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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Kimm Jan 05. 2021

[카페] 자 이제부터 공사를 시작하지

그전에 청소를 먼저 시작해보자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은 매장 공사도 마찬가지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기 전 빈 매장에 남아있는 이전의 흔적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천장 조명을 제외하고 매장은 완전히 텅텅 빈 상태였지만 이전에 편의점에서 사용했던 외부 유리 시트지를 먼저 제거해야 했다.

이렇게 넓디넓은 사방에 붙어 있는 시트지 제거 정말 힘들었다. 유리가 햇빛을 받으면 데워져서 잘 떨어졌지만 해가 쨍하지 않은 아침 시간대 작업이 우리한테는 가장 좋았다. 칼이랑 스크래퍼로 하나하나 오려가면서 며칠 동안 떼어냈고 끈적끈적한 흔적이 남은 부분들은 또 주방세제를 푼 물을 묻혀 긁어냈다. 인고의 시간이었다.

이 작업만 한 이틀은 한 것 같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엄청 쳐다보고 무엇보다 더위와의 사투.. 7월부터 8월까지는 비가 거의 매일 왔는데 6월은 또 다른 때보다 유난히 더웠다. 게다가 마스크까지 쓰고 일했으니 매일매일 땀범벅이었다.


빈 매장 정리를 하면서 이전에 얘기했던 컨셉을 논의했고 그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들은 일단 뒤로 미루고 도면을 먼저 그려야 했다. 우리의 경우 전기 공사와 목공 공사만 전문가분들과 작업했다. 목공 스케줄과 전기 스케줄을 정하기 위해서는 대략적으로라도 도면의 형태가 나와야 했고 그 도면을 토대로 미팅을 한 뒤 공사 일정을 잡기로 했다.


G언니 주방 동선 짜야해

가끔 만들어 팔던 마카롱은 100% 집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스메그 오븐 말고는 대부분 엄마의 주방도구들이었다. 동생 씨의 베이킹 도구들은 창고방(지금은 나와 룸메 씨의 옷방 겸 작업실)에 있었고 거대한 스메그도 그 방에 들어 있었다. 어떤 기물을 사야 할지, 몇 개를 사야 할지, 어디에 둬야 할지 모두 고려해서 동선을 파악하고 그 동선에 맞는 기물들을 도면에 놓아야 한다는 얘긴데 우리가 이런 걸 해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S는 주방 기물 어떻게 둘 건지 고민해보라고 시간을 줬는데 그 시간 동안 G가 그린 주방 동선은 위의 그림... S가 기겁하며 G에게 베이킹을 할 때 어떤 순서로 하는지 자세하게 물었다. 베이킹 경험은 없는 S가 조금이라도 동선을 좋게 짜려면 일련의 베이킹 과정을 상세하게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 동선을 짜 본 적이 없어서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으므로 많은 부분 도움을 받았다.

매장이 완전 네모지지 않은 데다가 중간에 기둥도 있고 출입구가 많은 구조라 효율적으로 공간을 사용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베이킹 클래스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주방을 넓게 빼야 했고 그만큼 홀 공간이 좁아지는 점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위치 고민을 하면서 도면을 바꿔 그렸다.

대략적인 바의 형태는 이런 모양이었다. 사실 지금이랑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미지에 있는 진한 네모가 기둥인데 이 기둥이 매장과 주방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가장 어려운 구조물이었다. 기둥 안쪽선까지 주방을 맞추자니 공간이 좁아지는 듯했는데 베이킹 클래스를 생각해서 기둥 바깥 선까지 주방 공간으로 잡아 널찍하게 만들기로 했고 대신 그 뒤에 생기는 공간은 창고로 활용하기로 했다. 물론 이전에 어떤 기물을 어디에, 몇 개를 배치할 건지도 다 협의가 되어야 했다. 그 긴긴 협의의 나날들 이제 와서 생각하면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테이블 배치는 S가 대략적으로 그렸다. 테이블을 많이 배치하면 그만큼 수용 가능한 고객 수가 많아지고 매출과 직결되는데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인만큼 간격을 넓게 두고 싶었다. 그래서 위 도면에서 두 테이블을 빼고 간격을 넓혔다.

아직 매장 모습이 머릿속에 잘 안 그려지지?

사실 아무리 도면을 들여다보고 컨셉 회의를 한다고 해도 정확한 우리의 카페가 머릿속에 딱 그려지지는 않았다. S는 우리가 머릿속으로만 그리는 데에 한계점이 온 것을 알았는지 손으로 그린 스케치 사진을 보내줬다. 모눈종이에 연필로 그린 도면이 우리의 최초였다면 이 스케치는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었다. S의 입면도 작업이 늦어지는 바람에 갈피도 못 잡은 우리에게 이 스케치 한 장은 한줄기 빛과 같았다.

위의 작업들과 동시에 홍대 부근에 있는 중고 머신샵을 돌며 우리가 사용할 커피머신을 골랐다. 개인 간 거래가 가장 저렴했지만 머신 상태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었고 처음 접하는 머신인만큼 새 제품을 사기보다는 중고 전문가에게 구매하고 싶었다. 두세 군데를 돌면서 머신의 특징과 가격대를 알아보고 이후 AS도 용이할 것 같은 곳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B와 나는 운영 중인 에어비앤비 청소 스케줄이 있는 날은 공사 스케줄에서 빠졌고 G도 이때까지는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었으므로 매장 공사 기간은 자꾸 늘어났다.


매장에서 사용할 기물들도 구매하고 있었는데 을지로에 가서 벽에 붙일 타일과 조명을 보고 매장 테이블로 사용할 테라조 대리석도 함께 봤다. 테라조는 정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정말 예쁜 원형 테이블이 탄생했으니 만족한다.


자 이제 시작이야

셀프 인테리어로 매장 공사를 한다는 게 어떤 건지 이때까지도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위와 같은 일들은 에어비앤비를 오픈할 때도 거치는 과정들이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5년 전부터 지금까지 10여 개 정도의 에어비앤비를 오픈하고 옮기고 닫고 했는데 이쯤 되니 숙소 한 개를 오픈하는 데에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게 되었다. 웬만한 집수리는 기본으로 다 하고 있어서 매장을 청소하고 공사 준비하는 게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처음 닥친 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공사였다.


공사 그 험난한 여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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