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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Kimm Nov 05. 2020

[카페] 셀프 인테리어로 카페를 오픈한다면

우리에게는 슈퍼맨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카페를 셀프로 오픈하는 건 실로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 과정에 인테리어나 시공 업자들이 엮이지 않기 때문이다. 매장의 컨셉과 방향, 동선이나 메뉴의 레시피 등 모든 것들을 스스로 찾아야 했으며 머릿속에서 그린 동선들을 현실화시켜야 했다. 문제는 우리 중 누구도 이러한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며 지금까지 많은 집들을 셀프 인테리어로 보수했다. 매장은 물론 집과는 다르다는 걸 알지만 그런 경험들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공사를 진행했던 약 한 달 반의 기간 동안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겁도 없이 덤벼든 애송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나니

타이밍.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홍대와 강남에서 본인 브랜드의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친구 동생이 우리의 프로젝트에 기꺼이 참여해 준 것이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건물을 본 그녀는 언니들은 이제 큰일 났다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고 처음에는 매장 계약서 검토만, 그다음에는 매장 실측만, 그다음에는 콘셉트 선정만 이런 식으로 자꾸자꾸 우리 프로젝트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지금도 구글이나 네이버 로드뷰에는 이렇게 텅텅 빈 매장 사진이 표시되고 있다.
일 년 반 동안이나 비어 있던 빈 상가에 발을 들이는 순간까지도 사실 나는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잘 몰랐다. 그냥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뿐이었다.

동생 씨와는 몇 년 전 서울에서 열렸던 과자전에 두어 번 정도 참여했던 이력이 있었다. 색소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마카롱과 슈크림을 판매했었는데 디저트류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행사의 특성상 3일 동안 밤낮으로 만든 몇 백개의 마카롱은 마감 전에 모두 소진되곤 했다. 친구 동생 S는 아예 경험이 전무한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게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거라고 얘기했다. 그녀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다.


일의 진행 순서가 좀 달랐다

우리는 매장을 먼저 선택했다. 막연하게 디저트 카페를 언젠가는 하겠지 생각해서 내가 거주하고 있는 홍대 부근의 빈 매장들을 유심히 보고 다니고는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매일 지나다니던 용인의 본가 집 주택가 근처에 비어 있는 상가가 별안간 도마에 올랐다. 여러 차례 '퇴사하고 카페를 차리는 것'에 대해 동생 씨한테 제안했던 적이 있는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내가 던진 빈 말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될 일은 된다.

농담처럼 던진 말에 반응을 보이니 나도 이걸 진행해야 할 것 같았다. 동생 씨는 나랑 다르게 무척 오랫동안 고민을 하는 타입이었고 종종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타입이었다. 심하게 채근하지 않고 2주 정도 고민의 시간을 주었다. 나는 3일 안에(사실 생각한 즉시) 행동에 옮기는 편이라 이 2주가 정말 길게 느껴졌다. 결국 우리는 그 며칠 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S야, 우리 계약서 도장 찍었어

S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언니들 진짜 이제 어쩔라고 그래 장사가 진짜 쉬운 게 아니야 언니들 개인 시간도 없고 힘들고 돈도 안모이고 진짜 힘든 거야 어쩌자고 도장을 찍었어? 이제 어쩔 거야 실측은 했어? 매장은 몇 평인데? 화장실은 안에 있어? 화장실 공사는 또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지 알아? 주방 바닥 공사도 해야 하는 거 아냐? 베이킹하는데 어떤 기계들이 필요한지는 알아? 그게 얼마인지는 조사한 거야? 뭘 팔건대? 디저트만 해서 돈이 되겠어? 커피도 같이 해야 할 거 아냐 커피 머신이 얼마나 비싼지 알아? 언니들 진짜 어떻게 하려고 그래??


S의 폭풍 같은 질문에 나는 단 한 마디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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