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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정 Aug 23. 2024

샴페인의 고향, 프랑스 상파뉴를 가다

서현정의 하이엔드 월드(High-End World) 50

샴페인 애호가였던 프랑스 루이 15세의 애첩 마담 퐁파두르(Madame de Pompadour)는 “샴페인은 모든 남자를 위트있게, 모든 여자를 아름답게 만든다”고 했다. 이 말처럼 즐거운 파티자리라면 빼놓을 수 없는 술이 샴페인이다.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의 지명을 딴 이름이다. 거품이 이는 스파클링 와인 중에서도 샹파뉴에서 생산되는 것 만 샴페인이라 부를 수 있다. 프랑스 정부에서 원산지 보호법을 정해 생산과 판매를 규제하고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샹파뉴 지방은 연평균 기온이 낮아 포도를 재배하기에 조건이 좋은 편은 아니다. 그렇기에 가벼운 듯 하지만 깊고, 단순한 듯 하지만 예리한 맛을 지닌 와인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샴페인이 거품을 갖고 있는 것은 2차 발효를 시키기 때문이다. 숙성된 와인에 당분과 효모를 추가하고 재발효시키면 탄산가스가 발생한다. 문제는 이 가스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병이 폭발하는 것이다.


17세기 수도사 동 페리뇽(Dom Perignon)이 압력에 견딜 수 있는 두께의 병과 뚜껑을 철사로 고정시키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샴페인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최고의 샴페인으로 불리는 동 페리뇽은 이 수도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색은 하얗지만 포도는 피노 누아르(Pinot Noir) 등 적포도가 주를 이룬다. 청포도로는 샤도네이(Chardonnay)가 이용된다. 청포도만을 이용해 만든 것은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이라 부른다.


와인은 생산 연도에 따라 빈티지가 표시되지만 일반적으로 샴페인에는 빈티지가 없다. 여러 지역 밭의 포도, 생산년도가 다른 포도를 혼합해 만들기 때문이다. 단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수확이 뛰어난 해에 빈티지 샴페인을 만들기도 한다. 숙성기간도 일반 샴페인보다 길다. 당연히 빈티지 샴페인이 가격도 비싸고 귀하다. 숙성이 좋으면 해가 갈수록 새로운 부케가 형성되고 전체적인 조화는 물론 깊이도 더해진다.   


샴페인이 가진 낭만적이고 화려한 분위기는 샹파뉴 지역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노르트담 대성당, 토 궁전으로 유명한 랭스(Reims)를 중심으로 포도밭과 아름다운 고성들, 그리고 세계적인 샴페인 와이너리들이 구석구석 자리잡고 있다. 포머리(Pommery),  태탱저(Taittanger),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모엣 샹동(Moet-Chandon) 등 샴페인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뛰는 곳들을 찾아 시음하고 전문가와 함께 투어도 할 수 있다. 백악층이 침식해서 생긴 동굴이 많은 지역이라 최고의 와인 저장고로 동굴이 이용되기도 한다. 구릉을 따라 펼쳐진 포도밭과 작은 마을 사이로 이어진 오래된 길을 자동차나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도 있다.


너무나 샹파뉴스러운 호텔, 도멘 레 크레이에레(Domaine les Crayeres)은 7㏊의 넓은 정원 속에 자리 잡은 커다란 저택같은 호텔이다. 각각 다른 디자인으로 꾸며진 로맨틱한 방들로 유명하고 셰프 필리페 밀레(Philippe Mille)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도 지역을 대표하는 최고의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과 호텔의 명성에 걸맞게 600가지가 넘는 샴페인이 보관되어있다고 한다. 샴페인 전문가이드 투어, 피크닉 등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여행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얄 샹파뉴(Royal Champagne)는 포도밭의 한 가운데, 더 할 나위없는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호텔이다. 샴페인을 즐기던 나폴레옹도 자주 찾았다는 마차 보관소 건물을 호텔로 바꾼 곳이다. 랭스와 함께 샹파뉴를 대표하는 도시인 에페르네(Epernay)까지 이어지는 전망이 압권이다.


샤또 드 꾸르셀레(Chateau de Courcelles)은 23에이커의 정원과 숲, 운하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17세기 고성이다. 전형적인 프랑스 풍 정원, 과거 모습 그대로의 건물이 너무나도 로맨틱하다. 루소, 라신, 뒤마 등 근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학가들이 즐겨 머물렀던 곳이라고 한다. 장 콕또가 디자인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성의 계단도 흥미롭다. 이 호텔들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를레 앤 샤또(Relais & Chateaux) 멤버 호텔들이다.



* 이 글은 2016년 1월 6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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