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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정 Sep 03. 2022

[문답칠일03]사람, 현상을 탐구하는 자신만의 방법은?

이 글은 지난해 청년기획자 플랫폼11111에서 진행된 프로젝트 <문답칠일>에 작성한 것을 그대로 발췌해 가져온 것입니다. 문답칠일은 기획자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고르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글로 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이전에 블로그에 올린 바 있어서, 오늘은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글로 적어보려 합니다.



사람, 사물, 어떠한 현상을 관찰/탐구하는 자신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사람과 사물 어떠한 현상 중 편하게 한 가지 골라서 이야기해 주세요!)
-요니-


과학자의 마음가짐으로


지난해 9월에 두산아트센터에 방문해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에 같은 건물 갤러리에서 열리는 김경태 작가의 개인전 <<Bumping Surfaces>>를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계획하고 간 것은 아니기에 순전히 우연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전시회 작품의 주요 소재는 꽃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꽃 사진’이라고 하면 떠올릴법한 결과물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작가는 촬영하는 대상의 모든 부분에 포커스를 부여하는 사진 기법인 ‘포커스 스태킹(focus stacking)’을 사용했다고 하더군요. 흔들림 없이 같은 장면을 근경, 원경, 중경의 포커스로 200~300장 촬영한 뒤 포토샵 등의 후보정 프로그램을 통해 한 장으로 합쳐 결과물을 얻는다는 설명을 읽고 보니 작업의 과정이 얼마나 힘겨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을 보는 동안 마치 현미경으로 꽃을 확대해 속속들이 뜯어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득 기획자의 마음도 하나의 연구 주제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해 보는 과학자의 태도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를 보며 하나에 주제에 몰입해 무서울 정도로 파고드는 것, 그 진지함과 열정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와 글, 그리고 사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는 시대에 살면서 그게 무어 건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취하려고 하다 보니 양과 질의 비대칭이 두드러지게 됐죠. 그렇기에 어떤 하나의 존재를 길고, 자세히 본다는 것은 그만큼의 열정과 애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일 겁니다.

사람이건, 사물이건, 현상이건 단면적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과학자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편적인 사건으로 사람을 파악하거나 재단하지 않기, 사물의 겉만 보고 속을 짐작하는 얕은 생각 버리기, 일시적인 현상에 집중해 그 현상이 일어나게 된 인과관계를 무시하지 않기로요.


기획자는 다른 누군가가 주목하지 않는 것에도 세세하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문화예술계 소식 외에도 다양한 사회 이슈와 트렌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편입니다. 또 타 업계의 관계자와도 교류하고 지내면서 사회의 여러 분야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러 다니기도 하고요.

특히 한 사람에 대한 이해는 많은 대화와 함께 공유하는 경험 속에서 더 깊어진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사람들과 만나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편입니다. 이건 잡지 기자로 일했던 직업병에서 어느 정도 기인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인터뷰를 할 때 녹음한 녹취록을 다시 들으면서 수기로 다 받아 적고, 거기서 기사의 글감을 완성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놀랍게도 인터뷰 당시에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아 그냥 넘겼는데, 녹취를 받아 적다가 보석 같은 이야기를 발굴한 경험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이 말을 한 당시의 상황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다시 생각을 정리하며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람, 사물, 현상을 탐구하는 방법은 여러 경험을 통해 점점 깊어진 것 같습니다. 위에도 서술한 것처럼 마치 과학자의 마음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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