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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정 Aug 23. 2024

알프스와 레만호가 어우러진 백 년 역사의 휴양지

서현정의 하이엔드 월드(High-End World) 51

에비앙은 레만 호변의 프랑스 도시로 정식 이름은 에비앙 레 뱅(Evian-les-Bains)이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국제적인 도시 제네바의 동남쪽에 있어 제네바 호수라고도 불리는 레만 호수는 알프스 산에 아름다운 호수와 좋은 기후까지 갖춰 오래전부터 유럽을 대표하는 휴양지로 손꼽혀왔다.


에비앙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유는 우선 같은 이름의 미네랄워터 때문이다. 에비앙의 취수원으로서 이 도시에는 아직도 도시 곳곳에서 차갑고 신선한 샘물이 솟아오른다. 관광객은 물론 현지 주민들까지 물을 얻기 위해 줄을 선다. 회사의 옛 본사는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매년 9월 개최되는 세계적인 골프 대회'에비앙 챔피언십(Evian Champianship)'도 유명하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1994년 시작된 여자 프로 골프 대회이다. 당시의 대회 이름은 에비앙 마스터스였으며 2013년부터 에비앙 챔피언십으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초기에는 에비앙 회사에서 후원하는 유럽 여자 투어의 한 대회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2000년 미국 여자 프로 골프 리그인 LPGA와 공동 개최를 하게 되면서 상금이 크게 늘어났고 LPGA를 대표하는 메이저 대회가 되었다. 현재 상금 규모는 US 여자 오픈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한다. 처음에는 6월 중순에 개최되었으나 2013년부터 9월 중순으로 변경했다. 올 해 개최 예정일은 9월 15일이다. 지난해에는 특히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가 우승했었다.   


대회가 열리는 곳은 ‘에비앙 리조트 골프 클럽(Evian Resort Golf Club)’이다. 1905년 에비앙 회사가 오픈한 리조트 안의 골프 코스이다. 리조트는 리딩 호텔(The Leading Hotels of the World)의 멤버로서 지난 백 여 년 동안 세계 각국의 유명인사가 이곳에서 휴식과 함께 골프를 즐겼다.


산과 호수가 모두 있는 절경 속에 자리 잡은 곳. 45에이커에 달하는 호숫가 정원 같은 곳에 백 년 역사가 더해진 아름다운 호텔들과 골프 코스가 함께 있다. 물이 주제인 에비앙 회사에서 운영하는 곳임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운영하는 스파도 훌륭하다.


특급 호텔로는 로열 호텔(The Hotel Royal)이 있다. 궁전을 주제로 만들어진 곳으로 백 년 전 프랑스가 누렸던 벨 에포크(Belle Epoche) 시대의 화려함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 호텔의 아름다움에 반한 영국의 에드워드 7세가 이곳에 ‘로열’이라는 단어를 부여했다 한다. 2015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후 재개장했다. 현대적인 편이성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지만 리조트의 역사가 담긴 전통의 모습은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고전적이고 우아하지만 편안하다.


4성급이지만 환경의 보존과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호텔 에르미타쥬(The Hotel Ermitage)’도 있다. 알프스 산자락 전원 속에 자리잡은 휴양형 호텔이다. 특히 가족을 위한 휴식처로 추천하는 곳이다. 오래된 휴양지 리조트로서 여러 연령대의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되어있다.


로잔이나 제네바까지 경치를 즐기며 배를 타고 이동할 수 있고 주변의 아름다운 도시들을 둘러봐도 좋다. 우선 생각나는 곳은 몽트뢰이다. 계절 따라 꽃이 피는 호변 산책로와 9세기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시옹성(Chateau de Chillon)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여름이면 세계적인 재즈 페스티벌도 열린다.


시옹성은 호숫가에서 약간 떨어진 바위 섬 위에 있어 마치 호수 위에 떠있는 듯한 모습이다. 19세기 성을 방문한 영국 시인 바이런이 ‘시옹의 죄수’라는 서사시를 지으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지하 감옥 입구에는 그의 서명도 아직 남아있다.


찰리 채플린이 생애 마지막을 보낸 도시 브베(Vevey)도 있고 2007년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록된 라보(Lavaux) 지역의 포도밭도 있다. 라보 지역은 인기있는 화이트 와인 산지로 햇볕 잘드는 구릉에 계단식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호수를 바라보며 느릿느릿 포도밭 사이 길을 걷는 것이 즐겁다.


지난 백 여 년 간 전 세계 사람들이 부러워해온 프렌치 생활 방식 아르 드 비브르(Art de Vivre)를 만끽하는 것, 그것이 에비앙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 이 글은 2016년 1월 13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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