대한 덜 가리면서 광고에 적당히 집중할 수 있는 크기로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업부의 논리는 광고를 최대한 크게 보여줘야 사용자들이 광고에 집중할 수 있고 클릭과 매출이 높아진다는 거였다. 나의 논리는 정 반대였다. 어차피 첫 화면에서 딤드를 깔고 광고를 보여주니 작게 보여줘도 시각적으로 광고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이고 클릭과 매출은 광고가 얼마나 매력적이냐에 달렸지 광고 크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업부는 최대한 많은 콘텐츠와 정보를 노출해야 클릭과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항상 광고는 크게, 정보는 최대한 많이 보여주기를 원했다. 매출 우선주의인 회사 분위기상 사업부의 입김이 강했고 항상 사업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기능을 개발해줘야 했다.
사업부가 원하는 데로 기능을 개발하고 치워버리면 그만이었지만 그날따라 그러고 싶지 않았다.
사업부에 A/B 테스트를 제안했다.
동일한 조건으로 화면의 70%로 광고로 보여줄 때와 30%로 광고를 보여줄 때 효과를 검증해 보자는 거였다.
일주일간 동일한 광고, 동일한 조건으로 A/B 테스트를 진행했다.
A/B 테스트 종료 후 데이터팀에게 전달받은 A/B 테스트 결과는 아래와 같다.
사업부는 데이터를 근거로 광고를 작게 보여줄 때보다 크게 보여줄 때 클릭률이 높으니 광고를 크게 보여주는 게 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매전환율이 비슷한 이유에 대해선 광고가 매력적이지 않으니 더 매력적인 광고로 교체하면 구매전환율이 늘어날 거라고 주장했다. (????) 사업부는 A안으로 테스트를 끝내고 싶어 했지만 난 테스트를 한번 더 돌려보자고 주장했다. 사업부의 주장대로 더 매력적인 광고로 교체해 2차 테스트를 진행했다.
2차 테스트에서 1차와 유사한 결과가 나오자 사업부는 당황스러워했다. 분명 매력적인 광고로 바꿨는데 구매전환율이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광고를 크게 보여주면 매출이 늘어날 거라는 자신들의 가설과 정반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클릭률은 높은데 구매전환율이 떨어지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 가지 지표를 덧붙이면 이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바로 평균 체류시간이다.
광고를 통해 접근한 페이지의 평균 체류시간이 광고를 크게 보여줄수록 더 짧았다. 클릭률이 높은데 체류시간이 짧은 건 둘 중 하나다.
1) 광고에 하도 그짓말을 많이 쳐놔서 속아서 들어왔다 금방 이탈해 버리는 경우
2) 터치 미스로 인해 페이지에 잘못 접속한 경우
1번 케이스라면 광고 크기가 크던 작던 체류시간 비율이 비슷해야 된다. 그런데 체류시간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건 광고로 인한 인과관계가 적다는 거다. 그럼 답은 하나다. 터치 미스.
이 광고는 앱을 처음 실행시켰을 때 표시된다. 광고가 표시되는 영역이 적으면 적을수록 터치 미스 확률 역시 적어진다. 반대로 광고가 표시되는 영역이 많을수록 터치 미스 확률도 올라간다. 딤드가 화면에서 얼마나 차지하고 있느냐에 따라 터치 미스 비율이 달라지는 거다.
이 가설이면 클릭률이 높고 구매전환율은 비슷하며 체류시간이 짧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광고를 닫으려다 잘못 터치해서 광고 페이지에 접속했다 바로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화면을 이탈하니 광고를 작게 보여줄 때보다 클릭률은 높지만 평균 체류시간이 그만큼 짧아지는 거다.
시작화면의 팝업 광고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모든 이용자에게 광고가 강제로 노출되어 주목도가 높지만 그만큼 이용자들의 반감도 높고 원하지 않게 광고를 잘못 클릭하는 터치 미스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광고를 크게 보여주면 더 많은 매출이 일어날 거라는 사람들의 선입견은 시작화면의 팝업 광고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어차피 시작광고는 딤드가 깔려 크기나 위치에 상관없이 UI 구조상 광고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광고의 내용이지 크기가 아니다라는 얘기다.
물론 사업팀에서는 이 가설과 인과관계를 부인했다.
그래서 고객 CS 내용 몇 개를 보여줬다.
고객 A 이 거지 발X게 같은 광고 왜케 크게 보임? 어떤 놈이 만든 거야?
고객 B 광고가 잘못 눌려 자꾸 이벤트 페이지로 갑니다.
고객 C 앱을 실행시키면 자꾸 보기 싫은 광고가 나옵니다. 안 나오게 해 주세요.
오늘도 프로덕트팀은 평화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