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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Kimm Nov 07. 2020

[카페] 나랑 어울리는 카페를 만들자

프랜차이즈 같은 카페 말고 ‘우리 꺼’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 멤버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은 공식적으로 다섯 명이었다. 일을 벌여놓은 장본인인 나는 자금 조달과 어떤 계획으로 지출을 할 것인지, 전체적인 예산과 모든 발로 뛰어야 하는 일들을 담당했다. 룸메 씨는 나의 보조이자 현장 공사의 매니저? 급으로 중요한 역할이었다. 동생 씨는 이 시기까지도 직장을 다니고 있었으므로 틈 나는 대로 메뉴 리서치와 레시피 정리를 해야 했다. 그리고 나와 웹디자인 크루를 하고 있는 친구 H는 내가 로고를 잡고 부수적인 어플리케이션 디자인하는 것을 서포트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동생인 S가 전체적인 스케줄 관리와 일정 조정 등의 큰 틀을 잡기로 했다.


S는 나에게 지령을 내렸다

언니 우리 만나는 날 모눈종이 사와. 모눈종이에 실측을 한다고? 여하튼 챙겼다. 하남에 사는 S와 방이동에 사는 내 친구이자 그녀의 언니인 H가 용인으로 내려왔다. 아마도 참 먼 길이었을 것이다.


천장 위 공간까지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기다란 줄자를 몇 개씩 가져와 구석구석 치수를 쟀다. 스무 평도 안 되는 매장이지만 굴곡진 곳이 많고 중앙에 기둥까지 있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렇게 재고도 이후에 추가적으로 여러 번 확인 작업도 필요했다.

이 모눈종이에서부터 우리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총괄을 했던 S도 사실 실측을 하고 도면을 그리는 작업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누구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맞는 건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여러 번 본인 매장을 꾸렸던 S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는 모두 다 노를 저어본 적도 없으면서 호기롭게 하나씩 짊어지고 조그마한 돛단배에 옹기종기 모여 탔다.


가게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계약서를 작성했으니 시작일로부터 월세 지출이 생긴다. 아직 보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할 일이 태산이었다. 어떤 카페를 만들고 싶냐는 S의 물음에 열심히 핀터레스트에서 내가 꿈꾸는 카페의 이미지를 모았다.

이런 이미지들이 다섯 페이지는 족히 되었다

정리한 이미지들을 S와 프로젝트 멤버들에게 공유했다. S는 말했다. - 언니, 돈 많아? 이거 다 얼마나 돈 많이 드는 인테리어인지 알아? 원목 인테리어 당연히 예쁘고 고급스럽지. 근데 우리는 지금 그럴 만한 돈이 없어. 그럴 거면 셀프 인테리어 하지도 않고 그냥 인테리어 업체 맡기지 안 그래?

나는 그냥 내가 보기에 예쁜 카페 사진들을 모은 건데 전부 다 돈이 많이 드는 인테리어라고 했다. 그럼 이제 어디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것인가.


1950년대 미국 주방의 모습을 그려보자

S와 동생 씨는 오다가다 인사 정도만 했던 사이로 서로 친한 관계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날 실측 후 회식 자리에서 디저트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이가 좀 돈독해졌나 보다. 그날의 미팅 후 S는 우리에게 굵직한 컨셉을 하나 투척했다.

- G언니랑 얘기하면서 언니 이미지를 좀 살펴봤는데 너무 미국 느낌인 거야(실제로 동생 씨는 약간 이국적인 외모로 시골에 사시는 고모가 붙여준 별명이 미국 x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1950~1960년대 미국 주방을 컨셉으로 잡아 보는 건 어때?

이 주방에 G 언니가 서 있게 된다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여기에서 내가 처음에 서치한 이미지를 다시 본다면 전혀 다른 느낌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다. 나는 모던하고 요즘 트렌드 같은 카페를 그리고 있었는데 S는 오로지 이 카페를 운영하게 될 동생 씨의 이미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한 인물이 가진 분위기를 분석하고 그녀와 어울릴 것 같은 인테리어를 찾아 비캔버스에 정리를 해 두었는데 톤이 일정하고 독특했으며 무엇보다 동생 씨의 이미지와 너무 잘 어울렸다.


그리고 한 달 후 모두의 수고를 갈아 넣은 결과는 이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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