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슈퍼맨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카페를 셀프로 오픈하는 건 실로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 과정에 인테리어나 시공 업자들이 엮이지 않기 때문이다. 매장의 컨셉과 방향, 동선이나 메뉴의 레시피 등 모든 것들을 스스로 찾아야 했으며 머릿속에서 그린 동선들을 현실화시켜야 했다. 문제는 우리 중 누구도 이러한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며 지금까지 많은 집들을 셀프 인테리어로 보수했다. 매장은 물론 집과는 다르다는 걸 알지만 그런 경험들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공사를 진행했던 약 한 달 반의 기간 동안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겁도 없이 덤벼든 애송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나니
타이밍.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홍대와 강남에서 본인 브랜드의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친구 동생이 우리의 프로젝트에 기꺼이 참여해 준 것이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건물을 본 그녀는 언니들은 이제 큰일 났다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고 처음에는 매장 계약서 검토만, 그다음에는 매장 실측만, 그다음에는 콘셉트 선정만 이런 식으로 자꾸자꾸 우리 프로젝트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동생 씨와는 몇 년 전 서울에서 열렸던 과자전에 두어 번 정도 참여했던 이력이 있었다. 색소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마카롱과 슈크림을 판매했었는데 디저트류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행사의 특성상 3일 동안 밤낮으로 만든 몇 백개의 마카롱은 마감 전에 모두 소진되곤 했다. 친구 동생 S는 아예 경험이 전무한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게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거라고 얘기했다. 그녀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다.
일의 진행 순서가 좀 달랐다
우리는 매장을 먼저 선택했다. 막연하게 디저트 카페를 언젠가는 하겠지 생각해서 내가 거주하고 있는 홍대 부근의 빈 매장들을 유심히 보고 다니고는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매일 지나다니던 용인의 본가 집 주택가 근처에 비어 있는 상가가 별안간 도마에 올랐다. 여러 차례 '퇴사하고 카페를 차리는 것'에 대해 동생 씨한테 제안했던 적이 있는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내가 던진 빈 말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될 일은 된다.
농담처럼 던진 말에 반응을 보이니 나도 이걸 진행해야 할 것 같았다. 동생 씨는 나랑 다르게 무척 오랫동안 고민을 하는 타입이었고 종종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타입이었다. 심하게 채근하지 않고 2주 정도 고민의 시간을 주었다. 나는 3일 안에(사실 생각한 즉시) 행동에 옮기는 편이라 이 2주가 정말 길게 느껴졌다. 결국 우리는 그 며칠 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S야, 우리 계약서 도장 찍었어
S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언니들 진짜 이제 어쩔라고 그래 장사가 진짜 쉬운 게 아니야 언니들 개인 시간도 없고 힘들고 돈도 안모이고 진짜 힘든 거야 어쩌자고 도장을 찍었어? 이제 어쩔 거야 실측은 했어? 매장은 몇 평인데? 화장실은 안에 있어? 화장실 공사는 또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지 알아? 주방 바닥 공사도 해야 하는 거 아냐? 베이킹하는데 어떤 기계들이 필요한지는 알아? 그게 얼마인지는 조사한 거야? 뭘 팔건대? 디저트만 해서 돈이 되겠어? 커피도 같이 해야 할 거 아냐 커피 머신이 얼마나 비싼지 알아? 언니들 진짜 어떻게 하려고 그래??
S의 폭풍 같은 질문에 나는 단 한 마디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